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수격투 강의 귀 (大魔獣激闘 鋼の鬼.1987) 2019년 애니메이션




1987년에 ‘히라노 토시키’ 감독이 만든 SF 괴수 로봇 OVA. 타이틀 뒤의 ‘강의 귀’는 제목만 보면 강물의 강이나 강함의 강으로 볼 수도 있는데 실제로는 강철의 강이고 뒤에 붙은 귀는 일본어로는 오니라서 ‘강철의 오니’라고 할 수 있다. 영문 표기가 ‘Hagane no Oni’로 적혀 있다. (영어 제목 자체는 ‘배틀 오브 더 그레이트 데몬 비스트: 데몬 오브 스틸’이다)

내용은 서기 1999년, 절해의 고도 ‘쿠니시섬’에 지어진 군사복합 연구소 ‘산사라’가 섬에서 미지의 에너지를 감춘 신 입자를 발견하여 그것을 응용해 위성 빔 병기를 개발. 통칭 ‘마루다 입자 빔포’로 이름 짓고 실험을 하던 도중. 다른 차원으로 향하는 공간을 만들어냈다가 정체불명의 물체를 회수하게 됐는데. 산사라 소속 연구원 하루카와 타쿠야가 목숨을 걸고 회수 작업을 했지만 상사인 가룬의 비인간적인 처사에 실망해 결국 타쿠야가 하루카를 비롯한 친구들을 남겨 두고 홀로 떠난 뒤. 그로부터 3년 후에 하루카로부터 도와달라는 편지를 받아 산사라에 돌아갔다가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은 ‘나가이 고’의 ‘다이나믹 프로덕션’에서 TV판 ‘마징가 Z’의 판권과 관련 사업 문제로 토에이와 갈등을 빚다가 AIC와 협업을 해서 OVA로 제작을 시도했지만, 애니메이션 잡지의 무단 정보 유출로 인해 결국 제작이 무산된 ‘대마징가’에서 파생된 작품이다.

정확히는, 대마징가 프로젝트가 무산되었을 때. 다이나믹 프로덕션에서 이미 월급을 지급한 스태프를 활용해 만든 작품이 ‘파사대성 당가이오’와 본작인 ‘대마수격투 강의 귀’다.

두 작품 다 같은 해인 1987년에 나왔고, 초시공요새 마크로스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 메가존 23의 작화 감독으로 잘 알려진 ‘히라노 토시키’가 감독, 용자 로봇 시리즈의 메카 디자이너로 유명한 ‘오오바리 마사미’가 작화 감독을 맡았다.

일단 이 작품은 소설이나 만화 원작이 아닌 오리지날 작품인데 단편 OVA로 러닝 타임이 약 47분가량 밖에 되지 않아서 스토리 전개가 상당히 빠르다.

본편 스토리를 요약하면 다른 차원에서 온 물체가 실은 거대한 생물체형 로봇이라서 그것을 연구하다가 조종당해 인격이 변한 하루카와 그를 돕기 위해 산사라에 돌아왔다가 또 다른 괴수형 로봇에 탑승해 하루카와 싸우게 되는 타쿠야의 이야기다.

즉, 하루카와 타쿠야가 각각 거대 생물체형 로봇에 탑승해 목숨을 걸고 싸운다! 이것으로 간편 요약되는 스토리다.

3년 전 타쿠야의 애인이 ‘리즈’인데 3년 후에는 하루카의 연인이 되어 있고. 3년 전 하루카의 애인인 ‘루이’가 3년 후에는 솔로가 되어 타쿠야와 썸을 타려고 하지만 거절 당해서 뭔가 캐릭터 간의 갈등 관계가 치정극으로 흘러갈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하루카, 타쿠야. 단 두 명에게만 모든 포커스를 집중하고 있고 나머지 캐릭터는 조연은 고사하고 단역으로 처리해서 캐릭터 운용이 나쁘다.

하루카, 타쿠야 이외에 다른 캐릭터는 그저 타쿠야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만 한다. 작중 타쿠야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만 하고. 눈 깜짝할 사이에 리타이어한다.

심지어 3년 전 타쿠야가 산사라를 떠나게 한 계기가 된 악덕 상관 ‘가룬 하이에츠’조차도 산사라로 돌아온 타쿠야와 대립각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다른 차원에서 온 생물 연구라는 본편 스토리의 핵심적인 정보만 알려주고서 사고에 휘말려 죽는 사망전대 캐릭터로 퉁-처리 했다.

애초에 캐릭터 설정과 갈등 관계만 놓고 보면 본작의 흑막이 되었어야 하는데. 보통, 이런 류의 캐릭터는 자신이 교활한 책략이나 음모가 밝혀지면 입막음을 시도하는 게 정상으로 ‘비밀을 안 이상 살려서 보낼 수는 없다!’ 이렇게 나왔어야 했는데. 본작에선 ‘비밀을 알려주겠다. 대신 이곳을 떠나라’ 이렇게 나오니 당황스럽다.

하루카와 타쿠야로 투 탑 주인공 체재를 이루지만 그것을 위해 다른 캐릭터의 비중과 분량이 전부 희생당하는 구조라서 캐릭터 운용이 너무 나빠서 극 전개가 너무 재미없다.

그렇다고 하루카와 타쿠야가 매력적인 캐릭터로 나오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다.

