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서담 엘시아 (幻想叙譚エルシア.1992) 2020년 애니메이션




1992년에 J.C.STAFF에서 후루카와 노리야스 감독이 만든 전 4화 완결의 SF 판타지 OVA. 메가존 23, 카이트, 메조포르테 등으로 잘 알려진 캐릭터 디자이너 ‘우메즈 야스오미’가 작화 감독 및 캐릭터 디자인과 설정에 참여했다.

내용은 ‘나보스’ 왕이 다스리는 소국 ‘메가로니아’가 고대 문명의 유적을 발굴해 고도의 과학력을 손에 넣어 총화기, 전투기, 대표 탑재 함선 등을 만들어 호르크 대륙 전체를 지배하고, 바다를 건너 신의 섬이라 불리는 타노아, 시키스, 네이도, 에이자의 ‘사신도’까지 침공했다가, 대대로 해적질을 하며 사신도를 침략자의 손에서 지켜주던 에이자의 왕 ‘라르크’의 거센 저항에 부딪쳤지만 결국 제압한 후. 에이자와 그의 아내인 시네라 왕비를 처형하고 두 사람의 아들인 ‘에루리’ 왕자를 인질로 삼아 세계정복을 달성했는데.. 어느날 에이자의 성전에 피가 흘러내리고. 선택 받은 자가 봉인을 풀면 커다란 배가 나타나 메가로니아의 멸망시킨다는 예언이 전해져, 나보스 왕의 딸 ‘크리스텔’이 관심을 보이고 예언 속의 배를 얻기 위해 함선을 이끌고 에이자로 떠난 가운데. 바다를 누비며 어른들의 상선을 습격해 금품을 강탈하던 10대 아이들의 해적단을 이끄는 해적 두목 ‘에이라’가 그 사건에 엮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멸망한 나라의 왕족, 왕족이라는 출생의 비밀, 멸망의 예언서, 고대의 파괴 병기, 선택받은 자. 이런 주요 태그들이 판타지물에서 사골처럼 우려먹은 것들이라 이것만 보면 상당히 식상한 이야기가 될 것 같은데. 실제로는 조금 다르다.

소재만 놓고 보면 식상한 게 맞지만 주역 캐릭터가 여자라서 오히려 신선한 구석이 있다.

여주인공 ‘에이라’는 멸망한 나라의 공주 출생이지만 현직 해적 여두목이자, 선택 받은 자로서 고대인의 갑주와 검을 장비하여 고대의 파괴 병기 엘시아를 조종한다.

엘시아를 복수의 도구로 쓸지, 아니면 바다 속에 봉인할지를 두고 고뇌하고. 어린 시절 생이별한 오빠 ‘에루리’와 재회한 후 갈등을 빚는 것 등등.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 포지션을 유지하면서 스토리의 중심에 서서 극을 이끌어 나간다.

판타지 배경에 싸우는 히로인하면 ‘환몽전기 레다(1985)’가 떠오른데. 본작의 여주인공 에이라는 레다와 전혀 다른 스타일이다. 레다가 비키니 아머를 입은 미소녀 전사였던 반면. 에이라는 노출이 전혀 없는 복장에 검을 휘두르며 거침없이 잘 싸운다.

여자 캐릭터가 주역인데 여자라는 걸 의식하거나 부각시키지 않고 서비스씬 같은 것도 전혀 없이 성별을 초월해 순수하게 영웅으로서의 활극에 집중하고 있어서 이채롭다.

페르키스와의 대결에 밀린 것도 어디까지나 실력에 밀린 것이고, 여성적인 걸 부각하거나 서비스씬을 일체 넣지 않고

근육질의 거한 여자 버전인 시루, 보이쉬하고 야무진 네라, 울보 누프레, 투덜이 판크, 실속 있는 서포터인 도나, 스토리의 키 역할을 하는 요정족 메야드, 정찰 담당 후라크 등의 동료 캐릭터들도 각자 개성이 있고, 크고 작은 역할을 맡아 충분히 활약을 하는 관계로 캐릭터 운용력이 좋다. (특히 전투 씬에서 두각을 나타낸 시루와 에이라의 사이드킥 포지션인 도나가 인상적이다)

몇몇 캐릭터가 사고를 일으켜 의도치 않은 트롤링을 시도하긴 하는데. 그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아예 스토리가 진행되지 않게 만들었고. 작중 사고친 건 어떤 방식으로든 간에 다 수습되기 때문에 극 전개가 답답하지는 않다.

판타지 액션물의 관점에서 보자면, 해적질하는 씬은 1화 초반 밖에 안 나오고. 직접 검을 맞부딪치며 싸우는 액션씬도 1화 후반부와 2화 초반부에 걸쳐 서너 번 정도 밖에 안 나와서 액션 밀도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사실 본작의 핵심적인 액션은 인간의 싸움이 아니라 고대 병기의 싸움이다.

