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가와 란포 전집 공포기형인간 (江戸川乱歩全集 恐怖奇形人間.1969) 희귀/고전 호러 영화




1969년에 토에이에서 ‘이시이 데루오’ 감독이 만든 괴기 미스테리 영화. 이시이 데루오 감독의 에로그로(에로+그로테스크) 작품 노선으로 근친상간, 강간, 고문 등의 금기를 소재로 다룬 ‘이상성애노선’의 최종작이다. (도쿠가와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인 ‘도쿠가와 여자의 형벌(쇼군의 사디즘)’이 이상성애노선 작품이다)

내용은 과거의 기억이 없는 외과의사 ‘히토미 히로스케’가 정신병원에 수감되었다가 탈출한 뒤. 서커스 소녀 단원 ‘하츠요’를 만나 과거의 기억을 되찾으려 했다가 그녀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해서 살인 누명을 쓴 채 도망자 신세가 되는데. 하츠요가 생전에 남긴 말을 단서로 삼아 동해 해안의 어떤 마을에 가려고 기차에 타서 우연히 본 신문에 자신과 똑같이 생긴 남자 ‘코모다 겐자부로’의 사망 기사를 보고. 그가 묻힌 무덤에 가서 시체와 자신의 몸을 바꿔치기하여 죽음에서 부활한 코모다 겐자부로를 연기하면서 섬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기억 잃은 주인공. 쌍둥이. 시체 바꿔치기 등의 줄거리와 히토미 히로스케, 치요코 등의 등장인물 이름을 보면 에도가와 란포의 중편 소설 ‘파노라마 섬 기담(パノラマ島奇談.1926)’을 영화로 만든 것 같지만, 샴쌍둥이와 꼽추, 만악의 근원이 된 치정극과 기형인간이 핵심적인 내용이라서 오히려 ‘외딴섬 악마(孤島の鬼)’을 메인으로 한 작품으로, 거기에 다락방 위를 지나다니며 독약을 내려 보내 암살을 시도하는 씬과 의자 속에 숨어서 성욕을 채우는 씬 등을 보면 다락방의 산책자(屋根裏の散歩者.1925), 인간의자(人間椅子.1925) 요소도 넣은 뒤. 기형아를 구경거리로 삼은 일본 에도 시대판 프리크 쇼인 ‘구경거리 오두막(見世物小屋)’로 포장했다.

즉, 에도가와 란포 원작 소설을 짜깁기하고 프릭쇼로 완성한 것이다.

거기에 에도가와 란포 소설 대표 캐릭터인 ‘아케치 코고로’가 극 후반부에 갑자기 툭 튀어나와 사건을 해결하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역할을 한다. 본래 파노라마 섬 기담에서 사건 의뢰를 받아 파노마라 섬에 침입한 ‘키타 코고로’를 아케치 코고로로 변형시켰다.

줄거리(파노라마 섬 기담)+메인 스토리(외딴섬 악마)+서브 스토리(인간의자, 다락방의 산책자)에 ‘기승전아케치 코고로’라서 언뜻 보면 에도가와 란포 소설 종합 선물 구성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문제는 구경거리 오두막이 메인 태그라서 영화의 비주얼이 기괴하고. 짜깁기도 잘했으면 몰라도 엉망진창으로 뒤섞어 놓아서 개연성이 부족해 스토리 자체의 완성도도 떨어져서 괴작이 됐다.

극 전개를 할 때 주인공의 독백을 통해서 상황 설명하는 데 이게 소설로 보면 당연하겠지만 영화로 보면 좀 어색하다.

그래도 최소한 초반부에는 미스테리물에 충실한 진행을 해서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데.. ‘코모다 고조로’가 등장해 기형인간에 포커스를 맞추면서 내용이 기괴해진다.

