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에 ‘투믹스’에서 ‘임수정’ 작가가 연재를 시작해 전 90화로 완결된 공포 만화.
내용은 현대 일상에서 악몽 같은 기이한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옴니버스 방식으로 한편으로 끝나는 단편도 있지만, 대부분 하나의 에피소드가 여러 화로 나뉘어져 있다.
초반부 에피소드는 사건의 발단 없이 과정부터 시작해서 다소 뜬금없는 이야기가 몇몇 있었는데. 중반부를 거쳐 후반부 에피소드로 넘어가면서 순서에 맞게 시작을 하고 끝이 나서 기승전결이 뚜렷해진다.
헌데, 그 뜬금없는 이야기 쪽이 오히려 볼만할 정도로 연재가 지속됨에 따라서 공포물로서의 색체가 옅어지는 문제점이 있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초반부 몇몇 에피소드만 호러블하고 그 이하 나머지는 별로 무섭지 않다는 거다. (정확히, 거미줄에 걸린 벌레. 붉은 도시 에피소드까지만 볼만하다)
요괴, 귀신, 좀비, SF, 외계인, 사이코패스 등등.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어서 소재 고갈의 문제라기보다는, 공포물로서의 감각이 둔화되는 것에 가깝다.
같은 좀비물 에피소드라고 해도 초반부의 ‘붉은 도시(3~11화)’와 후반부의 ‘운수좋은날(58~70화)’를 비교해보면 공포물로서의 밀도 차이가 역력하게 드러난다.
순수하게 공포에 초점을 맞춘 것과 캐릭터의 이야기에 더 초점을 맞춘 것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공포와 스토리의 균형을 맞춰야 좋은 결과가 나오는데 본작은 그게 좀 극단적이다.
초반부에서는 공포 쪽에 한참 기울어졌다가, 중반부 이후로는 너무 이야기에 기울어져서 공포 감각이 둔화된 것이다.
작화는 좀 미묘한 구석이 있다.
이야기별 주인공 작화만 보면 눈망울 크고 이목구비 뚜렷하며 예쁘장한 스타일이라 순정만화풍인데, 요괴, 귀신, 좀비 등의 크리쳐는 생각 이상으로 흉측하고 기괴한 모습으로 그려져서 호러물에 적합하다.
인물 작화가 정면 샷이 자주 나오고 신체 비율이 맞지 않아 어색할 때가 많아 작화 밀도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샷과 비율을 따질 필요가 별로 없는 크리쳐 쪽 묘사가 오히려 더 낫다.
미묘한 구석이 있는 건 드로잉이 아니라 컬러 쪽이다.
컬러가 처음부터 풀 컬러로 나온 게 아니라, 모노컬러로 시작해서 풀컬러 스타일로 바뀌었는데. 이게 또 아이러니한 게 모노컬러 쪽이 작화가 더 낫고, 풀 컬러로 바뀌면서 작화 밀도가 내려가서 다운그레이드 된 느낌을 준다.
모노컬러일 때는 색감이 매우 거칠고 투박하지만, 그만큼 묵직하고 어두운 느낌을 잘 살려서 호러물이란 장르를 잘 살린 느낌을 주는데. 컬러로 넘어가면서 그런 느낌이 점차 옅어져서 본래 가지고 있던 특성이 사라졌다.
거기다 이 컬러 방식이 통일되어 있는 게 아니라 연재 부분에 따라서 또 페이즈별로 바뀐다.
그나마 나은 점이 있다면 이 페이즈별 컬러의 변화가 처음보다는 나중이 더 낫다는 거다. 컬러가 처음 들어간 에피소드와 최종 에피소드의 컬러를 비교해보면 딱 답이 나온다. (윈도우 그림판 작업에서 포토샵으로 업그레이드 된 느낌이다)
배경은 연재 초반부에는 미숙하더라도 직접 그려 넣은 반면. 후반부로 넘어가면 실제로 찍은 배경 사진을 모사한 것도 아니고 사진 그대로를 컷에 넣어 쓰는 일이 생긴다. 글자나 인물만 사진에 추가해서 써서 뭔가 좀 눈에 걸린다.
웹툰의 관점에서 볼 때 기본 컷 구성이 나선형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 위 아래로 컷을 나열하고 있어 좀 단순하다.
결론은 평작. 공포 만화인데 공포보다 캐릭터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면서 공포의 감각이 점점 둔화되고, 모노컬러에서 풀 컬러로 바뀌어 웹툰 표준에 맞춰지면서 오히려 처음 가지고 있던 특성이 사라져서 용두사미가 된 작품이다.
이 작품이 갖는 의의라면 ‘웹툰은 꼭 풀 컬러가 필수인가?’에 대한 의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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