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닥속닥 (2018) 2018년 개봉 영화




2018년에 최상훈 감독이 만든 한국산 공포 영화.

내용은 여은하, 강민우, 조우성, 주동일, 최정윤, 박해국 등 6명의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수능을 끝내고 팬션을 예약해 겨울 바다로 놀러 갔다가 중간에 길을 잘못 들어 우연히 폐 놀이공원 ‘정주 랜드’에 갔다가, 아프리카 BJ인 우성이 귀신 주작 방송을 하자고 해서 귀신의 집에 들어간 뒤, 진짜 귀신들과 마주치면서 하나 둘씩 죽임을 당하는 이야기다.

본작은 고등학생들을 주인공으로 해서 여고괴담(1998)과 고사: 피의 중간고사(2008)의 계보를 잇는다고 제작 노트에 쓰여 있지만 실제로는 학교 괴담물이 아니다.

본작의 주인공 일행은 수능을 갓 끝마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로 바다로 놀러 나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주요 무대가 학교가 아니라 폐 놀이공원.

정확히, 놀이공원에 있는 ‘귀신의 집’이기 때문에 학교와 완전 무관하다. (진짜 학교 배경의 호러 영화였다면 여고괴담-고사: 피의 중간고사가 나온 학교 괴담 영화 10년 주기에 맞출 수 있었을 텐데)

보통, 이런 류의 영화에서는 유명한 심령 스팟이 있고. 흥미본위로 거기에 놀러갔다가 떼몰살 당하는 게 보통이고. 본작도 그런 전개로 나아가고 있지만 초반부가 정리가 되어 있지 않아서 뜬금없고 작위적인 내용이 줄을 잇는다.

작중 정주랜드는 귀신이 드나드는 귀문이라는 무당의 경고를 무시하고 사장이 오히려 그걸 슬로건으로 삼아 귀신의 집을 거창하게 지었다가 IMF로 부도가 나자 실성해서 귀신의 집 안에서 아내와 자식을 죽이고 본인도 자살했다는 소문이 떠도는 곳이다.

그런데 주인공 일행이 처음부터 그곳을 찾아가려고 했던 게 아니라 팬션 예약하고 놀러 나갔다가 산길에서 길을 잘못 들어 정주 랜드에 도착했고. 현지 주민의 경고를 무시한 채 아프리카 TV 주작 방송하자고 귀신의 집에 들어가는 것으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돼서 너무 부자연스럽다.

귀신의 집 소문 설정을 보면 회장 귀신이 메인 악역 캐릭터일 것 같지만, 실제로 본편에서는 회장 귀신이 나오긴 하는데 메인 악역은 아니고. 그냥 귀신의 집 내에서 각종 귀신들이 떠돌아다니고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해치는 것으로 나온다.

귀신 중에서도 보스급이나 메인급의 주체가 될 만한 캐릭터가 없고. 또 주인공 일행이 뿔뿔이 흩어져 귀신들한테 떼몰살 당하는데. 그런 와중에서 극의 중심이 되어야 할 주인공 캐릭터의 부재로 인해 극 전개가 산만하다.

본래 캐릭터 설정과 초반 비중으로 보면 은하가 여주인공 포지션이긴 한데. 가장 먼저 일행들 곁에서 떨어져 스토리의 중심에서 벗어났고. 중반부 이후에 다시 스토리의 중심으로 돌아오는가 싶다가 밑도 끝도 없이 어그로를 끌어서 답답함의 끝을 보여준다.

위험하니까 가지 말라는 목소리를 무시하고 가는 것부터 시작해, 앞만 보고 도망쳐도 모자랄 판에 귀신이 부른다고 뒤돌아봤다가 덜미를 잡히고, 산 친구와 죽은 친구 모두의 도움으로 살 수 있는 기회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감성팔이하면서 탈출을 포기하는 것까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짜증을 불러일으켜 뒷목 잡게 만든다.

제 딴에는 감성적인 캐릭터로 묘사하고 싶었고. 귀문에서 현실로의 탈출구를 눈앞에 둔 하이라이트 씬 때 감성의 정점을 찍고 싶어 했던 것 같지만.. 그게 작년에 나온 장산범 결말과 같아서 한국 공포 영화사에서 워스트 엔딩 탑을 찍을 만 하다.

모 영화 평론가가 본작의 결말이 장산범을 베낀 거라고 하는데. 자세히 보면 장산범보다 더한 미친 결말이다.

장산범에서는 여주인공이 자식을 잃은 어머니라서 자식의 목소리로 부르는 꼬마 귀신을 거부하지 못해 탈출을 포기하고 귀신이 사는 동굴로 도로 돌아가는 것이라서. 존나 깝깝한 결말이라고 해도 멘탈 무너진 여주인공의 의지 내성 굴림 실패로 가짜 모정에 홀린 것이라 이해는 할 수 있는데.. 본작에서는 죽은 친구, 산 친구 다 탈출하라고 목청을 높이고 도와줬음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이 자기 혼자 감정에 도취되어 죽은 친구를 내버려둘 수 없다고 귀신의 집으로 되돌아가는 내용이라 설득력이 전혀 없다.

