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마 (女魔.1974) 2020년 중국 공포 영화




1974년에 홍콩에서 ‘장삼’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원제는 ‘녀마’. 영제는 ‘The Devil in Her’다.

내용은 마카오로 여행을 떠났던 ‘아이란’의 부모님이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때부터 아이란이 하얀 소복을 입은 여자 귀신을 목격하기 시작하고, 아이란의 아버지가 골동품 상점에서 검은 보석 반지를 우연히 구입한 걸 어머니한테 선물한 이후로, 반지에 깃든 귀신에 의해 집안에 흉흉한 사건이 벌어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초반부의 공포 씬은 지금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유치하고 조잡한 것 투성이다.

거리에서 우는 소녀를 발견했더니 하얀 머리가 난 이상한 아이였다거나, 화장살 좌변기에 사람 손이 튀어나오는가 하면(화장실 휴지 귀신같은 느낌), 침대에 누워 우쿠렐라를 치는데 갑자기 뱀이 튀어나오는 것 등등. 내용도 내용이지만 나오는 타이밍도 너무 갑작스러워서 적응하기 좀 어렵다.

사실 본작의 핵심적인 공포는 그런 것들이 아니라 반지에 깃든 여자 귀신이 주위에 출몰하는 건데. 중반부 이후로 그 귀신 자체에 초점을 맞추면서 그나마 좀 볼거리가 생긴다.

파란색도, 빨간색도 아닌 초록색 조명을 받는 게 좀 낯설긴 하나. 국적불문하고 처녀 귀신의 공포는 표준적으로 잘 통하기 때문에 비주얼은 괜찮은 편이다.

작은 접시를 뒤집어 놓고 글씨를 적어 놓은 종이판 위에 두고서 사람들이 손가락을 모아서 귀신을 불러들이는 중국식 분신사바인 ‘접선(碟仙)’을 할 때 나타나 접시를 움직이거나, 식칼을 들고 요리를 하던 어머니의 손을 움켜 잡고 자해를 시키려고 하는가 하면, 언니가 미쳐서 옥상 위에 올라가자 옆에 스르륵 나타나 등을 떠미는 것 들이 여주인공 아이란의 눈에만 보이는 것이라 귀신의 공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후반부로 넘어가면 아이란에게 귀신이 씌이면서 폭주하기 시작한다. 윌리엄 프레드킨 감독의 ‘엑소시스트(1971)’처럼 악령에게 빙의 당해 이상한 목소리로 말하며 날뛰는데 그때 망가진 분장이나 리액션이 엑소시스트의 리건과 유사하다.

단, 리건보다 더 과격한 리액션도 나오는데. 깨진 거울 조각을 입에 넣어 우적우적 씹어서 입안이 피투성이가 되고, 반지를 꿀꺽 삼키는가 하면. 허리를 꺾어 머리를 양다리 사이에 끼우는 엽기적인 자세까지 취하고. 자신을 퇴치하러 온 퇴마사를 역으로 쓰러트리고 그 위에 오줌을 싸는 것 등등. 과격한 장면이 속출한다.

물론 이게 70년대 영화이기 때문에 잔인한 걸 직접적으로 보여주지는 않아서 허리 접는 씬만 해도 허리 말고 얼굴만 보여주지만, 요즘 나왔다면 상당히 고어한 비주얼을 자랑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이란이 멀쩡했을 때 귀신과 조우한 뒤 대화를 나눌 때 증거로 삼기 위해 보이스 레코더를 이용한다거나, 스님을 불러 독경을 외우는데 귀신 들린 아이나의 언니가 스님의 독경을 귀신 목소리로 따라하는 것, 현대 의학의 의사와 오컬트의 도사 둘 다 나란히 치료/퇴마에 실패하는 것 등등. 극 전개가 흥미로운 부분도 꽤 많다.

귀신 퇴치 씬도 꽤 인상적이다. 보통, 귀신 공포물하면 지나가는 스님 또는 퇴마사. 혹은 기독교의 신부 등이 나타나 법력, 도술, 신성한 힘에 의해 퇴치되기 마련인데.. 본작에서는 죽은 아이나 언니의 남자 친구가 마카오로 건너가 납골당에서 반지 귀신의 시체가 안치된 관을 찾아내 가슴에 말뚝을 박고 망치로 내려쳐 뱀파이어처럼 퇴치한다.

이게 그냥 말뚝이 아니라 복숭아나무를 깎아 만든 못이란 설정이 들어가 있어 복숭아나무가 귀신을 퇴치한다는 민간전승에 기초한 것으로 강시 영화의 복숭아 나무검과 같은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흡혈귀 퇴치술로 해결하는 건 생각지도 못한 전개였다.

반지에 깃든 귀신 자체는 좀 설정이 애매한 구석이 있다. 아이란의 아버지가 혼자 마카오에 갔을 때 우연히 만나서 도와주었다가 잠자리를 갖게 된 여자인데.. 그 여자가 아이란의 아버지를 만났을 때 이미 귀신이었고. 반지에 깃들어 있어서 반지를 낀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데, 아이란의 아버지가 그 반지를 멋모르고 사가서 가족들에게 화를 끼친 것으로 나와서 그렇다.

캐릭터 간의 관계와 귀신이 가진 동기가 너무 애매했다. 원한을 갖고 있어서 복수를 하는 게 아니라, 그저 그 물건을 가지고 있으니 다 죽어! 이런 식이라 뭔가 사연 있는 것처럼 묘사하다가 결과적으로 물건에 깃든 귀신으로 귀결돼서 단순해졌다.

결론은 추천작. 초반부의 공포씬은 좀 유치하고, 반지 귀신 설정이 너무 단순해서 디테일이 ‘있었지만 없었습니다’ 이 수준이라서 영화 전반의 만듦새가 좀 엉성한 느낌을 주긴 하지만.. 귀신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중반부부터 호러물로서 슬슬 볼만해지고. 후반부의 엑소시스트 전개도 단순한 아류작에 그친 게 아니라 원작보다 더 과격한 장면이 나와서 나름대로 차별화를 이루는데 성공해 홍콩산 엑소시스트로서 적당히 볼만한 작품이다.


덧글

  • 역사관심 2018/09/27 08:44 # 답글

    덕분에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영화정보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직접 보는 기회도 자주 가지게 되어 너무 감사합니다!
  • 잠뿌리 2018/10/16 15:40 #

    별말씀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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