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고(Gorgo.1961) 괴수/야수/맹수 영화




1961년에 영국에서 ‘유진 로리’ 감독이 만든 괴수 특촬 영화.

내용은 화산 폭발 때 아일랜드의 ‘나라 섬’ 앞바다에서 보물을 발견한 ‘조 라이언’이 ‘샘 슬레이드’를 데리고 선박 수리를 명목으로 삼아 나라 섬의 어촌 마을을 찾아갔다가 해저의 화산 폭발로 잠에서 깨어난 고대의 괴수가 어부들을 공격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섬마을 주민들과 합세하여 괴수를 사로잡아 런던으로 운송해 ‘고르고’란 이름을 지어 주고 서커스의 구경거리로 만들었는데. 그 고르고의 어미인 ‘오그라’가 격노하여 섬마을을 박살내고 새끼를 찾아 영국에 상륙해 런던이 대혼란에 빠지는 이야기다.

작중 괴수의 이름인 고르고는 처음부터 가진 이름이 아니고. 작중 괴수가 도시로 붙잡혀 온 뒤 서커스 단장이 지어준 이름으로 나오며, 실제 대사로도 언급되지만 그리스 로마 신화의 뱀머리 괴물 ‘메두사’가 속한 ‘고르곤 자매’의 다른 표기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초반부는 어촌에서 사람들이 횃불 던져서 고르고를 패퇴시키고 그물 던져서 사로잡는 장면이 나와서 명색이 괴수인데 너무 허접한 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데. 그게 실은 고르고 새끼고. 고르고 어미이자 성체인 오그라는 후반부에 등장해 초거대 사이즈로 나와서 영국 도시를 초토화시켜서 괴수물다운 진행을 보여준다. (작중 고르고의 크기는 65피트, 오그라의 크기는 200피트다)

고르고가 섬마을에서 도시로 잡혀와 서커스의 구경거리로 전락하는 건 킹콩 느낌(1933)도 살짝 나는데 오그라의 난동은 고지라(1954) 느낌을 준다.

보통, 해외의 괴수 영화는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을 주로 사용하는데. 본작은 일본 괴수 특촬 영화와 같은 방식을 사용해 특촬용 미니어처 세트를 배경으로 인형 탈을 쓴 배우가 괴수를 연기했다.

단, 건물은 미니어처 맞지만 건물이 파괴되어 무너져 내리는 건 미니어처를 직접 부순 게 아니라 필름 위에 필름을 덧씌운데다가, 그 이펙트가 무슨 모래성이 무너지듯 가루가 흩날려서 벽돌이 부서져 파편이 튀는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그것만 보면 되게 어색하고 유치한데 엑스트라 동원 규모가 상당해서 괴수 재난에 피난하는 사람들 묘사가 리얼해서 나름대로 현실감이 있다.

고지라와 다르게 방사능 브레스 같은 걸 뿜는 건 아니고, 딱히 이렇다할 특별한 공격 무기가 없지만 도시 한복판에서 이동할 때마다 건물이 쓸려 나가 와르르 무너져 내리고. 새끼는 불에 약하지만, 어미는 그런 약점이 없어서 육군, 해군, 공군을 모두 합쳐 영군 군대가 출동해 중화기를 퍼부어도 끄떡없고. 수천만 볼트 전기 공격을 가해도 멀쩡해서 극강의 맷집을 뽐낸다. 복엽기의 기관총을 맞고 죽은 킹콩하고는 비교할 수가 없다.

오그라가 고르고를 무사히 구출해 초토화된 영국 런던을 등진 채 괴수 모자가 함께 바다로 돌아가는 결말은 그 당시로선 꽤나 파격적인 엔딩이었다.

앞서 나온 괴수물의 시조인 킹콩, 고지라, 리도사우루스(심해에서 온 괴물)이 결국 인간들의 손에 죽어서 인류의 승리 엔딩이 일반적이었던 걸 생각해 보면, 괴수의 완전한 승리로 끝난 게 신선하게 다가온다.

결말이 그런 만큼 인간들이 무고한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로 묘사되어 괴수의 난동에 감정 이입할 수 있는 점도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밑도 끝도 없이 도시를 파괴하는 게 아니라 어미가 새끼를 찾아 나선 모정을 근원으로 삼고 있어 자연히 괴수를 응원하게 만든다.

