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믹수] 미궁 (2018) 2018년 웹툰



2016년에 ‘투믹스’에서 라토’ 작가가 연재를 시작해 전 24화로 완결된 공포 만화.

내용은 현대 시대의 일상, 주변에 무섭고 기이한 일이 벌어진다는 이야기다.

줄거리 요약이 단순한데 실제로 본편 내용은 하나의 커다란 스토리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각각의 짧은 이야기를 모아 놓은 단편 모음집이다. 아예 공포 단편모음선이라고 명확히 적혀 있다.

작품 정보란에는 ‘지나간 시간 속, 미궁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한 사람들이 이야기’라고 적혀 있고 제목도 미궁이지만, 실제 본편에서 미궁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각 화의 이야기가 단편으로서 독립적인 완결성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전반적인 이야기가 기승전결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어떤 때는 사건의 발단은 있는데 중간 과정이 쏙 빠진 채 이상한 결말이 나오고. 또 어떤 때는 사건의 발단이 없이 과정만 부각시켜서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끝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회사 업무에 지친 주인공이 카톡으로 이야기 나누던 팀장의 부고 소식을 듣고 깜짝 놀라서 내가 지금 죽은 사람과 카톡을 나누었나? 라고 경악하는데 대뜸 엔딩 때는 사장이 튀어 나와서 죽은 팀장 머리카락을 수집하는 장면으로 끝난다거나. 클럽에서 만난 여자랑 썸 타서 모텔 가서 관계 맺는데 여자가 식인귀로 변해 남자 잡아먹고 새로운 사냥감을 물색하는 장면으로 끝나는 이야기 등등이다.

아예 발단이나 과정이 이상하게 꼬이는 경우도 있다.

주인공 시점으로 기이한 일을 겪었다는 내용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다가, 갑자기 주인공 회사 동료의 시점으로 귀신을 보는 이야기로 바뀌더니. 2화에 걸쳐 이야기를 쭉 이어 나가다가 뜬금없이 의외의 인물이 튀어 나오고. 주인공 곁에 귀신이 나타는데 정작 본인은 자각을 못하는 결말로 되게 애매하게 끝난다.

결말의 반전 의존도가 큰 에피소드 같은 경우는, 전체 이야기의 90%를 보통 일상의 이야기를 하다가 엔딩의 10%만 ‘실은 이런 일이 있었다!’ 라고 끝내는 경우도 있다.

그 10%의 엔딩도 이야기가 제대로 끝난 게 아니고. 사건 발생 직후에 어중간하게 끊어 버리는 에피소드도 있다.

심할 때는 2화에 걸쳐 진행된 이야기가 저렇게 끝나 버릴 때도 있었다.

이걸 음식으로 비유하면, 냄비에 물 붓고 라면 넣고 펄펄 끓이다가 면 익었나 안 익었나 보려고 한 젓가락 집어 들어 맛을 본 순간. 딱 식사가 끝나버린 거다.

에피소드 내용은 둘째치고 스토리의 완성도적인 부분에서 디테일이 너무 떨어진다. 이건 개연성을 따지기 이전의 문제다.

단편 공포물이니까 개연성은 엄격하게 따지지 않을 수도 있는데 디테일이 떨어지는 건 또 별개다.

오히려 단편이기 때문에 이야기의 독립적인 완결성을 위해서 디테일에 더 신경을 써야 할 필요가 있다. 디테일을 아주 치밀한 수준으로 요구하는 게 아니고, 보는 독자로 하여금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하고 결말을 납득할 수 있을 만큼의 최소한의 기본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주인공 회사 이야기 같은 경우는 수상한 여사장 떡밥만 잔뜩 던져 놓고 회수되지 못해서 사건의 전말도 이해가 안 가고 캐릭터도 낭비된 느낌을 준다. 첫 등장이나 재등장 때는 사건의 흑막처럼 묘사되지만 스토리의 중심에 서 있는 경우는 한 번도 없어서 대우가 박하다.

작화는 피부, 복장, 배경 색이 동일해서 라인을 따고 흑백 명암을 넣었는데 머리카락, 일부 소품 등에는 또 선명한 컬러가 들어가서 풀 컬러가 아니라 부분 컬러에 가깝다.

헌데 사실, 부분 컬러 들어간 것보다 기본 컬러가 상황에 따라서 수시로 바뀌는 게 더 눈에 띈다. 시간, 사건, 상황에 따라서 메인 컬러가 계속 바뀌어 나가면서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인물, 배경 작화 자체는 평범하지만 그 단색 컬러 효과로 특이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것도 초반부에만 해당하고. 후반부로 갈수록 컬러 비율이 높아져서 이전의 단색 대비 화면 구성의 특징이 사라진다.

공포 만화로서의 관점에서 보자면 잔혹한 묘사는 대부분 생략하거나 암시만 하는 경우가 많고. 유혈 묘사도 핏방울 정도 밖에 없어서 고어 수위가 낮은 편이다.

공포물로선 너무 담백한 느낌이라서, 작가의 스타일 자체가 공포물에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특유의 단색 대비 컬러 연출을 좀 더 활용해서 특화시켰다면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서스 페리아(1977)’같은 특유의 총천연색 호러 비주얼을 연출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결론은 평작. 단편 모음선으로 이야기 진행 스타일이 옴니버스 방식으로, 내용 이해가 어려운 건 아닌데 전개와 결말이 이상하고 애매한 경우가 많아서 전반적인 이야기의 디테일이 떨어져 몰입도가 떨어지고, 인물 작화와 평범하지만 초반부에 한정해서 컬러 연출이 인상적이라 본작만의 특성은 있는, 아니 있었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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