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델볼롱 (Sundelbolong.1981) 2019년 인도네시아 영화




1981년에 인도네시아에서 ‘시소로 고타마 푸트라’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시기적으로 최초의 순델볼롱 소재의 영화로 기록되어 있으며 시소로 고타마 푸트라 감독이 만든 순델볼롱 시리즈 첫 번째 작품이다.

내용은 ‘미미’란 별칭을 가진 포주 밑에서 일하던 창녀 ‘알리사’가 어느날 손님으로 온 ‘헨다토’를 만난 후 사랑에 빠져 그의 도움으로 창녀 생활을 청산하고 결혼을 하여 새로운 삶을 살게 됐지만, 헨다토가 멀리 일을 하러 간 사이. ‘루디’라는 부티크 사업가가 접근해 와 유혹을 한 걸 거절했다가, 그에 앙심을 품은 루디가 미미와 결탁을 해 부하들을 보내 알리사를 강간하고. 법원은 가해자인 그들의 손을 들어주었으며, 의사가 낙태에 대한 조언을 해준 것까지 안 좋게 들려 멘탈이 완전 무너진 알리사가 아기의 환영을 보면서 죄책감을 느끼고 절망한 끝에 욕실에서 자살했다가 ‘순델볼롱’이 되어 복수하는 이야기다.

타이틀 순델볼롱은 인도네시아 자바 신화에 나오는 귀신이라서 우리나라로 치면 ‘도깨비’, ‘구미호’ 같은 고유 명사이기 때문에 작중 순델볼롱 배역으로 출현한 여배우 ‘수잔나’의 이름을 따서 순델볼롱(수잔나)로 표기한다. (수잔나는 80년대 인도네시아 영화계의 호러 퀸이라 불리며 수많은 영화에 출현한 배우다)

순델볼롱은 ‘창녀’란 뜻의 순델(Sundel), '구멍‘이란 뜻의 ’볼롱(Bolong)'의 합성어다. 결혼을 하지 않고 혼전 임신을 한 채로 사망했을 때 무덤에서 아이를 낳거나, 혹은 출산 중에 사산한 여성의 영혼이다.

긴 검은 머리에 하얀 옷을 입고 앞모습을 보면 아름다운 여성으로 좋은 향기가 나지만 뒤를 돌아서서 등을 보이면 시체 썩은 악취가 나며, 긴 머리카락으로 가리고 있는 등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처녀 귀신 ‘꾼띨아낙(Kuntilanak)’과 동일시되지만, 등에 구멍이 난 차이가 있고, 그 구멍은 아기가 태어날 때 뚫고 나온 것이라고 전해진다.

지나가는 남자를 홀려서 성관계를 하는데, 만약 성관계를 거부하면 격노하며 고환을 떼어가서 거세시킨다고 한다.

본작에서는 알리사가 아예 창녀 출신이지만 연인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됐지만, 부디와 미미 일당에 의해 인생이 망가지고 법, 의학. 어느 쪽에도 도움을 받지 못한 채 목숨을 끊고 귀신이 되어 스스로 복수하는 것으로 나온다.

전반부는 알리사가 행복한 결혼식을 올리지만 나락으로 떨어지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고, 후반부로 넘어가서 순델볼롱이 된 알리사가 원수들을 하나 둘씩 죽이기 시작하고. 인간 여자 ‘신타’로 변신해 남편 앞에 나타나 귀신과 인간의 이중생활을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핵심적인 내용이 귀신의 복수극이기 때문에, 남편과의 로맨스가 부각되지는 않지만, 그 애틋한 사랑이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로맨스는 갖췄다.

최초의 순델볼롱 영화라서 ‘꾸양’이나 ‘빨라식’처럼 머리에 내장 기관을 단 채 하늘을 날아다니는 폼이 나오는데. 그때의 머리가 꾸양, 빨라식은 사람 머리인 반면. 본작에선 해골 얼굴에 머리카락만 생전의 것이 달린 모습으로 나오며 단순히 깜짝 놀래키는 용도 밖에 없다.

