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탄의 노예 (Pengabdi Setan.2017) 2019년 인도네시아 영화




1980년에 ‘시소로 고타마 푸트라’ 감독이 만든 인도네시아산 공포영화를, 2017년에 ‘조코 안와르’ 감독이 리메이크한 작품. 한국의 CJ E&M과 인도네시아 제작사 ‘라피 필름’이 공동 제작했다.

내용은 ‘리니’의 어머니 ‘마와르니 수우노’가 병에 걸려 가수 시절 부른 노래의 로열티가 바닥이 나고, 치료비를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해, ‘토니’, ‘본디’, ‘이안’의 세 남동생과 아버지와 함께 가족 전원이 자카르타 외곽의 낡은 집에서 사는 할머니 ‘라흐마 사이다흐’에게 신세를 지게 됐는데. 침대에서 일어서지 못해 종을 흔들어 도움을 청할 정도로 어머니의 건강이 악화된 상황에서, 장남 토니가 가족을 돕기 위해 오토바이 및 개인 소지품을 팔기까지 했지만.. 어머니가 뭔가에 놀라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할머니까지 우물에 빠져 죽는 참사가 벌어지고, 아버지는 일자리를 구하러 나간 사이. 집안에 아이들만 남아 있을 때 어머니를 닮은 귀신이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은 1980년에 나온 원작의 리메이크판이지만 제목만 동일할 뿐. 본편 스토리는 많이 다르다.

원작은 부유한 집안의 가족 구성원이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종교를 멀리하다가 새로 고용한 가정부가 실은 사탄 숭배자라서 종교를 믿지 않은 가족을 해치려고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였던 반면. 본작은 죽은 어머니를 닮은 귀신이 가족들 앞에 어른거리는데, 실은 어머니가 생전에 사탄 숭배자로서 마지막 아이가 7살이 되기 전에 사탄한테 바쳐야 해서 사탄 컬트 집단의 실체가 드러나는 이야기라서 그렇다.

단, 메인 스토리가 사탄 컬트 집단의 이야기이긴 해도. 직접적인 위협을 가해오는 것은 귀신들이란 점이 원작과 동일하다.

작중 사탄 컬트 집단은 검은 정장을 입고 우산으로 얼굴을 가린 채로 집 밖 숲속에 출몰해 사가 씨앗을 흩뿌리며 상황을 지켜보기만 할 뿐이다. (사가 씨앗은 인도네시아에서 식용이나 장식용으로 사용하는 빨간색의 씨앗이다)

오히려 집 근처 무덤에서 나타난 귀신들이 떼거지로 집으로 몰려와 좀비 같은 기세로 개떼 러쉬를 감행한다.

원작에서는 그 귀신들이 좀비, 흡혈귀처럼 묘사됐는데. 본작에서는 그것보다 인도네시아 전통 귀신인 ‘뽀쫑(Pocong)’으로 묘사되어서 공통적으로 하얀 천에 감싸인 모습을 하고 있다. (사실 원작에 나온 귀신도 엄밀히 말하자면 뽀쫑이다. 생긴 게 좀비, 흡혈귀라서 그렇지. 작중 리타의 남자 친구인 ‘헤르만’의 대사로 사람이 죽어서 40일 정도 이승을 떠도는데 그동안 저승에 가지 못하면 뽀종이 된다는 대사가 나온다)

근데 사실 뽀쫑 귀신들은 워낙 늦게 등장을 하고, 사탄 컬트 집단은 나와서 가오만 잡을 뿐이며, 집안 가구가 움직이거나 문이 저절로 닫혀 잠기는 폴터가이스트 현상 정도만 나와서 공포 씬의 볼륨 자체는 원작보다 커졌는데 실속은 좀 없는 편이다.

집안이 가난하다고 해도 집 자체는 무려 2층 양옥집 구조라서 꽤 넓은데도 불구하고, 작중 인물들의 행동반경은 대단히 좁고 걸핏하면 문이 잠기는 연출이 나와서 하우스 호러물처럼 분위기 잡아 놓고 어중간하게 극을 진행한다.

지하실, 다락방 같은 건 일체 없고, 그나마 우물가가 있긴 한데 이게 그 공간의 무서움을 살리기 보다는, 단순히 우물에 빠지는 것과 우물귀신의 단발적인 이벤트로만 사용해서 배경의 활용도가 낮은 편이다.

하지만 병으로 돌아가신 어머니가 실은 사탄 숭배자였고 집안 막내가 아버지의 친자식이 아니라 어머니가 사탄 컬트 집단에 의해 임신해 출산한 사탄의 자식으로 7살이 돼서 사탄한테 양도해야 할 아이라서 가족이 위기에 처한다는 게 메인 스토리가 되어 사타니즘 소재의 밀도가 대폭 상승했다. 원작에서 새로 고용된 가정부가 사탄 숭배자였다는 단순한 설정과 비교가 안 된다.

원작에서 키아이(이슬람교의 율법자)가 막판에 뜬금없이 나타나 사탄 숭배자를 물리치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 역할을 했던 게 본작에서는 리니의 남자 친구 헨드라의 아버지라서 헨드라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후 실의에 빠졌다가, 리니 가족이 위험에 처했을 때 못 본척한 이후 막판에 가서 귀신들한테 살해당하는 것으로 바뀌어 가족의 위기가 증폭되기 때문에 스토리적으로 원작보다는 나은 구석도 있다.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것도 원작에서는 사탄 숭배자가 막판에 가서 자신의 정체와 목적을 셀프 고백하는 걸로 퉁-치고 넘어간 반면. 본작에서는 나름대로 여주인공 포지션인 리니가 직접 조사에 나서고. 남자 친구 ‘헨드라’도 원작에선 단순히 가정부가 수상하다는 말만 했다가 죽어서 귀신이 된 것에 비해. 본작에선 리니와 함께 조사에 나서서 진실에 접근했다가 결정적인 단서를 가지고 돌아오던 길에 죽는 것으로 나와서 캐릭터의 역할이 커졌다.

