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에 '냥빠' 작가가 'ddul‘ 작가가 그림을 맡아서 ’투믹스‘에서 연재를 시작해 전 69화로 완결된 공포 만화.
내용은 의사 집안의 막내 ‘서현우’가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시골 산속의 건물을 구입해 스스로 병원장이 되어 ‘즐거운 병원’이라는 이름의 병원을 개업했는데, 그 건물이 실은 마을 내에서 120년 전 일제 강점기 때 수많은 환자와 의료진이 어느날 모두 사라져 ‘귀신병원’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던 곳이고, 당시 ‘신의 손’이란 별명을 가진 여의사 ‘최여진’의 귀신이 나타나 현우와 엮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은 장르 태그가 ‘공포’인 게 무색하게 초반부의 분위기는 다소 가볍다. 아니, 가벼운 정도가 아니라 주인공 리액션을 보면 개그물에 가깝다.
팔랑귀에 호구 컨셉을 가진 주인공의 바보 같은 리액션 위주의 개그를 하고 있다.
개그물의 관점에서 볼 때 말개그, 유행어 따라하기, 인터넷 짤방 패러디 같은 건 전혀 하지 않는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일 수 있다.
중반부에 여의사 귀신 ‘최여진’이 등장한 이후에는 병원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의 병이나 몸의 병을 고쳐 주는 기적의 병원을 만들자고 해서 휴먼 드라마가 되는가 싶더니, 병원에 얽힌 비밀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미스테리물이 됐다가, 어느 정도 진실이 밝혀진 뒤 사건의 흑막인 악귀가 직접 나서면서 최종적으로 판타지로 바뀐다.
즉, 장르가 개그 < 휴먼 드라마 < 미스테리 < 판타지로 바뀌는 것이다.
메인 캐릭터가 귀신이라서 공포물로서 아무래도 공포물로서의 테이스트는 옅은 편이다.
귀신, 인간을 통틀어 등장인물 수가 꽤 많은데 캐릭터 운용에 좀 문제가 많다.
무개념, 진상으로 묘사됐다가 단번에 개과천선해서 주인공의 동료가 되는 캐릭터, 첫 등장 때부터 시작해 그 이후에도 쭉 악역이었는데 막판에 주인공한테 협력했다고 면죄부 받고 조연으로서 에필로그에 나온 캐릭터, 단순히 지나가는 귀신 정도였는데 대뜸 치정극 떡밥 흘리며 중간 보스 포지션이 된 악역 귀신, 레귤러 멤버 중 필두가 되었어야 할 능력자인데 극 후반부까지 활약을 이어가지 못하고 리타이어한 캐릭터, 첫 등장 때의 행적만 보면 단역에 불과했는데 갑자기 비중이 급상승해 후반부의 핵심 인물이 된 캐릭터 등등.
뭔가 캐릭터 성격이 달라져도 그 계기 묘사가 부실하고 중간 과정이 삭제돼서 우디르급 태세전환으로 느껴지니 캐릭터 운용의 디테일이 떨어진다.
하지만 최소한 남녀 주인공만큼은 괜찮은 편이다.
주인공 현우가 직접 나서서 조사를 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건 아니고 스토리가 진행됨에 따라서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는 구조라서 사건에 일방적으로 휘둘리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후반부로 넘어가 본편 스토리 내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설정인 ‘슈퍼 백신’이 밝혀지면서 캐릭터 주가가 급상승해 주인공으로서 극을 주도해 나가서 밥값을 충분히 한다.
작품 전반에 걸쳐 가장 비중이 크고 처음부터 끝까지 활약하는 최여진은 본작의 진 주인공으로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하얀 소복 위에 의사 가운 입은 복장도 인상적이다.
남녀 커플로서 썸을 타는 느낌보다는 남녀 동료로서의 느낌이 더 강하다.
조연 중에서는 간호사 겸 무당인 ‘인선희’ 간호사가 존재감으로 보나, 활약으로 보나 가장 낫다. (현우, 여진, 선희의 인간 의사+귀신 의사+무당 간호사 3팀 체재로 나갔으면 좋았을 텐데. 미광 일행 같은 포지션이 어중간한 캐릭터들이 꼬여서..)