타쿠야는 조사하고. 하루카는 각성하는 전개로 따로 놀고 있고, 서로의 행동 동선이 거의 겹치지 않아서 실제 본편 스토리에서 자주 마주치지 못하는데. 막판에 서로 만났을 때 급전개로 진행되어 눈 깜짝할 사이에 거대 괴수 로봇에 탑승해 사투를 벌여서 각 캐릭터가 가진 매력이나 개성을 어필할 기회가 없었다.

스토리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게 아니라, 반대로 반 강제적으로 스토리에 끌려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캐릭터물의 관점에서 보면 완전 꽝이다.

다만, 스토리와 캐릭터를 떠나서 남는 것을 관점을 달리해 보면 또 이야기가 다르다.

인류가 신 에너지를 발견해 실험하다가 다른 차원으로 연결된 공간을 만들어 정체불명의 생명체가 현세에 나타나고. 그게 인간의 힘으로는 통제할 수 없는 거대 생물체형 로봇이라서 재난을 일으키는 전개라서 그 스타일이 딱 괴수물이다.

마징가 Z는 타는 사람의 선택에 따라 신도 될 수 있고, 악마도 될 수 있는데. 본작에 나오는 거대 로봇은 그냥 존재 자체가 재앙이고 실제로 재난급 사고를 일으켜서 로봇이 가진 힘의 위험만을 강조하고 있어서 오히려 특이하게 다가온다.

보통, 강한 힘을 가진 로봇을 올바른 일에 사용하자!가 옛날 로봇물의 클리셰라고 할 수 있는데 본작은 그걸 뒤틀다 못해 박살내 버렸다. ‘같잖은 인간이 되도 않는 힘을 탐내다 너도 죽고 나도 죽고 모두 다 죽는다!’ 이런 느낌이랄까. (뭐, 주인공은 주인공 보정을 받아서 안 죽지만)

거대 로봇 디자인도 당시 기준으로 보면 특이하다고 할 만 하다. 앞서 말한 ‘생물체형’을 강조한 게, 본작의 로봇은 기존의 로봇 같은 금속 장갑(裝甲)이 아니라 금속 피부에 가까운 질감으로 묘사해서 그렇다.

80년대 당시 로봇물이 슈퍼와 리얼로 구분을 짓는다면 원통형 혹은 사각진 슈퍼 로봇이나 슬림한 리얼 로봇과는 다른, 슈퍼와 리얼의 중간이 아니라 아예 규격 외로 넘어간 것이다.

비슷한 느낌이라면 ‘강식장갑 가이버’나 ‘바스타드’의 ‘용전사’를 손에 꼽을 수 있다.

타쿠야의 빨간 로봇은 분명한 인간형이라 딱 봐도 주인공 기체다 라는 생각이 드는데. 반대로 카오루의 하얀 로봇은 어깨 장갑이 날개를 연상시키고, 몸통에 눈과 입이 달려 있으며 꼬리까지 있어서 직립보행 드래곤 같은 비인간형 로봇이라 괴수 이미지에 적합하다. (바스타드의 용전사는 이쪽을 닮았다)

거기다 타쿠야의 로봇과 싸울 때, 실시간으로 페이즈별 변화를 해서 더 임팩트가 크다.

본편에서 언급된 크기는 20미터지만, 그냥 서 있는 것만으로도 사방팔발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거센 바람이 몰아치고, 싸움의 결과로 섬이 박살나 수몰될 정도로 재앙급 존재감을 어필했다.

단, 존재감이 강한 것과는 별개로 액션 씬은 좀 기대에 못 미친다. 소문에는 본작의 배틀씬 작화가 궁극의 작화라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세계 멸망 분위기를 풀풀 풍기면서 온갖 폼은 다 잡았는데 기껏 공방을 한차례 주고받은 것 정도로 승부가 났고. 그것도 사실 서로 맞붙어서 치열하게 싸운 게 아니라 하루카 로봇이 블랙홀을 만들어 타쿠야 로봇을 빨아들인 뒤. 타쿠야 로봇이 블랙홀을 찢고 나와서 하루카 로봇을 한방에 쓰러트리는 것이라서 액션 연출은 별로 좋지 않다. (뭔가 특수한 기술이나 무기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맨손으로 때려 잡으니..)

결론은 평작. 2명의 주인공에게 집중하느라 다른 캐릭터를 소흘하게 다루어 전반적인 캐릭터 운용이 나쁘고, 주인공이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게 아니라 스토리에 끌려 다녀서 극 전개의 재미가 없어서 캐릭터, 스토리는 꽝이고 액션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금속 피부 질감의 도입, 비인간형 괴수급 거대 로봇 디자인과 로봇물을 가장한 괴수물이란 게 80년대 당시 로봇물 중에 보기 드문 스타일이라 나름대로 컬트적인 매력은 갖춘 작품이다.


덧글

  • JOSH 2018/07/28 21:23 # 답글

    시나리오는 일본 괴수특촬물의 시나리오를 사용해서,
    표현 방식은 애니메이션으로 제조한 느낌이 드는 애니였죠.

    엔딩곡이 아주 좋았습니다 !
  • 잠뿌리 2018/07/31 13:00 #

    로봇물의 관점에서 보면 실망스럽지만 괴수물의 관점에서 보면 나쁘지 않죠.
  • 무지개빛 미카 2018/07/29 10:44 # 답글

    거대 생체 괴수로봇에 사람이 탄다? 이거 3식기룡이잖아요! 사이보그 고질라 3식기룡.
  • 잠뿌리 2018/07/31 13:01 #

    본작에서 사람이 로봇에 탈 때 콕피트에 탑승하는 것보다 등뒤에 촉수로 연결된 거 보면 뭔가 되게 낯설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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