할머니가 사후 귀신이 되어 나타났을 때 적대시하지 않고 오히려 도움을 준 것과 할머니 생전의 지인이자 할아버지의 친구였던 ‘부디만’이 구원자급 활약을 하는 것 등등. 본작의 오리지날 캐릭터도 각자 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다해서 등장인물 수가 원작의 2배 이상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캐릭터 비중 배분은 무난한 편이다.

귀신의 목표가 단순히 가정의 파괴가 아니라, 가정 내에 가장 약자인 아이를 표적으로 삼고. 그것도 선천적인 병 때문에 말을 못하는 막내 아이를 타겟팅하여 어린 아이들을 위협하는 게 긴장감을 자아내서 원작보다 더 스릴이 있다.

호러 영화로서의 공포도는 좀 미묘한 구석이 있는데. 작중에 마와르니 닮은 귀신이 등장하는 씬은 제법 무섭지만 그게 정말 찰나의 순간에 스치고 지나가듯이 나와서 공포가 유지되지 않는다. 정지된 화면의 컷 하나로 놓고 보면 무서운데 영상으로 이어서 보면 순식간에 지나가서 그런 것이다.

마와르니가 병 때문에 침상에 누워 종을 흔드는 것 밖에 못하는데 뭔가에 겁에 질려 종을 미친 듯이 흔드는 것을 바탕으로 해서 리니가 꾸는 데자뷰 악몽. 리니가 인도네시아의 기도 가운인 ‘무케나’를 입고 기도를 하는데 기도 가운 아래쪽에서 귀신이 튀어나오는 씬, 본디가 배경 사진을 넘겨서 보는 장난감 카메라를 가지고 놀다가 귀신이 찍힌 사진을 보고 깜짝 놀라는 씬 등을 손에 꼽을 수 있다. (여기서 무케나(Mukena)는 허리와 엉덩이 아래까지 덮는 망토 달린 기도 가운으로 얼굴 구멍만 쏙 빼놓은 형태의 옷인데. 이걸 입은 채로 팔을 움직이지 않고 절을 올린다)

폴터가이스트 현상에 의존하지 말고 마와르니 귀신을 좀 더 활용했다면 공포물로서의 밀도가 더 올라가지 않았을까 싶다.

결말은 원작이 알라 천국 불신 지옥이라 선교의 성격이 짙은 것에 비해 본작은 주인공 가족이 결국 살던 집을 떠나 다른 곳에 정착하는 엔딩으로 서양의 하우스 호러 영화처럼 끝나는데. 정착한 새 집의 이웃이 사탄 숭배자고 그중 여자 쪽은 아예 원작에 나왔던 ‘다르미나’라고 나와서 시계열이 원작보다 앞의 시간대로 프리퀼로 귀결된다.

결과적으로 본편에서 벌어진 사건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도망도 어중간하게 친 상황이라, 엔딩은 깔끔하지 못하지만 이게 후속작을 염두해 둔 결말이라 그런 것이고. 감독 인터뷰에 따르면 원작과 본작, 그리고 후속작까지 하나로 엮은 3부작으로 기획했다고 한다.

결론은 추천작. 공포 영화로서 호러블한 장면이 몇 개 있긴 한데 그걸 길게 유지되지 못하고 순식간에 지나가는 단발적인 이벤트에 그치고, 배경과 공간을 적절히 활용하지 못해서 하우스 호러물의 특성을 살리지 못한 게 아쉬움이 남으며, 귀신과 사탄 컬트 집단 묘사의 밀도가 낮은 게 아쉽지만, 사타니즘 설정 자체는 원작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디테일해져 전체 스토리를 관통하는 중요한 요소가 됐고, 연출적인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는 것뿐이지 스토리 자체는 원작보다 더 나아진 부분도 있어서 볼만한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본작은 인도네이사 현지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2017년 11월을 기준으로 인도네시아 관객 동원수 400만명을 넘어가 인도네시아 영화사상 가장 티켓이 많이 팔린 작품이 됐다. 인도네시아 내에서 열린 여러 영화제의 상을 싹쓸이하기도 했다.

덧붙여 본작은 촬영 장소를 섭외하는 게 어려웠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원작의 시간대가 80년대라서 본작을 만든 조코 안와르 감독이 80년대 느낌을 유지하고 싶어해서 도시 외곽에 있는 낡은 집을 찾아다녔는데, 자카르타 남동쪽 200킬로미터에 위치한 ‘판갈렝간’ 시 근교의 오래된 집을 찾아내 그곳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추가로 1980년판 원작의 영제는 ‘Satan's Slave’인데 본작의 영제는 ‘Setan Devotees’다. (굳이 한역하면 전자는 ‘사탄의 노예’, 후자는 ‘사탄의 추종자’다)

단, 인도네시아판 제목은 ‘Pengabdi Setan’으로 동일하다.


덧글

  • 먹통XKim 2018/09/20 20:45 # 답글

    CJ 로고가 왜 나오나 했더니 한국 자본 참여작이었더군요
  • 잠뿌리 2018/09/21 12:05 #

    처음에 CJ 로고가 나와서 한국 영화인 줄 알았습니다.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통계 위젯 (화이트)

214329
2565
9741308

메모장

잠뿌리의 트위터

2019 대표이글루_g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