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령의 웨딩 드레스 (1981) 귀신/괴담/저주 영화




1981년에 박윤교 감독이 만든 호러 스릴러 영화.

내용은 신달 산업 사장 ‘김영하’가 차를 몰고 가다가 가수 지망생인 19살 소녀 ‘임정임’이 히치하이킹 하는 걸 보고 서울까지 차를 태워 준 다음, 그 인연으로 ‘곽 노인’이 홀로 일하는 별장에 직원으로 취직까지 시켜 줬는데. 모종의 사건으로 그녀와 불륜 관계가 되었다가 정임이 후처의 권리를 주장하면서 아이까지 갖게 되어 아기 문제로 다투던 중, 실수로 그녀를 죽게 만들어 우물에 빠트려 시체를 유기한 뒤, 1개월이 지나자 정임의 귀신이 주위에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은 과거 회상만 보면 불륜을 소재로 한 치정극이고, 현실로 돌아오면 정임의 귀신이 나타나 영하의 가족을 위협하는 귀신물이 됐다가, 반전과 함께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면서 사이코 스릴러로 바뀐다.

과거 회상이 전체 내용의 약 1/3을 차지해서 그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서 회상 구간의 내용이 다소 늘어지고. 극 후반부에 드러난 반전이 치밀한 설계 하에 만들어진 게 아니라 좀 급조된 내용을 어거지로 끼워 맞춘 경향이 커서 스토리의 밀도가 좀 떨어진다.

정확히는, 영하가 저지른 원죄인데 이게 스토리 전반부에는 아무런 복선, 암시도 없다가 중반부로 넘어갈 때쯤 갑자기 툭 튀어나온 수준으로 떡밥을 던졌다가 반전이 공개되면서 회수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못했다.

정확히는, 영화가 신달 산업의 사장이 되기 전인 5년 전 前 사장 부부가 목을 매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그게 원죄의 시작이란 설정인데. 이게 처음부터 밑밥을 깔아놓은 게 아니라 중반부에 뜬금없이 암시를 던져서 뭔가 이야기 순서가 잘못됐다.

반전 자체도 그리 신선한 편은 아니다. ‘귀신이 저지른 일인 줄 알았는데 실은 사람의 소행이었다!’라는 반전인데 이건 옛날부터 자주 쓰여 온 페이크 귀신물의 클리셰라서 그렇다.

다만, 귀신물 파트에서 몇몇 장면과 사건의 진상이 밝혀진 후반부에 캐릭터 입장이 역전되는 전개는 그냥저냥 볼만하다.

전자는 영하가 정임 귀신의 전화를 받고 새벽에 공동묘지로 찾아가 일 대 일 대결을 벌이는 씬과 정임 귀신 때문에 영하가 정신이 반쯤 나가서 무당을 불러 굿을 하게 됐는데 관속에서 무당 옷 입은 정임이 벌떡 일어나 언월도를 목에 겨누며 관에 들어가라고 위협하는 환영을 보는 씬 등을 손에 꼽을 수 있고. 후자는 사건의 영하가 완전한 악역으로 각성해 로프를 들고 영임, 곽 노인을 죽이려고 쫓아가면서 사이코 스릴러를 찍는 장면이다.

근데 영하의 포지션은 좀 애매한 구석이 있다. 한순간의 욕정을 참지 못해 여자를 범해 불륜관계가 됐지만, 여자 쪽의 과도한 집착과 협박으로 스트레스를 받다가 의도치 않은 살인을 저질렀는데. 자수하지 않고 시체 유기를 해서 은폐했다가, 여자가 귀신이 되어 돌아와 자신뿐만이 아니라 가족이 전부 위험에 처해서 미치기 일보 직전인 상황에서, 실은 그 모든 게 원한을 품은 누군가에 의한 복수였다는 진실이 밝혀지자, 격노해서 사건의 진범 죽여 버리겠다고 덤비는 전개가 이어져서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를 넘나들어서 관점이 애매해졌다.

