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 데드 나잇 (The Night Eats the World, 2018) 2018년 개봉 영화




2018년에 도미니크 로쉐 감독이 만든 프랑스산 좀비 영화. 프랑스어 원제는 ‘La nuit a dévoré le monde’. 영제는 ‘The Night Eats the World’. 한역하면 ‘밤이 세상을 황폐하게 했다/밤이 세상을 먹었다’는 뜻이 있지만 국내 번안 제목은 ‘워킹 데드 나잇’이다. 실제 워킹 데드 시리즈하고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낚시성 제목이다.

내용은 프랑스 파리에서 여자 친구와 결별한 샘이 자신의 물건을 가지러 여자 친구가 사는 아파트 건물에서 열린 파티에 참석했다가, 하룻밤 자고 일어나보니 다른 사람들이 전부 좀비로 변하고 샘 혼자 멀쩡한 상태로 아파트에 고립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은 좀비가 나오고, 장르적으로도 좀비 영화지만 메인 소재와 극 전개 방식이 기존의 좀비 영화와 완전 다르다.

보통, 좀비 영화는 좀비 바이러스가 유포되어 세상이 좀비로 가득 차 있는 상황 속에서 주인공 일행이 살기 위해 좀비를 사냥하거나, 좀비로부터 도망치는 이야기인데. 본작의 주인공은 싸우지도, 도망치지도 않고 그냥 아파트에 짱 박혀서 시간을 보낸다.

아파트 안에 짱 박힌 주인공이 먹고 자고 노는 일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처음에는 느긋하고 여유롭게 안전 생활을 즐기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고립감과 외로움에 피폐해져 가는 모습을 액면 그대로 담고 있다.

그 때문에 주인공의 감정선을 따라가기 쉬워서 자연스럽게 몰입해서 볼 수 있다.

이게 정확히 어떤 느낌이냐면, 무인도 표류기 같은 느낌이다. (좀비판 캐스트 어웨이(2001)랄까)

좀비물의 클리셰를 의도적으로 비튼 게 아니라, 좀비물에서 흔히 지나칠 수 있는 것. 또는 좀비물에서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 본 것 등을 찾아내 부각시켜 극대화한 것이라서 높이 평가할 만 하다.

기존의 좀비물과 방향성이 완전 달라서 신선하게 다가오긴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좀비물에 익숙한 사람한테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앞서 말했듯 주인공의 일상에 초점을 맞춰서 좀비 출현 분량이 다소 적은 편이라,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빨리 좀비 좀 보여주세요.’ 이런 반응이 나올 수도 있다.

단, 그렇다고 본작에서 좀비의 위협 수준이 약한 것은 아니다. 좀비 출현 분량이 적어서 그렇지, 좀비가 나오는 씬에서는 괴성을 지르며 미친 듯이 달려오는 저돌맹진의 공격형 타입이라서 나올 때마다 꽤 압박을 준다.

특히 주인공이 안전지대를 벗어나는 극 후반부부터 엔딩 직전까지. 아파트에 쇄도하는 좀비 러쉬와 그것을 피해 탈출하는 전개는 긴장감이 넘쳐흐른다.

감독이 그런 전개를 못 만들어서 안 넣는 게 아니라, 만들 수 있는데 스토리의 특성상 자제하고 있다가 막판에 가서 한꺼번에 터트린 느낌마저 준다.

엔딩은 열린 결말이라서 해석이 엇갈릴 수 있는데 나름대로 여운이 깊다. 좀 오바하자면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2013)’ 엔딩 느낌도 살짝 난다.

결론은 추천작. 좀비 영화인데 좀비 출현 분량이 적고 고어성도 낮아서 좀비물로서의 기대에 어긋날 수 있지만, 기존의 좀비 영화와 궤를 달리하는 소재, 스토리, 관점, 해석 등이 좀비 장르적으로 혁신적이라서 호불호만 극복하면 신선한 매력이 있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의 유일한 단점은 국내 번안 제목이 워킹 데드에 묻어가는 낚시성 제목이란 점이고. 영화 포스터에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사투’도 본편 스토리랑 전혀 맞지 않는 홍보 멘트라서 괜히 좋은 작품의 수준을 떨어트린다.


덧글

  • 역사관심 2018/08/30 03:26 # 답글

    그나저나 21세기초는 '좀비물'이란 서브장르가 흥했다라고 역사가 후에 평가할 만큼 특이할 정도로 좀비물이 2010년이후 쏟아지네요- 드라마, 영화, 웹툰,... 워킹데드때문만이 아니라, 거의 예전 흡혈귀(드라큐라이후)가 하나의 장르로 탄생했던 것과 비슷한 느낌인데 (물론 좀비라는 개념자체는 아주 오래되었고, 영화도 클래식급이 있긴 했지만, 이런 '현상'이 되진 못했죠). 요즘 네이버웹툰에서도 속속 좀비물 신작이 나오고, 하다못해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드라마 보이스2에서도 그저께 편에서 좀비 비슷한게 나오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좀비라는 크리처를 그다지 매력적으로 느끼지 못하기에 좋지도 싫지도 않은 현상입니다만...뭔가 이유가 궁금해질 수준에 와있는 것 같습니다.
  • 잠뿌리 2018/08/30 15:07 #

    좀비물이 너무 많이 나와서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 시몬벨 2018/09/07 02:36 # 삭제 답글

    신선하고 재밌긴 했는데, 보면서 주인공의 바보짓이라 할지 광기랄지 하여튼 돌발행동을 보며 어이가 없었습니다. 심심하다고 의도적으로 좀비를 부르지 않나, 그냥 버리면 되지 쓸데없이 불에 태우다가 경보기를 울리지 않나(이것때문에 결국 사단이 나죠).

    보면서 한가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었는데요. 엘리베이터 안에 갇혀있던 할아버지 좀비를 풀어줬는데 왜 바로 앞에 있는 주인공을 공격하지 않고 다른 방(아마 할아버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건지 아시나요? 딱히 좀비가 이성이 남아있다던가 하는 묘사도 없는데...아니면 주인공이 실수로 죽인 여자처럼 망상인걸까요? 잠뿌리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 잠뿌리 2018/09/07 09:06 #

    드럼쳐서 좀비 부르는 씬이라면, 그게 주인공이 혼자 살면서 고립감 때문에 정신이 피폐해진 상황에 바깥에 아무도 안 보이니 미치기 일보직전이라 그렇게 돌발행동을 한 것이고. 테이프 불에 태운 건 사실 물건 버릴 때 태우는 게 가장 확실한 처리 방법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이후에 경보기 울려서 일어난 사단은 영화를 끝내야 할 시간이라 극적인 연출로 넣은 것 같고요. 그게 언제까지고 건물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게 아니고 언젠가 좀비한테 뚫리게 되어 있다라는 복선을 회수한 거라고 봅니다.

    할아버지 좀비 같은 경우는 사실 원칙적으로는 풀려나자마자 주인공을 공격하는 게 맞겠지만 극적인 내용을 위해서 그렇게 처리한 것 같습니다. 같이 지낸 시간도 길었으니 먹이로 인식하지 않은 느낌이죠. 새벽의 황당한 저주에서 좀비가 됐지만 곁에 두는 주인공 친구 에드 같은 느낌입니다.

    사실 본작이 무인도 서바이벌 느낌 나는 걸 생각해 보면 캐스트 어웨이의 배구공 윌슨 포지션에 가깝지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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