피범벅 그림 (Lukisan Berlumur Darah.1988) 2019년 인도네시아 영화




1988년에 '토르로 마르진스' 감독이 만든 인도네시아산 공포 영화. 타이틀이 좀 어색하긴 한데 인도네시아어로 피+범벅(피나 기름으로 범벅이 되다)+그림을 합친 뜻이 있다.

내용은 인도네시아의 네덜란드 식민지 시대 때, 2명의 도둑이 ‘디아르시’의 집에 침입해 물건을 훔치다가 들켜서 디아르시의 남편이 도둑과 싸우던 중 사망하고. 디아르시도 도둑에게 겁탈 당할 위기에 처했을 때, 하인 ‘유난’이 도와주러 와서 도둑들에게 빈틈이 생긴 순간 디아르시가 칼을 뽑아 들어 강도들을 참살한 뒤. 당국에 보고하지 않고 집안 화장실과 집밖 반얀 나무 아래 시체를 묻은 뒤. 그로부터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난 후, 고등학교 선생인 ‘아구스’와 그의 아내 ‘한나’가 디아르시가 살던 저택을 구입해 이사를 왔다가, 한나가 집안에 있는 오래된 가구 중 디아르시가 살던 시절에 있던 여자 초상화를 발견하고 곧이어 인부들이 집밖 반얀 나무를 자르다가 나무 아래에서 발견된 해골을 보고 귀신에 씌여 이상한 행동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편 내용은 과거 살인이 벌어지고 시체를 집 근처에 묻어 은폐한 사건이 있었던 집에 새로 이사 왔다가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고. 집안에 씌인 귀신이 산 사람의 몸에 옮겨 붙어 살인을 저지르면서 소동이 벌어지는 이야기로 압축할 수 있다.

살인 사건이 벌어진 집+귀신 초상화=귀신에 씌여서 살인 사건의 재발. 이렇게 단순하게 축약할 수 있지만, 스토리 전개는 좀 이상한 구석이 있다.

일단 과거에 벌어진 살인 사건이 집주인의 아내인 ‘디아르시’가 분명 피해자인데, 그녀가 도둑들을 잡아 죽일 때, 도둑의 피가 초상화에 묻었고. 죽은 도둑들의 시체를 집 안과 밖에 묻어서 시체 유기를 한 뒤, 하인 유난과 결혼을 했는데 디아르시가 결국 미쳐서 유난과 다투던 중 죽임을 당해 초상화를 매개체로 한 귀신이 된 것으로 나와서 가해자로 탈바꿈한다.

아구스, 한나가 이사 온 이후에 집 안과 밖에서 유골이 2구나 발견됐음에도 불구하고, 별 다른 소동 없이 그냥 넘어간 것과 이후 디아르시에 씌인 한나가 살인을 저지르자 그걸 당국에 보고하지 않고 옛날에 디아르시와 유난이 그랬던 것처럼 무작정 시체를 집 근처의 나무 아래 파묻어서 시체 유기를 하니 극 전개가 왜 이런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옛날 영화라서 특수효과를 거의 쓰지 않아서, 회상씬 같은 경우도 회상씬만 따로 만들어 넣은 게 아니라. 회상씬에 등장한 배우가 현실에서 재등장해서 아구스와 한나 등 작중 인물이 환영을 보는 것으로 나온다.

설정만 꿈속의 일이지 실제로는 그냥 회상씬 배우도 다시 쓴 것이라 효율적인 연출이라고 할 수 있다.

한나의 각성 씬도 특수효과를 전혀 안 쓰는데 이쪽은 효율적이라기 보단 좀 구린 편이다.

평소 때 멀쩡히 생활하다가 초상화만 보면 사람이 달라지는데 그 순간에 어떤 이펙트 같은 게 들어가는 것이 아니고. 온전히 연기에만 의존을 해서 귀신 공포물이 아니라 사이코 스릴러 같은 느낌마저 준다. 안 그래도 각성 후에는 안색이 돌변해 식칼 들고 사람 습격하는 씬이 자주 나온다.

다만, 각성한 한나의 사이코 연기는 꽤 괜찮은 편이라서 그 부분만 따로 놓고 보면 호러블한 구석이 있어서 본작을 하드 캐리한다. (한나 배역을 맡은 배우는 ‘티아라 자켈리나’로 말레이시아 출신이고 본작이 영화 데뷔작이다. 1995년에 ‘링깃 카소르가(Ringgit Kasorrga)’를 통해 말레이시아 영화제에서 최고의 여배우로 선정된 이후. 2005년에 ‘푸트리 구눙 르당(Puteri Gunung Ledang)’의 여주인공으로 대히트를 쳐서 유명해졌다)

한나의 몸에서 빠져 나온 디아르시 귀신이 나이 들어 할아버지가 된 유난과 일 대 일 대결을 벌이는 것도 하이라이트라면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지만.. 귀신 자체는 손톱이 긴 처녀 귀신처럼 묘사해놓고선 대뜸 유난과 싸울 때는 염력으로 들어 올린 뒤. 머리 위로 치켜든 양손을 움직여 사람 몸을 쟁반 접시 돌리듯 회전시키는 필살기를 써서 황당하다.

클라이막스 때는 아무도 안 불렀는데 무슬림 율법자인 키아이와 동네 사람들이 횃불 들고 우르르 몰려와 귀신과 대치되는데. 기승전무슬림으로 ‘사탄의 노예(1980)’를 생각나게 하지만 모처럼 단체로 코란을 외우는 건 전혀 통하지 않고. 뒤늦게 초상화에 불붙이니 귀신이 퇴치되는 것으로 나와서 문제 해결 방식은 좀 다르다. (사실 이게 전형적인 물건에 붙은 귀신 퇴치법이다)

결론은 평작. 80년대 옛날 영화라는 걸 감안하고 봐도 특수효과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사용해도 어설프게 써서 귀신물로서의 연출과 이펙트의 수준이 떨어지고. 살인 사건 벌어져 시체 묻은 새 집으로 이사 갔다가 초상화 귀신에 씌인다는 설정과 내용 자체도 식상한 편이라서 흥미를 끌만한 요소가 부족하며, 캐릭터 설정이 다소 꼬여 있어서 귀신 설정 자체가 이상해서 전반적인 완성도가 좀 떨어지지만.. 여주인공의 사이코 연기가 본작을 하드 캐리에서 평타는 치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본작은 원작 소설이 따로 있다고 하는데 소설 저자 이름과 소설 제목 및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고 단순히 ‘원작 소설이 따로 있다 카더라’ 정도만 전해진다.

덧붙여 본작은 요즘으로 치면 디렉터스 컷이 존재한다. 디렉터스 컷은 86분. 일반 편집판은 VCD 사본/TV 방송판으로 총 러닝 타임이 67분인데 잔인하고 야한 장면이 삭제된 버전이다.

하지만 사실 그게 80년대 인도네시아 영화 기준이라서 잔인한 장면은 칼로 찔러서 피가 튀는 씬 정도고. 야한 장면도 남자가 웃옷 벗는 씬 정도만 나오지 배드씬은 고사하고 키스씬 조차 나오지 않아서 현대 영화의 수위와 비교할 수는 없다.


덧글

  • 명탐정 호성 2018/09/27 19:33 # 답글

    수위가 그렇게 낮군요
  • 잠뿌리 2018/09/30 07:23 #

    80년대 작품이라 그렇습니다. 담배피는 장면도 담배를 모자이크 처리할 정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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