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마 무스메 프리티 더비(ウマ娘 プリティーダービー.2018) 2020년 애니메이션




2018년에 Cygames 원작을, ‘오이카와 케이’ 감독이 전 13화 완결의 TV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경주마 애니메이션.

내용은 시골에서 살다가 도시로 상경한 우마 무스메 ‘스페셜 위크’가 일본 제일의 우마 무스메를 목표로 삼고 트레이닝 센터 학원에 입학했다가, 도시 상경 직전에 우연히 본 경주로 동경의 대상이 된 ‘사일런트 스즈카’와 클레스 메이트가 되고 팀 ‘스피카’에 들어가 훈련을 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본작은 본래 사이게임즈(Cygames)에서 2016년에 경주마 모에화 게임으로 발표하고 2017년에 인게임 영상이 담긴 PV도 공개했지만, 코믹스와 애니메이션이 먼저 나온 작품이다. (게임 발매는 2018년 겨울이라고 한다)

본작의 우마 무스메는 실제로 있었던 일본 경마계의 경주마를 의인화시킨 것으로, 작품 내에서는 이세계(현실 세계)의 경주마의 이름과 영혼을 계승하여 태어난 소녀로 말의 귀와 꼬리를 가지고 있고, 통칭 우마 무스메라 불리면서 경쟁 레이스를 하는 게 국민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는 설정이다.

모에화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면 ‘이제 하다하다 못해 경주마까지 모에화하는 거냐?’라고 생각할 수 있고, 본편의 메인 소재인 우마 무스메 레이스가 1위부터 3위까지의 승자 셋을 대상으로 라이브 콘서트를 벌여서 아이돌물 요소까지 들어가 있어 ‘이게 대체 무슨?’이란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안 그래도 주조연을 막론하고 작품 전반적으로 캐릭터 디자인이 잘 나와서 캐릭터만 가지고 승부를 본다고 오인할 수도 있다. (사실 캐릭터 디자인 잘 나온 건 장점이지만)

근데 자세히 보면 본작은 단순한 모에물이 아니다.

우선 본작은 실제 일본 경마계의 경주마를 모델로 삼고 있는데 원작 고증을 매우 디테일하게 했다.

캐릭터 이름, 외형상의 특징뿐만이 아니라 평소 버릇, 실제 경주의 전작과 활약상, 경주 당시 아나운서의 대사, 경주시 착용한 마구에 담당 기수와 관련된 것까지 전부 구현했다.

원작 고증을 충실하게 하면서 그걸 아기자기하게 잘 풀어내서 깨알 같은 재미를 주고 있어서, 원작 내용을 모르고 봐도 작품 내 캐릭터들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거기까지만 보면 딱, 원작 모델을 잘 살린 고증에 충실한 모에화물로 끝날 수 있는데. 본작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작중 우마 무스메의 경쟁 레이스에 포커스를 맞췄고 그걸 중심으로 작품 내 캐릭터의 드라마가 전개된다.

레이스가 끝난 뒤에 펼쳐지는 위닝 라이브는 원작 게임에 나오는 걸 팬서비스 수준으로 넣은 것에 지나지 않고. 정말 비중 있게 다룬 건 경쟁 레이스 그 자체다.

경쟁 레이스 때의 ‘달리기’에 집중한 묘사, 연출은 몰입감이 대단히 높아서 실제로 시간으로 치면 단 몇 분밖에 안 되는 분량인데도 불구하고 손에 땀을 쥐고 보게 만든다.

달리기 씬 묘사의 밀도를 높여 작품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건 게임 원작 TV 애니메이션인 ‘배틀 애슬릿 대운동회(1997)’ 이후로 오랜만에 본다.

스포츠물의 왕도를 지향하면서도, 식상하지 않은 건 파워 밸런스가 잘 잡혀 있어서 그렇다.

작중 ‘스페셜 위크’가 일본 제일의 우마 무스메를 목표로 삼고 있기는 하나, 그보다 더 큰 목적이 절친이자 라이벌인 ‘사일런트 스즈카’와 함께 달리고 싶다는 소망이며, 그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 연전연승을 거두는 게 아니라 때로는 연패를 당하면서 좌절을 맛보고 성장해 나간다.