본작의 핵심적인 내용이 기형아로 태어나 갖은 모욕을 당하며 자라나 정략결혼을 했으나 아내를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불륜 현장을 목격한 후 광기가 폭발해 기형인간들의 낙원을 만들기 위해 젊은 여자들을 납치해 기형인간으로 개조하는 코조로의 미친 행각이다.

뭔가 추리를 하고 미스테리를 풀려고 해도 코조로 등장 이후에 알아서 자초지종 다 설명해주고 기형인간 쇼를 보여주는데, 히로스케가 주인공으로 극을 주도하는 게 아니라 거의 관전자에 가까운 포지션을 갖고 끌려 다니기만 하니 좀 답답한 구석이 있다.

캐릭터의 갈등 심화나 짜임새 있는 스토리보다는, 기형인간의 퍼포먼스에 집중하고 있다.

본작에서 기형인간들의 우두머리인 코모다 코조로 배역을 맡은 배우는 일본의 암흑무도 ‘부토(BOTOH)’의 창시자인 ‘히지카타 타츠미’다.

실제로 히지카타 타츠미가 이끄는 암흑무도 학원의 학생들로 본작에서 기형인간을 연기하고 있다.

연출의 기본 베이스가 암흑무도라서 전신에 흰색 페인트를 칠하고 있어서 스크린 안에서 암흑무도를 하는데 이게 기본적으로 전위무용이라서 보통 사람이 보면 이해하기 어렵고 기괴하게 다가온다.

영화 본편 내용을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아니라 ‘봐라, 이것이 암흑무도’다! 라는 느낌으로 밑도 끝도 없이 전위무용 퍼포먼스를 쑤셔 넣고 있다.

그런 상황에 남자 몸과 여자 몸이 등을 중심으로 붙은 남녀 샴쌍둥이, 시체 살을 파먹은 게 시식, 불꽃놀이 사지 폭발씬 등등. 엽기적인 설정이 속출하고 신체 개조, 근친상간 설정들의 너무 파격적이라서 컬트의 단계에 이른 것이다.

영화 자체는 유혈씬과 배드씬이 생각보다 적어서 비주얼 자체는 설정에 비해 그렇게 과격하지 않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봉 당시 성인 영화로 지정됐다.

근데 사실 이 파격성이나 괴이함이 예술적으로 만들었으나 시대를 너무 뛰어넘은 탓에 당대에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이 수준이 아니라, 영화 만듦새 자체가 엉성한데 내용과 비주얼이 이상하기까지 해서 컬트로 승화된 것이라서 B급 이상은 되지 못했다.

역설적으로 이게 B급 영화로서의 재미가 되어 컬트적 인기를 누린 이유가 됐다. 엉성하고 이상한데 그 때문에 예측 불허의 전개가 이어져서 묘한 재미가 있는 거다.

다만, 그 재미도 본작의 기괴한 비주얼을 소화할 수 있는 한에서 느낄 수 있는 거지. 보통 어지간한 사람은 보는데 좀 부담을 느낄 수 있어서 대중성은 떨어진다. 개봉 당시 괜히 흥행 참패를 한 게 아니라는 말이다.

결론은 미묘. 에도가와 란포 소설을 짜깁기한 내용에 프릭쇼와 암흑무도를 더한 기기괴괴한 작품으로 영화 자체의 완성도가 좀 떨어지고 대중성이 부족하지만, 캐릭터, 설정, 연출이 워낙 기괴하고 당시 기준으로 파격적이라서 컬트적인 맛이 있어서 상식적으로 볼 때 일반인에게 권하기는 어렵지만 컬트 매니아라면 한번쯤 볼만한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1969년 개봉 당시 흥행 참패를 당하고 비디오 출시도 보류됐다가 결국 발매 중지가 됐는데, 컬트적인 인기를 꾸준히 누리다가 2007년에 미국에서 역수입되어 DVD로 발매했다.

덧붙여 이시이 데루오 감독은 ‘컬트 영화의 황제’라 불리면서 일본 컬트의 대명사가 됐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좋아하는 감독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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