하고 싶은 건 감성팔이인데 아무리 그래도 최소한의 논리가 뒷받침을 해주지 않으니 최악 중에 최악의 결말을 만들어냈다.

애초에 은하의 먼저 죽은 친구 설정도 그 친구가 왜 죽었는지 전혀 언급되지 않고. 무슨 심령 PTSD 마냥 잊을 만 하면 뜨문뜨문 은하의 악몽 속에 귀신으로 튀어나와서 은하를 놀라게 했으면서 막판에 가서 ‘실은 이 녀석도 좋은 녀석이야’로 만들면 보는 사람들이 ‘아니, 그렇게 깊은 뜻이?’ 이렇게 반응하겠나, ‘왓 더 뻑?’ 이렇게 반응하겠나.

근본적으로 타이틀 ‘속닥속닥’이 의미하는 건 귀신이 산 사람 귀에 속닥거리는 것으로 나와서, ‘귀신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걸 메인 테마처럼 삼은 것 같지만 실제 영화 본편에서는 단순히 귀신이 속닥거리긴 하는데 그게 별로 빙의나 주박 같은 심령 주술 효력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굳이 제목으로 써야할 지는 의문이 든다.

‘너도 들려, 이 소리?’ 이 영화 포스터 속 카피도 사실 영화 본편에서 그냥 귀신들 말소리 들리는 거 ‘너도 들려?’ 이렇게 물어보는 수준에 딱 그치고. 그게 들리든 말든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나온다.

귀신의 목소리를 듣고 반응하면, 귀신이 산 사람을 자기 같은 귀신인 줄 알고 해코지 한다는 대사가 나오긴 하는데. 귀신과 조우했을 때 아무런 대꾸도 안 했는데 해코지 당한 피해자가 나와서 그 설정의 의미가 없어졌다.

배경인 정주 랜드는 놀이공원인데도 불구하고 다른 시설은 전혀 쓰지 않고 귀신의 집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배경 낭비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귀신의 집도 입구 근처에서는 가짜 귀신, 해골 소품 같은 거 잔뜩 넣고선 안에 들어가니 뜬금없이 고사상이나 관이 나오고, 재봉틀 있는 방이 있고, 뜀틀 있는 체육 창고가 튀어 나오는 것 등등. 배경/소품의 일관성이 전혀 없다.

‘그래. 여기가 귀신의 집이란 건 알겠어. 근데 왜 저런 배경이 나와야 하지?’라는 의문이 머릿속을 떠돌게 한다. (동굴 속 귀신의 집 깊은 곳까지 들어갔는데 체육 창고에 뜀틀이 있다고!)

귀신의 집에 갇혔다는 설정을 통해서 폐쇄 공포를 유발할 수도 있었을 텐데, 현실은 그냥 소품 보여줄 거 다 보여준 뒤에 남은 게 그냥 동굴로서의 터널뿐이라서 결과적으로 귀신의 집이란 설정 자체도 효과적으로 살리지 못했다.

그밖에 문제가 있다면 개연성이 없다는 점이다.

주인공 일행이 차 몰고 가다가 두 갈래 길 나왔을 때. 각각 포장 도로, 비포장도로가 버젓이 나와 있는데도 불구하고 비포장도로로 들어가는 것과 팬션 예약하고 놀러 가는 애들이 사복이 아니라 교복 입고 있는 것 등이 너무 황당하다.

갑자기 툭 튀어나온 아프리카 주작 방송 설정 같은 경우도. 어두운 동굴 안에서 라이트도 없이 캠코더도 아니고 스마트폰을 셀카봉에 달아서 라이브 방송하는 거 보면 개연성은 물론이고 현실성도 없어 보인다.

결론은 비추천. 하고 싶은 건 곤지암+장산범+여고괴담인 것 같은데 결과물은 스토리의 개연성과 현실성이 떨어지고 캐릭터가 작위적이며, 폐 놀이동산의 귀신의 집 배경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서 설정만 거창하지 실속이 없어 재미와 완성도. 둘 다 심연의 어비스 밑바닥 끝까지 떨어지는 졸작이다.

여담이지만 본작은 당연히도 흥행 참패를 했다. 전국 관객 동원수 21만7000명에 그쳤다.

나무위키에서 2018년 최악의 한국 영화 쓰리톱으로 이 작품을 꼽던데, 다른 두 작품인 돌아와 부산항애가 전국 관객수 약 6900명, 데자뷰가 전국 관객수 약 48000명을 동원한 걸 보면 그 두 개를 다 합친 수의 약 4배가 넘는 관객을 모았으니 흥행적인 부분에서는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뭐 졸작들의 흥행 참패 성적 비교해봐야 별 의미는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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