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8년부터 나온 ‘유데 타마고’가 그린 동명의 만화를, 1984년에 ‘시라토 타케시’ 감독이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작품. 근육맨 시리즈 첫 번째 극장판이다.
내용은 ‘근육맨’이 ‘7인의 악마 초인’과의 싸움을 끝내고 자신의 꿈인 근육맨 랜드 건설을 위한 기부금을 모으기로 해서 각계각층의 유명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메트로 별’의 우주 지하 프로 레슬링 연맹의 보스인 ‘옥토버스 드래곤 3세’가 우주선을 타고 나타나 초인 올림픽 우승 챔피언 벨트를 빼앗고 근육맨의 연인 ‘니카이도 마리’를 납치한 뒤. 다음날 12시까지 메트로 별로 와서 자신과 승부를 가리자고 하면서 약속 시간보다 1초라도 늦으면 마리를 거대 괴수 기라자우르스에게 먹이로 줄 것이라 엄포를 내리고 떠나서, 근육맨이 '테리맨', '라면맨', '브로켄 쥬니어', '워즈맨', '로빈 마스크', '리키시맨' 등의 아이돌 초인 동료들과 함께 메트로 별로 향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코믹스 원작의 극장판이 아니라 코믹스의 TV 애니메이션판의 극장판이고. 7인의 악마 초인편이 끝난 뒤 황금 마스크편으로 넘어가기 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본작은 극장판 애니메이션이지만 러닝 타임이 약 48분 가량으로 1시간도 채 되지 않는 관계로 스토리 전개가 상당히 빠르다.
근육맨 일행이 메트로 별에 도착해서 우주 지하 프로 레슬링 연맹의 초인들과 맞서 싸우는데. 다음날 12시라는 타임 리미트를 두고서 옥토버스 드래곤 3세의 부하들이 방해하는 걸 뚫고 가는 과정에서 아이돌 초인 동료들이 하나 둘씩 자기희생을 하는 전개가 이어진다.
동료 캐릭터의 희생으로 주인공이 갈 길을 열어주는 건 열혈 만화의 클리셰라고 할 수 있는데. 본작이 80년대 작품인 걸 생각하면 식상한 전개가 아니라 그 시대 열혈 만화를 상징하는 왕도지향적 전개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동료 캐릭터의 자기희생 전개가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고 아군과 적군을 부각시켜서 캐릭터 인원수가 많고 작품 러닝 타임이 짧은 것 치고는 비교적 캐릭터 운용은 잘된 편이다.
다만, 그중에서도 편애 받는 캐릭터가 따로 있는데 로빈 마스크와 워즈맨은 캐릭터 테마송인 ‘칠색(무지개 빛깔)의 기사’, ‘슬픔의 베어크로’까지 삽입곡으로 들어가서 대우를 받았다.
아이돌 초인 동료들이 자기 희생할 때는 모든 악당들이 부하들을 우르르 끌고 나와 머릿수로 밀어붙여서 사실 각 초인의 기술 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수적인 열세에 밀려 생사불명의 상태에 빠진 것으로 나와서 비장한 분위기에 비해서 액션 자체의 밀도는 낮은 편인데. 라스트 배틀은 근육맨이 동료 중 마지막까지 남은 테리맨과 태그팀을 맺어 옥토버스 드래곤 3세와 맹호 초인과 태그 매치를 벌이는 것이라 이때는 초인 프로 레슬링으로 맞붙어 액션 밀도가 높아진다.
전류 로프의 링에서 싸우는 하드코어 매치인데 사실 태그 파트너들끼리의 싸움인 테리맨 VS 맹호 초인 쪽이 프로 레슬링 기술이 많이 나와서 볼만하고, 옥토버스 드래곤 3세는 최종 보스지만 반칙 기술만 써서 보스 자체의 위용은 좀 떨어지는 편이다.
사실 본작의 포인트는 근육맨의 성장 드라마다.