본작을 관람하는 관객 입장에서는 대체 어느 쪽에 감정을 몰입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된 거다.

지금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남자 주인공 김영하의 설정, 대사, 리액션은 여자 혐오 요소의 총 집합이라서 까일 만 하긴 하지만, 귀신이 대뜸 나 억울하게 죽었으니 니 아들 내 무덤에 묻어줘 이러는데. 귀신의 관점에 몰입해 ‘그래, 주인공이 존나 잘못했으니 죄 없는 아들을 제물로 바쳐라.’ 이럴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

불륜관계에서 바람 난 남자의 무책임한 태도와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신의를 저버리는 행위 등등. 사회 부조리를 비판한 것이라 볼 수도 있는데 이게 사실 극 후반부에 추가된 반전에서 작중 캐릭터가 직접 대사로 옮는 부분이라 엄청 작위적이다.

게다가 비판 메시지가 가슴에 와 닿지 않는 게, 영하가 불륜관계를 저질렀고 바람의 대상이 자신의 아이를 가지자 자신의 사회적 체면과 본처 가정을 지키기 위해 아이를 지우라고 강요하는 건 정말 나쁜 행동이긴 하나. 정임의 집착과 구애가 좀 광기어린 수준인 데다가, 귀신이 되어 나타났을 때 영하를 직접 타겟팅하기만 한 게 아니라. 아무 죄도 없는 영하의 아들을 해치려고 하는 게 과해서 정임 쪽이 스스로 말로는 억울하게 죽었다고 하는데 본편 스토리 내에서의 모습(반전이 나오기 전)은 순수한 피해자로 볼 수 없어서 그렇다.

보통, 귀신의 한을 소재로 한 작품에서 귀신이 100% 피해자로 나온 것과 좀 다른 느낌인 것이다.

네이버 영화 소개란에는 영하가 우물에 빠져 죽는다고 잘못 표기되어 있는데, 실제 본편에서는 반쯤 미친 영하가 로프, 도끼 들고 정임과 곽 노인을 죽이러 쫓아가다가 한달 전 곽 노인이 우물가에 걸어 둔 빨랫줄에 목이 걸려 죽는다.

헌데, 이게 부비트랩 개념으로 설치한 게 아니고 진짜 문자 그대로 빨랫줄을 걸어둔 건데 거기에 목이 감겨 졸려진 것도 아니고. 달리다가 밧줄에 목에 걸려 넘어진 건데 피를 뿜으며 죽어서 좀 황당하다. (프로 레슬링으로 치면 크로스 라인(래리어트) 한 방 맞은 느낌인데 말이다)

결론은 평작. 불륜 치정극으로 시작했다가 귀신 공포물로 진행된 후 사이코 스릴러로 귀결되는 작품으로 본편 스토리에 다소 개연성이 없어서 스토리적인 부분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반전 의존도가 큰데 반전 내용이 식상한 편이라 뭔가 와 닿는 게 없지만.. 귀신 파트의 몇몇 장면이 기억에 남고, 반전이 공개된 직후 작품이 끝나는 게 아니라 주인공의 입장이 역전돼서 사이코 스릴러 전개로 이어지는 게 인상적이라 영화 만듦새가 엉성하긴 하지만 최소한의 볼거리는 있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작중에서 ‘임정임’ 배역을 맡은 배우는 KBS 탤런트 출신인 ‘선우은숙’이다.


덧글

  • 시몬 2018/09/22 00:22 # 삭제 답글

    장르에 코메디도 넣어야 할 것 같습니다. 미쳐 날뛰다가 스스로 빨랫줄에 목이 잘려 죽다니 이 무슨...
  • 잠뿌리 2018/09/25 00:09 #

    정확히는 달리다가 앞을 못보고 빨랫줄에 목이 걸려서 뒤로 자빠져 죽는 건데 이게 목에 감긴 것도, 목이 잘린 것도 아닌데. 갑자기 압에서 피를 뿜으며 죽으니 황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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