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대괴수 도고라 (宇宙大怪獣ドゴラ.1964) 괴수/야수/맹수 영화




1964년에 토호에서 ‘혼다 이시로’ 감독이 만든 SF 괴수 특촬 영화.

내용은 일본 상공을 선회 중인 TV 중계 위성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실종된 뒤, 같은 시기 세계 각국의 보석 가게가 누군가에게 습격당해 다량의 다이아몬드가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일본 도쿄 경시청에서 해당 사건이 지명수배된 보석 강도단의 소행으로 판단하여 수사를 시작했는데, 실은 보석 강도단도 보석을 훔치려고 할 때마다 알 수 없는 힘에 방해를 받아서 번번이 실패해서, 경시청 외사과의 ‘코마’ 형사와 ‘마크’를 자처하는 수수께끼의 외국인이 보석 강도단을 추적하던 중. 사건의 진범인 우주 대괴수 도고라가 나타나 일본을 위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의 도고라는 방사능이 축적된 일본 상공을 지나가던 우주 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괴수화된 것으로 거대한 해파리 형태로 하늘을 날아다니며, 탄소를 에너지로 삼아서, 세계 각국의 탄광 지대와 귀금속 가게를 습격해 지상으로부터 탄광 자원과 보석을 빨아들인다.

강한 열선을 발사해 물체를 녹이고, 촉수를 뻗어 지상의 구조물을 집어 들어 파괴하며, 탄소를 빨아들일 때 회오리를 일으켜 바람에 의한 재난을 발생시키는 것 등등. 비행+초능력 괴수로서 공룡을 베이스로 한 고질라 시리즈의 괴수와는 전혀 다른 독특한 느낌을 준다.

분장 자체도 사람이 인형 탈을 뒤집어 쓴 기존의 괴수 영화와 다르게 본작에서는 사람이 직접 들어가지 않고 모형을 만들어 조종하는 형태로 괴수를 표현했기 때문에 당시 기준으로 볼 때 꽤나 실험적인 시도를 했다.

지구 방위군은 하늘에 떠다니는 도고라를 상대로 ‘자주 미사일 발사기’로 일제 사격을 가해 반격하지만 물리적 공격을 받으면 세포 분열을 해서 작은 도고라가 양산되는 역효과를 받아 고전 하던 중. ‘합성지바치독(合成ジバチ毒)’이라고 해서 분열된 도고라의 세포를 결정화시키는 대 도고러 전용 무기로 전 세계 제약 회사에 발주를 해서 캐터필러가 달린 특수 분무기와 낙하산, F-86 전투기를 통해 살포해서 도고라를 물리쳐서 인상적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어, 이정도면 무난한 괴수 특촬물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 실제로는 영 아니다.

일단, 본작은 괴수 특촬물을 표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주대괴수 도고라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도고라의 비중이 출현 분량이 적다.

아무리 인형 탈을 쓰지 않고 모형만 가지고 묘사하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고 해도, 작중 도고라가 직접 모습을 드러내는 씬은 극히 짧다.

도고라가 일으키는 재난도 사실 재난 그 자체만 묘사되지 도고라의 모습은 보이지 않은 채 염력, 바람, 세포 타입 도고라만 잔뜩 나온다.

도고라가 나오지 않아도 괴수에 의한 재난은 현재 진행형이고. 도시가 위험에 처한 건 사실이니까 어떻게 넘어간다고 쳐도. 괴수물로서의 스토리 자체가 본편 전체 스토리의 약 20% 밖에 안 될 정도라서 문제가 심각하다.

나머지 80%의 스토리는 경시청 소속 코마 형사와 FBI 소속 G맨으로 밝혀지는 마크가 콤비를 이루어 보석 강도단을 쫓는 007 스타일의 첩보물이다.

60년대 당시 일본에서 대유행이었던 007 시리즈의 영향을 받아서 다이아몬드의 행방을 두고 벌어지는 비밀 요원의 첩보물 스토리를 쑤셔 넣은 건데. 괴수물보다 첩보물 쪽에 더 높은 비중을 할애하고 그쪽에 지나치게 포커스를 맞춰서 완전 주객전도됐다.

다이아몬드 도난 사건이 괴수에 의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보석 강도단이 본편 스토리의 메인 빌런으로 나와서 주인공 콤비가 뒤쫓는데. 여기서 괴수물이 개입될 여지가 없어서 도시가 도고라에 의해 쑥대밭이 된 상황 속에서 주인공 콤비는 그런 재난에 아랑곳하지 않고 보석 강도단을 쫓는 내용이 이어진다.

본편 스토리가 너무 첩보물 중심으로 진행돼서 괴수물이 들어갈 여지가 없다는 거다. 괴수물 파트가 없어도 첩보물 본편 스토리 진행에 지장이 없다.

오히려 괴수물 파트가 첩보물 파트의 스토리 진행에 있어 맥을 뚝뚝 끊어 먹기까지 한다. 파트별로 스토리가 이어지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첩보물 파트 스토리 진행되다가 갑자기 괴수물 파트 이야기가 나와서 그렇다.

좀 더 쉽게 풀어서 비유를 하자면, 007이 보석을 훔쳐다 파는 국제 범죄 조직을 쫓고 있는데 크툴후가 강림해서 세계 멸망 위기에 봉착해 인간 군대가 괴수와 싸우고, 괴수가 도시를 파괴하는데.. 007은 여전히 범죄 조직을 쫓고, 크툴후는 과학자랑 군대가 알아서 처리하는 걸로 땡-치는 것이다.

괴수 시리즈와 무관한 곳에서 만들었다면 제작 경험이 없으니까 이런 무리수를 던진 것이라 볼 수 있겠지만, 괴수 특촬물의 본고장인 토호. 그것도 고질라 시리즈로 유명한 혼다 이시로 감독이 이런 작품을 만든 게 다소 이해가 가지 않는다.

더구나 같은 해인 1964년에 ‘모스라 대 고질라’, ‘고리라: 삼대 괴수 지구 최대의 결전’이 나왔던 걸 생각해 보면 괴수 특촬물 리즈 시절인데 대체 왜 이 작품만 이 모양인지 모르겠다.

결론은 비추천. 도고라 설정, 모형, 연출은 그냥저냥 무난하고 기존의 괴수물과 다른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긴 한데 괴수 특촬물인 것 치고는 괴수물 비중이 너무나 떨어지고, 아무리 당시 유행이라고 해도 007류의 첩보물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데. 괴수물과 첩보물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게 아니라 서로 따로 놀고 있어서 작품 자체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괴수 특촬물로서의 아이덴티티도 상실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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