엘시아는 고대의 파괴 병기로 작중 3개의 봉인을 풀 때마다 전력이 강화되는데, 전함+잠수함+비공정의 기능을 고루 갖춰서 바다 속에 잠수를 하거나 하늘을 날 수도 있고. 최종 봉인이 풀린 뒤에는 적함의 공격을 막는 포스 필드에 전격, 에너지 볼을 날리며 막강한 화력까지 뽐내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어필한다.

그 엘시아가 최종 각성하기 전에 메가로니아의 장교 ‘페루키스’가 고대 문명의 과학력을 총 동원해 만든 전함의 공격을 받아 고전하는 전개가 나와서 함대전의 긴장감을 이끌어 낸다.

의외로 특이하다고 볼 만한 건 엘시아에 대한 해석이다.

제목, 줄거리, 캐릭터만 보면 엘시아가 악을 처단하는 정의의 무적함선 같은 느낌을 주지만, 실제로는 파괴 병기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보통, 선택 받은 자가 성검을 얻어 악을 물리친다! 이게 판타지 활극물의 왕도적 설정인데. 본작은 선택 받은 자가 얻은 궁극의 무기를 얻지만 통제할 수 없는 힘이라 결국 파괴만을 불러오기 때문에 스스로 재봉인하는 것으로 마무리해서 클리셰를 뒤틀었다.

엘시아의 디자인 자체도 사실 사전 정보 없이 보면 완전 악당 모함처럼 보이는데. 정 가운데 거대 로봇의 얼굴이 달려 있고 4방향에 기둥이 세워진 게 배, 잠수함보다는 요새 같은 느낌을 줘서 되게 특이하다.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후반부로 넘어갈수록 스토리가 다소 급전개되어 디테일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엘시아가 각성이 3단계를 거치는데 이게 한편에 하나씩 나오는 게 아니라 마지막 편에 몰아서 나와서 극 전개가 급해도 너무 급했다.

게다가 급하게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니 에이라가 선택 받은 자이긴 한데 엘시아를 제대로 조종하는 느낌을 주지 못하고, 엘시아가 본편 스토리의 핵심적인 메카닉으로서 파일럿에 해당하는 에이라와 교감을 나누지 못해서 좀 서로 따로 노는 느낌이 든다.

일단, 메인 기체라 주인공 일행이 타고 있는데 주인공 일행 마음대로 움직이는 건 아니고. 거의 절반은 자동으로 움직이는 느낌이랄까.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에서 ‘노틸러스호’가 ‘네모 선장’의 지휘 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고. 각성 페이즈별로 자동으로 움직여 적과 싸운다고 생각해 보면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으리라 본다.

그런 게 디테일한 부분의 아쉬움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은 추천작. 스토리만 놓고 보면 평범한 SF 판타지물로 전혀 특별할 게 없고 극 후반부의 급전개로 디테일이 떨어지는 게 아쉽지만, 주역 캐릭터의 비중을 반전시켜 여자 캐릭터가 주역이란 점과 선택 받은 자의 설정이 식상한 것 같으면서 해석을 달리해 클리셰를 뒤튼 게 신선하게 다가오며, 캐릭터 운용이 좋아서 고유한 매력이 있는 작품이다.


덧글

  • 역사관심 2018/08/20 05:26 # 답글

    이 시대 애니 정말 너무 좋음...
  • 잠뿌리 2018/08/21 09:16 #

    일본 애니메이션의 황금기였죠.
  • 시몬 2018/08/21 02:53 # 삭제 답글

    혹시 로봇으로 변신도 하나요?
  • 잠뿌리 2018/08/21 09:17 #

    로봇으로 변신하지는 않는데 모함 정 가운데 로봇 얼굴이 달려 있습니다. 뭔가 지시가 내려지거나 각성을 하면 로봇 얼굴의 빨간 눈이 번뜩이는 연출이 나옵니다.
  • 드래곤 헌터 2020/05/09 12:31 # 삭제 답글

    나는 이거 어렸을떄 완전 미치도록 열광 떄리며 꿀 재미있게 아주 잘 즐겨본 나만의 애착 대명품 작인뎅

    스토리만 놓고 보면 평범한 SF판타지물로 특별 할게 없고 극 후반부의 급전개로 디테일이 떨어지는게 아쉽지만

    신선하게 다가오면서 고유한 매력이 있는 명작이다

    이 시대90년대 초반에 애니들이 정말 좋음 일본 애니메이션의 전성기 황금 시대였으니까

    사람 마다 다 다르니 전 공감 드려요 여캐들이 넘 섹쉬해 너무 좋아 안구 정화 오지게 받고 가넹

    해피 엔딩이라서 너무 좋았당 생각 보다 졸 재미있음 ㅋㅋㅋ

    나름 괜찮아요 킬링 타임 애니

    ㅋㅋㅋㅋㅋ 다 그냥 웃겼음


  • 잠뿌리 2020/05/10 19:04 #

    해피 엔딩인 게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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