인간 진영은 나름대로 괴수 재난을 막기 위해 분투하기는 하는데 최후의 대책으로 시도한 수천만 볼트 전기 공격이 고르고를 미끼로 삼아 오그라를 전기 트랩으로 유인하는 작전이라서 끝까지 지독하게 묘사된다.

결론은 추천작. 해외의 괴수 영화가 일본의 괴수 특촬 영화 방식으로 촬영한 게 이색적이고, 현대 인간 군대의 중화기 공격에도 끄떡 없이 버티고 도시를 초토화시키는 괴수의 압도적인 모습이 괴수물로서의 볼거리를 제공하며, 괴수의 모정을 메인 소재로 삼은 것과 인간이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포지션을 유지하고, 괴수의 승리라는 파격적인 결말로 끝맺는 본편 스토리가 신선하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본작은 고지라에 대한 오마쥬로 만들어진 작품이라 처음에는 일본을 배경으로 해서 일본, 영국 합작이 기획됐다가, 기획 단계에서 프랑스 수도 파리로 무대가 바뀐 뒤. 파리가 바다에서 100킬로 이상 떨어진 내륙에 있는데 바다에서 상륙한 괴수한테 습격당하는 게 이상하다는 이유로 영국 런던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작중 고르고가 처음 등장한 나라 섬은 가상의 섬인데 Nara Island로 표기되며, 그 이름의 유래는 일본의 지명 ‘나라’가 아니라 일본의 역사적 시기인 ‘나라 시대’라고 한다.

추가로 본작은 고지라의 오마쥬지만, 유진 로리 감독은 미국 워너 브라더스에서 괴수 영화 ‘심해에서 온 괴물(The Beast From 20,000 Fathoms, 1953)’을 만들었고. 고지라 쪽이 심해에서 온 괴물의 영향을 받았다.

덧붙여 본작의 캐스팅은 약간 특이한데. 주요 캐스트 전원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전부 다 남자로 작중 이름을 가진 배역으로는 여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일본에서 1964년에 나온 ‘대거수 갓파’가 본작의 스토리를 차용했다. 인간 탐사대가 아기 괴수를 납치해 도시로 데리고 가자 부모 괴수가 아기 괴수를 찾으러 가서 도시를 파괴하는 게 동일하다. 차이점은 고르고는 어미만 나오는데 대거수 갓파에선 부모 괴수라 2마리가 동시에 나온다는 것이고. 주인공 일행의 활약으로 인류와 괴수가 모두 해피 엔딩을 맞이하는 점이 다르다.


덧글

  • 시몬 2018/09/20 00:36 # 삭제 답글

    서양에선 동양처럼 괴수를 숭배하는 문화가 없고 그냥 사탄의 화신으로 간주해서 척살하는게 보통인데, 그런점에서 이 영화는 정말 특이한 케이스인것 같습니다.
  • 잠뿌리 2018/09/21 12:05 #

    서양 괴수 영화 기준으로는 킹콩도 인간의 손에 처단됐는데 본작의 고르고는 인간을 상대로 승리해서 특이한 케이스였죠.
  • 먹통XKim 2018/09/23 16:18 # 답글

    30년도 더 된 어릴적에 비디오 가게에서 빌려줘서 재미있게 보았죠

    한때 비디오 자막으로

    "나라 섬"이라고 나오기에 뭐? 컨트리 아일랜드라고 부르는 거 한국어 번역 자막 달았나? 이랬죠
  • 잠뿌리 2018/09/25 00:12 #

    우리 나라로 치면 '신라 섬', '백재 섬' 이런 느낌이죠. 나라 섬이 Nara 아일랜드란 표기를 못 봤다면 잘못 알 수도 있습니다. 처음 들을 때 섬 이름이 진짜 그거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 먹통XKim 2018/09/23 16:19 # 답글

    우스운 거 비디오 표지 앞은 포세이돈 어드벤처와 로저 코먼이 제작한 심해의 괴물(1980) 포스터에 나온 괴물 그림을 섞고 뒤는 스타워즈에 나온 자바 더 헛을 섞었죠
    이때문인지

    1989년 부천 약대극장이란 재개봉관에 이거 상영할때 극장 간판에 왠 자바 더 헛이 그려져 있더라구요
  • 잠뿌리 2018/09/25 00:12 #

    심해의 괴물은 같은 괴수니 그렇다 쳐도 자바헛은 황당했습니다.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통계 위젯 (화이트)

671743
5535
9492933

메모장

잠뿌리의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