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탄의 노예 (Pengabdi Setan.1980) 2019년 인도네시아 영화




1980년에 인도네시아에서 ‘시소로 고타마 푸트라’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원제는 인도네시아어로 Pengabdi는 노예. Setan은 사탄이란 뜻이 있고 영제는 Satan's Slaves다. 1976년에 나온 동명의 영국 영화 ‘사탄의 노예’와는 영문 제목 스펠링만 같고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 작품이다.

내용은 독실한 신자였던 어머니 ‘마와르티’가 죽은 뒤, 아버지 ‘무나르토’는 사업에만 몰두하고 장녀 ‘리타’는 파티에 중독되어 방탕하게 살며, 아들 ‘토미’는 흑마술에 심취해서 집안 자체가 부유한 살림에 비해서 종교 활동을 멀리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아버지가 ‘다르미나’라는 가정부를 고용했다가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씩 죽고 유령이 되어 나타나 위협을 가해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은 해외의 영화 소개란에 ‘돈 코스카렐리’ 감독의 ‘판타즘(1979)’과 닮았다고 나오지만, 실제로는 많이 다르다.

같은 점은 친지의 장례식이 오프닝을 장식하고, 풍성한 곱슬머리 소년이 나온다는 것 밖에 없다. 장르 자체도 판타즘은 SF 호러 스릴러에 가까운데 본작은 사탄 숭배자와 귀신이 나와서 오컬트 성격이 더 강하다.

본편 스토리는 새로 고용된 가정부 ‘다르미나’가 실은 사탄 숭배자로서 주인공 가족의 고용인과 리타의 남자 친구를 죽인 다음. 마와르티의 시체까지 귀신으로 부활시켜 3마리의 귀신을 조종해 각각 무나르토, 리타, 토미 등 가족 구성원 3명을 해치려고 하는데. 그 이유가 사람들이 종교를 불신하고 회개하지 않고 죽으면 지옥에서 사탄의 노예가 되기 때문에 그것을 노린 것으로 나온다.

타이틀 ‘사탄의 노예’가 의미하는 게 바로 그거다.

다르미나가 가정부로 고용되어 집에 들어 온 이후 수상한 행보를 보이고, 그걸 눈치 챈 사람들이 죽어 나가며, 토미와 리타 등 가족 구성원이 사건의 진상에 도달하면서 위협을 당하는데 아버지가 믿어주지 않아서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해 일이 커지는 전개로 이어져 꽤 긴장감이 있다.

전반부는 수상한 가정부를 중심으로 한 스릴러 같은 느낌인데, 후반부에 다르미나에 의해 부활한 주변 사람들이 귀신이 되어 나타나 직접적인 위해를 가해오면서 귀신 공포물로 변모한다.

귀신 분장이 꽤 호러블하기 때문에 80년대 동남아시아 영화라고 쉽게 보면 안 된다. 귀신의 움직임이 느릿느릿해서 언뜻 보면 허접할 수도 있는데 나름대로 오싹한 분장으로 커버를 한다.

70~80년대 당시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귀신물처럼 조명 효과를 넣지 않고, 창백한 얼굴에 눈을 부릅뜨거나 동공이 없이 흰자위를 드러낸 채로 저벅저벅 걸어와서 지금 현재의 관점에서 봐도 꽤 압박이 있다.

오히려 귀신 3마리보다 그 귀신들을 사역하는 사탄 숭배자인 다르미나의 본모습이 좀 구리다. 검은 로브 입은 것과 해골 달링 창을 든 모습까지는 그렇다 쳐도 머리 스타일이 본래 롱헤어였던 게, 사탄 숭배자 실체를 드러낸 이후에는 뜬금없이 아프로 헤어(폭탄 머리=뽀글 머리)로 변하고 스모키 화장까지 해서 무서운 게 아니라, 무서울 정도로 촌스럽다. ‘아, 이거 80년대 영화였지.’ 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다르미나가 사탄 숭배자로서의 정체를 밝히고 목적을 이야기할 때쯤, 뜬금없이 ‘키아이(이슬람교의 율법사)’와 그가 이끄는 지원자들이 나타나 코란(이슬람교의 경전)을 외우며, 다르미나를 물리치고 주인공 가족을 구해주는 하이라이트씬은 아무런 암시, 복선도 없이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으로 우리나라 전래동화로 치면 지나가는 스님 또는 지나가는 선비 수준이지만 가만히 보면 꽤 독특한 구석이 있다.

그게 보통 서양 영화에서는 기독교, 아시아 영화에서는 불교, 중국 영화에서는 도교, 인도 영화에서는 힌두교. 이렇게 나오는데 이슬람교를 넣고 무슬림을 등장시킨 영화는 드물었기 때문이다.

기존의 인도네시아 호러 영화에서는 종교를 아예 안 넣고 민간/무속 신앙 정도만 넣는데, 본작은 작중 무당이 나오고, 사탄 숭배자도 있어서 민간/무속 신앙에 흑마술이 나오며 이슬람교로 마무리를 지으니 특이한 것이다.

다만, 이게 명색이 이슬람교의 율법자 VS 사탄의 싸움이라서 그런지. 보통 일반적인 동남아시아 공포 영화에서 악한 주술사와 선한 주술사(혹은 현자)가 싸울 때는 주력 대결이 나와서 서로 요술을 사용해 매직 배틀을 벌이는 반면. 본작에서는 그냥 율법자가 뚫어지게 쳐다보기만 하다가 사탄 숭배자 몸에 불이 붙어 타 죽는 걸로 퉁-치고 넘어가서 좀 시시하다. (하다못해 기독교에선 성수 뿌리고 성경 외우면서 악마와 싸운다고!)

그밖에 하이라이트 씬 때 사탄 숭배자의 귀신 진영과 키아이의 무슬림 진영을 하나의 화면에서 좌우로 분할시켜 귀신 쪽은 화면을 빨갛게 칠하고, 무슬림 진영 쪽은 원색 그대로 넣어 빨간 화면과 대비시킨 게 인상적이다.

결론은 평작. 종교 활동을 하지 않는 집안이 사탄 숭배자의 위협에 시달리는 내용이 사실상 알라 천국 불신 지옥이라 좀 선교적인 느낌이 너무 강하긴 하나, 이게 그냥 일반적인 아시아 영화의 불교나 서양 영화의 기독교가 아니라 이슬람교를 소재로 한 것이라 지금이나 그때나 보기 드문 것이라 유니크한 구석이 있고, 사탄 숭배자 분장이 촌스럽긴 해도 귀신 분장은 나름대로 호러블해서 공포 영화로서의 기본 비주얼이 갖춰서 평타는 치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본작은 2017년에 리메이크판이 나왔다. 1980년판 원작에선 주인공 가족이 부잣집으로 나왔지만, 리메이크판에서는 찢어지게 가난한 집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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