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무 (1976) 귀신/괴담/저주 영화




1976년에 ‘박윤교’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제목 원무의 뜻은 원망할 ‘원’과 춤출 ‘무’로 작중 이조 시대 무당 귀신이 추는 ‘주살의 춤’을 의미한다. (원무의 무가 무당 ‘무’자가 아니다)

내용은 고고학 교수 ‘이동혁’이 강원도에 있는 조상묘를 발굴하던 도중, 500년 전 이조 시대 때의 것으로 추정되는 무당의 미이라를 발견했는데, 대학 박물관에 사정이 생겨서 동혁의 집 지하에 미이라를 잠시 보관하게 됐다가, 동혁의 아내 ‘수정’에게 500년 묵은 무당 귀신이 씌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은 1973년에 ‘윌리엄 프레드킨’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엑소시스트’에 영향을 받았다. 당시 엑소시스트가 한국에 개봉했을 때 한국 번안 제목은 ‘무당’이라서, 본작은 아예 홍보 슬로건으로 ‘이것이 한국판 무당이다!’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그래서 언뜻 보면 엑소시스트의 아류작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꽤 다르다.

엑소시스트와 동일한 건 고분에서 발굴한 유물이 악마를 상징하는 것, 그리고 그로 인해 사람의 몸에 악마가 씌인 빙의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 정도 밖에 없다.

엑소시스트는 악마가 사람 몸에 빙의했는데 본작은 무당 귀신이 사람 몸에 빙의한 것이라 그 차이가 매우 크다.

작중의 무당 귀신은 뜬금없이 튀어나온 게 아니라 500년 전 조상대에 걸친 원한이 이어져 내려온 ‘인연령’으로 나온다.

500년 전 주인공 집안의 조상인 이 대감 집안에 의해 가족을 잃고 혼자 남은 ‘성 낭자’가 부모의 원수를 갚기 위해 무당이 되어 ‘주살의 춤’을 추어 이 대감 집안의 자제를 죽음으로 몰고간 것을 들켜서 결국 붙잡혀 죽었는데. 귀신이 되어 돌아왔다가 지나가던 고승에게 제압당한 뒤. 머리에 염주가 씌어져 봉인된 것이다.

조상대에 걸친 원한이란 설정과 무당 귀신에 씌인 수정이 발레 공연을 하는데 빙의 상태가 되어 무당춤을 추는 것 등. 의외로 스토리에 개연성이 있다.

히로인이 무당 귀신에 씌여서 무당 옷을 입고 무당 행세를 하는 게 글로만 ‘어디가 무섭냐?’라고 할 수 있는데. 실제 비주얼은 생각보다 꽤 오싹하다.

멀쩡했던 아내가 갑자기 무당 옷을 입고 집안을 돌아다니고, 한밤중에 무당 춤을 추고, 장구를 치며, 계도를 휘두르며 춤을 추는데다가, 급기야 무당 귀신의 목소리로 죽음의 예언을 하니 호러블하다.

상대가 무당 귀신이니까 무당을 불러서 굿을 해도 소용이 없고, 막판에 가서는 무당 옷과 장비 일체를 갖추고 계도를 들고 습격해 오니 공포물에 충실하다.

배경 음악은 실제 굿하는 소리를 더빙해 넣어서 리얼하게 다가온다.

설상가상으로 무당 귀신의 혼에 씌인 게 아내이기 때문에, 무작정 퇴치를 하거나 제압을 할 수도 없고. 아내를 죽여서까지 귀신을 봉인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갈등을 빚는데, 그 와중에 무당 귀신이 주인공 집안 씨를 말리겠다고 덤벼들면서 극 전개가 긴박하게 흘러가 몰입해서 볼 수 있다.

마지막에 가서 부처님의 도움으로 망령을 물리쳐 기승전불교라는 한국 고전 호러 영화의 클리셰를 따르긴 하지만, 그 전에 귀신의 존재를 파악하고 그 대처 방법을 강구하는 게 심령과학자의 도움을 받은 것이라. 초자연적인 현상을 심령과학으로 풀어내는 게 꽤 흥미진진하다.

그 심령과학 부분이 엑소시스트(1973)와 차별화된 부분 중 하나인데. 본작에 나오는 것은 일본의 70년대 심령 붐의 영향을 받은 느낌이 강하다.

실제 심령과학은 19세기말 영국에서 시작했고 일본에서는 1920년대 때 심령과학 연구회가 설립되면서 본격적으로 소개됐는데, 70년대에 들어서 일본의 만화가 ‘츠노다 지로’의 ‘공포신문’, ‘등 뒤의 햐쿠타로(국내판 제목: 등 뒤의 혼령)’ 등의 괴기 만화가 히트를 쳐서 심령과학 붐이 일어났었다.

본작의 심령과학자은 ‘등 뒤의 햐쿠타로’에 나온 우시로 심령 과학 연구소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 죽은 자의 혼을 강령술로 불러내 정보를 얻는 이벤트를 예로 들 수 있다.

단, 등 뒤의 햐쿠타로에서는 엑토플라즘으로 죽은 이의 혼을 불러내 정보를 얻었는데. 본작에서는 불경을 외우며 자신의 몸에 혼을 빙의시켜 정보를 얻는 것으로 묘사된다.

부처님의 도움을 받는 것 자체도 그냥 받는 게 아니라, 주인공이 가족을 지키고 아내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던지려 한 순간. 부처님이 나타나 망령을 쫓아서 구해주는 것이라 극적인 상황 속에 나와서 나름대로 감동적인 구석이 있다.

해피 엔딩으로 깔끔하게 끝난 것도 좋다. 요즘 같았으면 에필로그 때 ‘아직 끝난 게 아니랑께’라고 불안의 씨앗을 남길 텐데 그런 것 없이 딱 좋게 끝나는 건 고전 영화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은 추천작. 엑소시스트의 영향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마냥 아류작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한국 현지화를 시킨 설정이 독특하고 개성적이며, 나름대로 오싹한 연출과 개연성 있는 스토리까지 갖추고 있어서 한국판 엑소시스트란 말이 너무 잘 어울려서 생각보다 괜찮은 작품이다.


덧글

  • 무명병사 2018/09/22 04:36 # 답글

    https://www.youtube.com/watch?v=lf_E5pFpGyk
    에서 봤는데 말씀하신 대로 괜찮더군요. 저는 곤지암보다 10배, 장산범보다 3배 낫다고 생각합니다.
  • 역사관심 2018/09/22 05:46 #

    글 보고 보려고했는데 (어제 '망령의 웨딩드레스'도 봤습니다), 링크 감사드립니다. 참 좋은 세상이라는...
  • 잠뿌리 2018/09/25 00:09 #

    독창성적인 부분에서 최근 몇년 사이에 나온 한국 영화보다 더 낫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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