80년대 영화라서 공포 효과라고 넣은 게 지금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옛날 놀이공원의 ‘유령의 집’ 수준의 특수효과로 나온다. 가장 자주 나오는 연출이 머리카락 달린 해골 머리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영구와 땡칠이’ 수준이라고 깔 수도 있는데. 이 작품은 1981년에 나왔다. 영구와 땡칠이와 비교하기에는 너무 옛날 작품이다.

그리고 사실 그런 연출이 아날로그 감성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조잡해서 유치하게 보일 수도 있으나, 지금 봐도 유치하지 않고 괜찮은 장면도 몇 개 있다.

우선 수잔나의 순델볼롱 배역 자체가 캐스팅이 좋은 편이다.

별다른 분장을 추가하지 않아도 긴 머리카락에 하얀 수의, 스모키 화장을 하고 나와서 무서운 표정으로 노려보며 가운데 손가락을 수직 뻑큐 자세로 척 들어 가리키는 것으로 타겟을 지정하고 요술을 사용해 원수를 참살하는 이미지 자체는 꽤 간지 난다. (북두신권에서 켄시로가 손가락으로 적을 가리키며 ‘니이찡 쓰러(너는 죽어 있다)!’라고 대사 치는 느낌이다)

엽기적이긴 하지만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씬도 몇 개 있다.

포장마차에 가서 꼬치 요리를 잔뜩 가지고 와서 양손에 꼬치를 들어 빨리 먹기 먹방을 찍고, 육수가 담긴 솥을 솥째로 들어 벌컥벌컥 들이키는데 먹은 것들이 등에 뚫린 구멍으로 빠져 나와서 사람들을 놀래키는 씬. 출구 없는 벽돌 환영 미로에 가둬놓고 뽀쫑으로 변신해서 비석으로 원수를 찔러 죽이는 씬. 그리고 극 후반부에 최종 보스를 잡기 전에 적 4명을 동시에 참살할 때 환영으로 이루어진 4개의 팔을 무슨 마징가 Z 로켓펀치마냥 발사해서 떼몰살시키는 씬 등이다.

자기 손으로 직접 원수들 다 처단하고. 뒤늦게 그 사실을 안 남편과 사람들이 몰려와 명복을 빌어주는 걸 뒤로 하고 성불해 사라지는 결말이라 엔딩 자체도 깔끔한 편이다.

결론은 추천작. 80년대 영화라서 지금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다소 유치하고 조잡한 분장이 눈에 걸리긴 하지만, 꽤 인상적인 씬이 몇 개 나오고. 최초의 순델볼롱 영화란 것에 의의가 있으며, 수잔나가 순델볼롱 배역에 워낙 잘 어울려서 나름대로 카리스마 있게 등장해 존재감을 뽐내서 부족할 수도 있는 내용을 캐릭터로 커버를 쳐서 볼만한 구석이 있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본작에서 알리사/순델볼롱의 남편인 헨다토 역으로 나온 배우는 네덜란드/인도네시아 혼혈인 ‘배리 프리마’다. 80년대 인도네시아 액션 영화의 주인공으로 자주 출현한 배우로 작중에서 루디 일당에게 집단 폭행당해 위험에 처하는 씬이 나오는데. 배리 프리마가 액션 영화에 출현한 이미지를 생각해 보면 엄청 파워 다운된 느낌이다. (태권도 유단자로 스펙과 액션 영화에서의 활약상만 보면 인도네시아의 이소룡급인데)


덧글

  • 시몬벨 2018/09/24 23:05 # 삭제 답글

    귀신이랑 자기 vs 고자되기 라니 이런건 또 처음보네요. 순델볼롱이랑 자면 정기를 빨려 죽나요?
  • 잠뿌리 2018/09/25 00:14 #

    영화, 단편 애니메이션에서는 대부분 순델볼롱한테 권유나 유혹을 받았다가 곧바로 등에 구멍난 본모습 보고 도망치는 내용으로 끝나서 거절/고자 되는 씬 미디어믹스에서는 없었습니다.
  • 무한오타 2019/06/14 17:42 # 삭제 답글

    영화 '수사나-산 채로 묻힌 여자 Suzzanna: Buried Alive, 2018'의 감상문을 적던 중 ‘순델볼롱’에대해 알아보다가 잠뿌리 님의 블로그를 알게 되었습니다. 정보 감사합니다^^
  • 잠뿌리 2019/06/16 00:54 #

    별말씀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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