작중에 내내 약한 모습과 웃기는 모습만 보여주던 근육맨이 동료들이 자신을 위해 희생하는 걸 보고 의문을 갖다가, 극 후반부에 위기에 처해 모든 걸 포기하려고 했을 때, 어째서 친구들이 이런 자신을 위해 희생했는지 묻고 참된 우정은 보상 없는 행위란 대답을 듣고는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각성해서 ‘풍림화산+근육 버스터’로 옥토버스 드래곤 3세를 쓰러트리는데. 그 하이라이트씬이 열혈물로서 절정을 찍으면서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이게 가만히 보면 나름대로 파격적인 구석이 있다. 보통, 열혈 만화에서 ‘여기는 내게 맡겨!’ 씬이 단골 소재로 나오긴 하나. ‘왜 그렇게까지 해서 도와주는 걸까?’라는 의문을 품고 답을 요구하는 씬은 잘 나오지 않아서 그렇다.
동료의 희생을 당연한 것, 혹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왜?’라는 의문을 갖는 시점에서 캐릭터의 성격이 입체적으로 다가오며, 사나이의 우정 테마가 한층 돋보인다.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근육맨의 필살기 ‘풍림화산’은 본래 근육맨의 특기인 48살인기의 세 번째 기술로 자이언트 스윙+롤링 크레이들+파일 드라이버+로메로 스페셜의 연속 기술로 원작 코믹스에선 ‘제시 메이비어’, ‘피카부’를 상대로 사용한 기술인데. 본작에서는 풍림화산의 한자 말 풀이만 그대로 쓰고. 연계기로서는 불독 자세에서 턴버클을 향해 달려가 그걸 딛고 탑 로프에서 뛰어 올라 파일 드라이버를 시전한 뒤. 하늘 위로 집어 던졌다가 함께 뛰어 올라 근육 버스트로 연결하는 막강한 기술로 묘사된다.
즉, 4가지 기술의 연계기가 아니라 2가지 피니쉬 기술 조합에 기술 들어가는 과정에서 풍, 림, 화, 산의 뜻을 해설진/관중들이 떼창 하듯 외치는 연출이다.
이게 극장판 오리지날 연출이라서 나름대로 볼만한 메리트가 있다.
음악은 TV판 1기 첫 번째(1~65화) 오프닝곡인 ‘근육맨 GO Fight!'로 시작하고, 삽입곡은 칠색의 기사, 슬픔의 베어크로 이외에 See You Agin, Hero!가 들어가 있으며, 엔딩곡은 근육맨 테마인 ’기적의 역전 파이터‘로 장식했다. 이후에 나온 극장판의 엔딩은 TV판의 엔딩곡을 사용하고 있어서, 기적의 역전 파이터를 엔딩곡으로 쓴 건 본작 뿐이다.
결론은 추천작. ‘진정한 우정이란 무엇인가?’ 라는 주제 아래. 극 전개와 함께 아이돌 초인들 개개인의 활약이 짧지만 굵게 나와서 캐릭터 운용이 좋고. 주인공 근육맨이 개그 캐릭터로 출발했다가 참된 우정의 뜻을 깨닫고 열혈물의 주인공으로서 각성하는 본편 스토리가 가슴에 확 와 닿아 몰입해서 볼 수 있어 재미있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본작에 처음 나온 닌자 초인 ‘우콩’은 근육맨 극장판에 빠짐없이 출현했는데. 캐릭터 이름이 우콘이라서 작중 근육맨 일행이 그 이름 듣고 ‘무슨 이름이 응꼬(X구멍)이냐?’라고 화장실 유머로 카운터 치는 게 전통이 됐다.
덧붙여 본작의 개봉 당시 관객 동원 수는 약 180만명으로 대히트를 쳤다.
추가로 본작에서 옥토버스 드래곤 3세의 부하 성우로 근육맨 원작자인 유데 타마고가 특별 출연했다.
덧글
처음 탈락한 릭시맨(리키시맨/울프맨)의 묘사가 굉장히 장렬해서 어른이 되어 다시 볼 때까지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