여진이 현우의 몸에 빙의해서 수술을 대신 집도하는 설정은 괜찮은데, 이후 다른 캐릭터의 몸에 빙의해서 독립적인 캐릭터로 자리 잡으면서 주인공에게 빙의하는 설정이 가진 특성이 사라져서 좀 아쉽다.
사건의 진상이 일제강점기 시절이 벌어진 일본군의 만행이고 병원을 배경으로 한 시점에서 731 부대 마루타 설정이 나온 건 쉽게 예상이 갔는데. 사건의 흑막인 ‘나카무라’ 악귀는 좀 애매한 구석이 있다.
‘신이 되고 싶다!’ 라는 악당들의 클리셰적인 동기를 가진 건 알겠는데, 그런 목표를 갖게 된 계기가 너무 작위적이라서 부자연스럽고, 작중에서 귀신은 같은 귀신을 해할 수 없어서 서로 간섭하지 못한다는 설정을 쭉 밀다가 나카무라는 예외라서 뜬금없이 낫을 들고 나와 귀신들을 썰어버리는 것을 보면 끝판왕 보정이라고 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왜 그런 것인가?’라는 설명이 부족한 것이고 그건 곧 개연성이 떨어지는 걸 의미한다. 캐릭터 운용의 디테일이 떨어지는 것도 결과적으로 개연성이 없어서 벌어진 문제다.
다만, 개연성이 떨어지는 문제는 몇몇 캐릭터에 한정되어 있는 것뿐이라서 본편 스토리는 멀쩡한 편이고, 작중에 던진 떡밥은 착실하게 회수하며, 이유와 과정은 어찌되었든 간에 무사히 결말에 이르러 등장인물 전원 생존의 완전무결한 해피 엔딩으로 끝난 건 높이 살 만 하다.
한정된 분량과 촉박한 시간에 쫓겨 급하게 끝낸 결말은 아니란 말이다.
작화는 인물, 배경, 컬러, 연출 등등 전반적인 밀도가 낮은 편이다.
인물 작화는 동세가 어색하지만, 움직이지만 않으면 그래도 평범한 편인데. 배경과 이펙트의 디테일이 떨어져 평균점을 갉아 먹는다.
가뭄에 콩나듯 아주 드물게 액션씬이 나오긴 하는데, 작화 스타일이 액션에 적합하지 않아서 연출의 밀도가 너무 낮아 안 넣은 것만 못하다.
근 1년이란 기간 동안 무려 69화나 연재됐기 때문에 그나마 연재 초기 작화보단 연재 후기 작화가 더 나은 편이다.
연재 초기 때는 배경 복사+붙여넣기가 잦았는데 연재 후기로 넘어가면서 그런 게 줄어들었다.
귀신 설정은 객사귀, 동티귀, 미명귀 등등 한국 전통 귀신 설정을 차용하고 있는데. 귀신들 기본 디자인이 소복 입은 처녀 귀신 스타일을 제외하면 대부분 커다란 머리만 남은 요괴처럼 묘사돼서 귀신 느낌이 안 든다.
최종 보스 나카무라 악귀만 해도 일본 장교 복장에 얼굴의 반이 해골이고 양팔이 앙상한 뼈만 남았는데 낫을 들고 있는 ‘해골 사신’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서 귀신으로 보기에는 이질감이 있다.
결론은 평작. 장르는 공포물인데 개그 < 휴먼 드라마 < 미스테리 < 판타지로 바뀌어 공포물로서의 색이 옅은 편이고 작화 밀도가 다소 떨어지며, 작위적인 설정과 부족한 개연성으로 인해 캐릭터 운용에 문제가 있지만.. 남녀 주인공 캐릭터는 괜찮은 편이고, 본편 스토리는 떡밥 회수율이 높아서 멀쩡하고 엔딩도 깔끔해 전반적으로 부족한 점이 많은데 그 나름대로의 장점도 갖춰서 일장일단이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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