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빨아먹는 점토(血を吸う粘土.2017) 흡혈귀/늑대인간 영화




2017년에 우메자와 소이치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원제는 ‘피를 빨아먹는 점토’. 영제는 ‘뱀파이어 클레이’다.

내용은 도쿄의 미술 학원에서 근무하다가 모종의 사건으로 시골로 낙향해 산속에 자신만의 미술 학원을 개업하고 ‘레이코’, ‘유카’, ‘간지’, ‘아이코’, 카오리‘ 등의 다섯 명의 학원생들 가르치던 미술 교사 ‘아이나’가 땅을 파던 중 우연히 땅에 묻혀 있던 정체불명의 보따리 상자를 발견해 학원으로 가지고 와서, 학원생 중 한 명인 카오리가 점토 미술 수업 때 상자 안에 든 흙에 물을 부어 점토를 만들었는데, 그게 실은 원한을 품고 죽은 조각가 ‘미타즈카’의 원념이 깃들어 스스로 움직이며 사람의 피를 빨아 먹는 흡혈 점토 ‘카카메’라서 사람들이 떼몰살 당하는 이야기다.

본작의 배경은 시골 산속의 학원인데 이게 거의 컨테이너 하우스 내지는 창고 건물 사이즈라서 공간이 작고. 사건이 건물 안에서만 벌어지기 때문에 작중 인물의 행동반경이 좁아서 저예산 티가 많이 난다.

열등감, 질투, 시기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메인 태그로 나와서 캐릭터 간의 갈등 관계가 분명히 설정되어 있지만, 보통 이런 설정이라면 서로 죽고 죽이는 관계가 되어 파극으로 치닫을 텐데. 본작에서는 흡혈 점토 요괴 카카메에 의해 떼몰살 당하면서 뭔가 핵심적인 갈등이 묻힌 느낌을 준다. 이게 정확히 말하자면, 작중 인물들이 갈등을 심화시키기 전에 죽어 나간다는 거다.

애초에 카카메는 주요 무대가 되는 미술 학원 내부에서부터 나타난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땅을 파다가 발견된 것을 가지고 와서 부활하게 된 케이스라서 학원 내부자들의 갈등과 동떨어져 있다.

인간들은 한창 열등감, 질투, 시기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요괴는 닥치고 다 죽이기만 해서 그렇다.

그래서 본편 스토리와 메인 소재가 엇박자를 이루어서 몰입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다. 공포 영화니까 괴물 튀어나와서 사람들 죽어나가는 것만 보면 되지 않느냐? 라고 할 수도 있는데. 처음부터 그러면 몰라도, 캐릭터 간의 갈등 관계 밑밥을 깔아 놓고 시작해서 그걸 간과할 수 없다.

그리고 여주인공 포지션은 카오리인데 정작 아이나 선생이 비하인드 스토리에 과거 회상, 엔딩까지 모든 걸 독점하고 있어서 캐릭터 비분 배중이 나쁘다.

엔딩 같은 경우도 좀 쓸데없이 길고, 스케일은 비상식적으로 커서 깔끔하지 못하다. 작중에 그런 대참사를 겪고 나서도 아이나 선생 개인의 복수에 카카메를 이용하는 것도 이해가 안 가고, 땅속에 묻어서 봉인한 카카메를 굳이 오랜 시간이 지나 봉인이 다시 풀려 거대한 인간 지네 같은 형상으로 부활해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에필로그는 다소 황당하다.

어거지로 말이 되게 만든다면 시리즈로 이어져서 2편이 더 나올 만한 소재인데 그걸 에필로그에 쑤셔 넣고 압축시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고, 결국 이 모든 게 결국 도시 재난급 규모가 된 지네 인간형 카카메을 보여주기 위한 제물에 지나지 않게 됐다는 걸 생각해 보면 감독보다 메이크 업 아티스트로서의 취향이 너무 반영된 게 아닐까 싶다.

공포 영화의 관점에서 보면 본작의 메인 소재는 의외로 나쁘지 않다.

본작의 메인 소재는 점토 흡혈 괴물 ‘카카메’인데. 사람의 피를 빨아 먹는 흡혈 행위 때문에 흡혈귀를 연상시키고 실제 영문판 제목에도 뱀파이어가 들어가지만, 실제로는 흡혈귀보다 흡혈 특성을 가진 크리쳐에 가깝다.

흡혈귀처럼 날카로운 송곳니를 가진 게 아니라 산 사람을 상처 입혀서 피가 흘러나오면 그걸 빨아먹는 방식이고. 꼭 그렇게 피를 마시지 않아도 사람을 한입에 집어삼키거나, 사람의 육체를 침식해서 조종할 수 있다.

카카메에게 침식한 인간의 육체는 보통 사람의 몸을 하고 있지만 데미지에 취약해 조금이라도 충격이 가해지면 신체가 뒤틀리고, 피부 속 내용물이 점토로 되어 있어서 점토 좀비처럼 변한다. 그 점토 좀비는 인간으로서의 이성이 남아 있지 않고 말도 할 수 없어서 대사 한 마디 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흉기를 들고 덤벼든다.

사람의 형상으로 빚어진 머드 골렘(진흙 골렘) 같은 이미지다.

카카메의 실체는 미타즈카가 생전에 조각한 점토 인형으로 최종 형태가 완성되는데. 신체 재질이 점토란 걸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

점토이기 때문에 열기에 취약하지만, 가루만 남아 있어도 물에 닿아 점토가 되면 금세 부활하고. 신체를 늘리거나, 사람의 몸을 순식간에 침식해 들어가는 것 등의 특징을 보여줘서 인상적이다.

본작은 ‘우메자와 소이치’ 감독의 감독 데뷔작이지만, 본래 우메자와 소이치는 감독 출신이 아니라 특수 메이크 업 아티스트로 잘 알려진 사람으로 그 분야에서는 1990년대부터 호라동하기 시작한 베테랑이라서, 본작도 메이크 업 자체는 좋은 편이다.

연출적인 부분도 순수하게 공포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메이크 업을 부각시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래서 기존의 공포 영화와 비교하면 크리쳐의 실체가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뚜렷하게 나온다.

카카메의 기원도 작중에 나오는데 오컬트와 SF를 섞은 느낌을 준다.

카카메의 창조자인 미타즈카가 낮에는 불법 폐기물 처리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 조각 작업을 해서 병을 얻었고, 생전에 유작으로 만든 인형 조각상에 ‘카카메’란 이름을 붙여 준 것으로 불법 폐기물에 의한 방사능과 주인의 원념이 섞여서 탄생한 것이라 그렇다.

결론은 평작. 엔딩을 제외한 스토리 전체의 배경 스케일이 작고 캐릭터 간의 갈등 관계는 만들어 놓았는데 그게 논스톱 떼몰살 전개에 묻혀 갈등이 심화되지 못해 드라마로서의 구성이 약해서 본편 스토리의 완성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흡혈 점토 괴물이란 특성을 잘 살린 연출과 메이크 업이 인상적이라서 스토리가 꽝인 반면 비주얼은 볼만한 편이라 일장일단이 있기 보다는 장점과 단점이 서로 상쇄되어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가 된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제 42회 토론토 국제 영화제의 ‘미드나잇 매드니스’ 부분의 폐막작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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