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지: 죽은 자의 저주 (Happy Birth Death, 2016) 2018년 개봉 영화




2016년에 ‘돈 호에’ 감독이 만든 말레이시아산 호러 영화. 원제는 생기쾌락(生忌快樂). 영제는 ‘해피 버스 데스’. 한국에서는 2018년에 개봉했다.

내용은 ‘앨리스’의 생일날 고급 저택 한 채를 빌려 생일 파티를 열었는데, 앨리스의 친구 ‘준’이 잠시 화장실에 갔다가 집안을 돌아보던 중. 정신을 잃고 깨어났더니 집안에 혼자 남아 집안에 깃든 귀신들과 조우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의 한국판 번안 제목은 ‘그루지: 죽은 자의 저주’라서 언뜻 보면 그루지(주온의 해외판 제목) 시리즈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전혀 관련이 없는 작품이다.

같은 점이 있다면 집에 귀신이 출몰해 사람들이 떼몰살 당하는 것 밖에 없다.

본작에 나오는 집은 40년대, 60년대를 거쳐 같은 장소에서 죽은 사람들이 귀신이 되어 지박령으로서 집에 속박되어 있는데, 보름달이 뜨는 밤에 심령 현상이 발생해 사람들이 죽어 나간다는 게 메인 설정이다.

근데 그런 중요한 사실이 지나가는 대사로 밝혀지고, 먼 옛날 그 집. 아니, 정확히 집터에서 발생한 사건은 시대적으로 보나 상황적으로 보나 연관성이 전혀 없어서 좀 어거지로 마구 쑤셔 넣은 느낌이다.

1940년대 때 일본이 태평양 전쟁을 터트리고 말레이 반도를 점령해 군정 체제를 설립했을 때, 중국인을 숨겨진 말레이시아 주민을 습격해 여자를 강간하고 밥을 차리게 했다가 쥐약 들어간 음식 먹고 독살 당했는데. 일본군이 두 번째로 쳐들어 왔다가 일본의 패망 소식 듣고 주민들 싸그리 베어 죽이고 본인들도 할복해 죽어서.. 1차적으로 말레이시아 주민. 중국인. 일본군의 귀신이 집터에 깃들어 있는 상황에, 60년대 들어서 알콜 중독에 빠진 음악가와 10대 아이 정도의 나이인데 기저귀를 차고 머리가 홀랑 빠진 골룸 같은 기형아 아들이 2차적으로 귀신이 되어 깃들어 있다.

즉, 집안에 깃든 귀신이 40년대 귀신, 60년대 귀신인데 말레이시아 주민 귀신은 ‘내 집에서 나가!’ 이러고, 기형아 아들 귀신은 ‘누나 나랑 놀자!’ 이러고, 음악가 아버지 귀신은 ‘나랑 같이 가자!’ 이러고, 일본군 장교 귀신은 밑도 끝도 없이 칼로 베어 죽여서 귀신들의 행동 패턴이 제각각 다르다.

주온처럼 집안에 들어온 사람은 무조건 죽인다! 이 법칙이 적용되기는 하는데, 왜 죽이는지 그 동기가 나오지 않고 귀신들마다 목적이 달라서 일관성이 없다.

각 귀신들의 사연은 준이 플래시백 효과로 집터에 있었던 과거의 일을 볼 때 밝혀지는데 그것도 어떤 법칙에 따른 게 아니라.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는데 대뜸 과거 회상 모드로 들어가 ‘실은 사연 있는 귀신이었습니다’ 이렇게 나와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막판에 밝혀진 반전은 준이 혼자 남은 건 앨리스의 장난이었는데. 앨리스가 좋아하는 션이 준을 좋아해서 장난을 기획한 것이고 그 이후, 다툼이 벌어져 앨리스가 준을 2층에서 밀어 죽이고. 장난에 동참한 친구들이 대뜸 준은 착한데 앨리스가 못됐고 그녀에게 선동 당했으니 공범 취급 받기 싫다며 다 떠나고. 양영이 준을 찔러 죽이며 앨리스에게 사랑을 고백한 후. 앨리스에게 마비약을 먹여 못 움직이게 한 뒤 그 자리를 떠나자 준이 귀신으로 부활해 앨리스가 귀신에게 끔살 당하고. 실은 앨리스의 친구들과 양영도 이미 귀신들한테 떼몰살 당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혼돈, 파괴, 망각이 따로 없는 이 막나가는 전개가 극 후반부와 엔딩에 걸쳐 몰아서 나오기 때문에 스토리 정리가 하나도 되어 있지 않다.

아무리 스토리를 즉홍적으로 썼다고 해도 개연성은커녕 이야기 구성의 기본을 갖추지 않은 채 막 나가서 스토리의 완성도가 심연의 어비스 밑바닥으로 떨어졌다.

각각의 이야기 연결이 전혀 안 되는데 그 모든 걸 단순히 앨리스의 생일날 벌어진 일들이라서 ‘해피 버스 데이’를 ‘해피 데스 데이’라 표기해 억지로 묶어 버린 거라 뻔뻔하기 짝이 없다.

캐릭터 운용도 매우 나쁘다. 준과 션이 썸을 타고, 앨리스가 끼어서 삼각관계를 이루지만.. 본편 스토리의 절반 이상이 앨리스를 제외한 다른 캐릭터가 일절 나오지 않고 거의 준 혼자 나오기 때문에, 나머지는 죄다 단역이라서 파티 참가자 수가 많은 것에 비해 누구 하나 밥값을 하지 못한다.

보통, 이런 류의 영화라면 파티 참가자들이 하나 둘씩 귀신들한테 죽어 나가야 되는데. 그런 게 전혀 없이 에필로그 때 한방에 몰아서 죽이니 대체 왜 이렇게 만든 건지 모르겠다.

결론은 비추천. 귀신 설정은 일관성이 없고, 스토리 정리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밑도 끝도 없이 귀신을 쑤셔 넣고선 플래시백을 통한 과거 회상으로 퉁-치고 넘어가서는 되도 않는 이중삼중 반전을 집어넣었으며 캐릭터 운용까지 나빠서 스토리의 완성도가 처참한 수준으로 낮아서 영화 자체의 질이 떨어지는데다가, 한국 한정으로 내용상 전혀 관련이 없는데 인기 타이틀의 시리즈로 사람을 낚아 기만하기까지 한 졸작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말레이시아 영화지만 언어는 말레이어가 아니라 중국어가 사용됐는데.. 정작 중국에서는 개봉하지 않았고. 말레이시아와 한국에서만 개봉했다.

본작의 제작사인 ‘풀 빌리언 엔터테인먼트’가 위치한 곳이 말레이시아의 페낭 섬으로 중국계의 비중이 다른 주에 비해 높은 곳이라 그런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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