재능 있는 주인공이란 설정이니까, 처음에 고전해도 결국에는 주인공이 당연히 이기겠지! 라는 고정관념을 깨트린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점에서 작중의 경주를 긴장하면서 볼 수 있게 해준다.

또 패배의 과정에서 ‘세이운 스카이’, ‘엘 콘도르 파사’, ‘그래스 원더’ 등등. 다른 라이벌 캐릭터가 부각되고 주인공뿐만이 아니라 라이벌 또한 성장하는 캐릭터라는 게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기존의 스포츠물에서 주인공에게 패배한 라이벌은 그걸로 등장이 끝나거나 비중이 대폭 축소되는 걸 생각해 보면 본작은 라이벌 캐릭터들에 대한 대우가 좋은 편이다.

팀 스피카, 팀 리길의 트레이너와 스페샬 위크의 어머니, 아나운서 등등. 인간 캐릭터는 적게 나오지만, 각자 맡은 바 역할에 충실해서 주연/조연/단역 전반의 캐릭터 운용에 균형잡혀있다.

스페셜 위크와 투 탑 주인공 체재를 이루는 사일런트 스즈카의 스토리도 충분히 몰입감이 높고 재미가 있다.

스페셜 위크가 성장하고 도전하는 주인공이라면 사일런트 스즈카는 정반대다. 절대강자의 위치에 있지만 사고를 당해 은퇴 기로에 놓였다가 갖은 노력 끝에 재기에 성공하는 주인공이라서 왕도 지향적 스포츠물로 치면 1부, 2부의 주인공을 둘로 나누어 놓은 느낌마저 준다.

거기다 사일런트 스즈카는 실제 모델인 경주마가 현실에서 경주 도중 사고를 당해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했는데. 본작에서 사고를 재현한 것에 그치지 않고 재기에 성공하는 결말을 이끌어내서 감동을 선사한다. 본작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게 바로 그 사일런트 스즈카의 재기전이다.

협력 플레이가 아닌 경쟁 플레이에서 투 탑 주인공 체재를 끝까지 유지한 것도 이색적인데. 이게 ‘최고가 되고 싶어!’ 여기서 출발했다가 ‘함께 달리고 싶어!’가 되기 때문에 1등 제일주의에서 벗어나서 그렇다.

그 때문에 막상 1등을 하고 나면 주위에 아무 것도 남지 않는 기존의 스포츠물과 달리 본작의 최종화에서는 작중에 나온 우마 무스메 전원이 레이스에 참가하는 드림 매치가 벌어지고. 최종 우승자를 보여주지 않고 모두 한 자리에 나오는 환상의 위닝 라이브가 펼쳐지는 것으로 마무리를 한다.

그밖에 스포츠물로서 파격적인 부분은 훈련 과정을 압축해서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 부분만 비중 있게 다룬다는 점이다.

보통, 기존의 스포츠물이 주인공이나 주인공이 속한 팀의 훈련 과정에 몇 화 분량을 할애하는 게 기본이었던 생각해 보면 질질 끌지 않는 빠른 전개가 신선하게 다가온다.

결론은 추천작. 전반적인 캐릭터 디자인이 예쁜데 본편 스토리가 단순한 미소녀 감상물이 아니라 경주=달리기 소재의 스포츠물로서 왕도를 지향하는 한편. 캐릭터가 가진 드라마를 소홀히 하지 않고 잘 만든 갈등 관계를 심화시켜 스토리 자체의 몰입도를 높이고 그걸 왕도지향 스포츠로 승화시켜 재미를 주며, 캐릭터 운용의 밸런스가 좋고, 원작에 해당하는 경주마 설정을 작품 내에서 꼼꼼하게 어레인지하여 고증에도 충실해서 재미와 완성도를 두루 갖춘 작품이다.

작품 퀼리티의 준수함과 안정감이 워낙 좋아 2018년 2분기 일본 애니메이션 중 가히 최고로 손에 꼽을 만 하다.


덧글

  • 시몬 2018/08/09 22:38 # 삭제 답글

    주인공들이 말을 타고 달리는게 아니라 직접 뛰는 거였군요...
  • 잠뿌리 2018/08/11 06:55 #

    직접 뛰는 거라 열혈 스포츠물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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