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오파트라 (クレオパトラ.1970) 2020년 애니메이션




1970년에 무시 프로덕션과 일본 헤랄드 영화가 제휴를 맺어 '야마모토 에이이치' 감독과 ‘데즈카 오사무’ 감독이 만든 성인용 애니메이션. 아니메라마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이다.

아니메라마는 애니메이션+드라마, 애니메이션+시네라마, 애니메이션+파노라마, 애니메이션+드라마+시네라마 등의 장르 용어를 조합한 신조어다. 아니메라마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이자 본작의 전작인 ‘천일야화(1969)’는 일본 최초의 성인용 애니메이션이다.

내용은 21세기에 지구 인류가 우주로 진출해 파시텔리 별을 노리자, 파시텔리 별의 외계인들이 지구 인류를 막기 위해 ‘클레오파트라 계획’을 세워서, 지구 정부가 그 계획의 진상을 조사하기 위해 지로, 하비, 마리 등으로 이루어진 지구인 3명을 정신만 고대 이집트로 타입슬립시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의 메인 캐릭터는 고대 이집트 마케도니아 혈통 왕조인 프롤레마이오스 왕조의 마지막 파라오인 ‘클레오파트라’ 여왕으로 고대 로마의 카이사르, 안토니우스, 옥타비아누스와 엮이는 실제 역사의 내용을 바탕으로 삼아 재구성했다.

작중 외계인이 세운 클레오파트라 계획은, 아름다운 여자를 이용해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남성 지도자를 유혹해 파괴하는 계획으로 나온다.

스토리의 기본 줄기. 즉, 카이사르<안토니우스<옥타비아누스와 엮이는 것은 역사와 같지만 그 과정과 묘사는 전혀 다른 것으로 본작의 오리지날 스토리로 진행된다.

21세기 미래의 지구인인 지로, 하비, 마리가 고대 이집트로 정신만 타임슬립시키면서 클레오파트라의 주변 인물의 몸속에 들어간다.

지로는 그리스 출신으로 로마에 잡혀가 카이사르의 노예가 된 근육남 ‘이오니우스’, 마리는 이집트 해방을 위해 카이사르의 목숨을 노리는 게릴라 조직에 소속된 붉은 피부의 여인 ‘리비아’, 하비는 클레오파트라가 키우는 애완 표범인 ‘로파’다.

로파는 애완 표범이라서 캐릭터의 비중이 애완동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반면. 이오니우스와 리비아는 서로 첫눈에 반해 커플링을 맺고 클레오파트라의 심복으로서 행동을 함께 해서 비중이 높은 편이다.

클레오파트라와 직적적인 관련이 없는 자기들만의 독립적인 스토리와 출현 지분을 가지고 있다. 클레오파트라 쪽 스토리보다 그 둘의 이야기가 오히려 더 흥미롭다.

이오니우스가 로마군에 붙잡혀 노예가 된 그리스인인데. 정신은 21세기 미래인이라서 미래 지식을 가지고 현대의 수류탄을 만들어 이집트 군대와 싸운다거나, 콜로세움에서의 경기 때 권총을 사용해 이기는 것 등등. 완전 이세계 판타지적인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21세기인 지금 일본에서 이세계물 붐이 일어난 걸 생각해 보면 본작은 이 부분에서 만큼은 근 반세기 정도의 시대를 앞서갔다.

클레오파트라 쪽의 이야기는, 앞서 말했듯 오리지날 스토리인데. 본작에서는 클레오파트라가 처음에 추녀로 나왔다가 동생인 프롤레마이오스 왕이 너무나 쉽게 카이사르한테 항복해서 이집트의 자유를 갈망하던 중. 은밀하게 카이사르 암살 계획을 세운 이집트 게릴라 단체의 수장인 ‘아폴로리아’에 유혹에 넘어가, 고대 마법의 힘을 빌어 마법 성형을 통해 절세미인이 되어 로마의 지도자들을 차례대로 유혹한다.

근데 이게, 클레오파트가 메인 캐릭터이긴 하나 주체가 되어 극을 이끌어나가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나오고. 아폴로니아가 흑막으로 나와서 마법 성형시켜 미인으로 만들고 방중술과 암살 기술 등을 가르쳐 암살을 지시하는 것 등등. 온갖 흉계를 꾸며서 악역 이미지를 떠맡고 있다.

그 때문에 클레오파트라 자체가 일반적으로 알려진 요부, 요녀의 팜므파탈 이미지가 아니라 권력자들에게 농락당한 비련의 여주인공으로 묘사된다. 말투도 되게 나긋나긋하고, 전용 테마가 슬픈 멜로디라서 더욱 그렇다.

흥미롭기야 이세계물인 이오니우스 쪽 이야기가 흥미롭지만, 캐릭터 드라마적인 부분은 클레오파트라 쪽이 더 낫다.

카이사르의 암살을 위해 외모를 바꾸고 기술을 배웠지만 카이사르의 아이를 낳고 그를 진심으로 사랑했으나, 정작 카이사르가 사랑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는 사실에 슬퍼하고. 각 잡고 미인계를 써서 사로잡았던 안토니우스는 그가 패망 후 죽기 직전에 가서야 비로소 진정한 사랑을 느끼지만 사별을 하게 되며, 그걸 계기로 로마 지도자을 유혹하고 암살하는 삶에 회의를 느껴 왕위를 버리고 떠났다가 마지막에 만난 옥타비아누스에게는 여자로서의 매력도 통하지 않아 좌절한 채 피라미드 안에서 죽음을 맞이하기 때문에 인간 스토리가 파란만장하다.

성인용 애니메이션이지만, 성애 묘사에 중점을 둔 포르노로서의 성인물이 아니라. 성인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을 표방하고 있어서 성애 묘사의 수위가 낮고, 그런 씬의 분량도 매우 적다.

아예 안 나오는 건 아니고 잊을 만 하면 뜨문뜨문 나오는데 별로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 그런 느낌이다.

본작이 미국에서 X등급을 받았다고 해도 70년대 초창기 성인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현대의 성인 애니메이션을 생각하면 안 된다.

장르 태그에 코미디도 붙어 있는데. 본편 스토리는 진지한 내용이라서 코미디와 조화를 전혀 이루지 못했다. 한창 진지한 이야기 하다가 갑자기 코미디를 집어 넣어서 웃기지도 않고 분위기만 망치니 뭔가 좀 필름 낭비 수준이 됐다.

이 작품에는 60년대 당시 일본의 인기 만화 캐릭터가 우정 출현한다. 아톰, 천재 바카본, 사자에상, 카무이 외전, 파렴치 학원, 게게게의 키타로 등등. 손에 꼽을 만한 작품들인데 문제는 본작의 고전 작품이라서 우정 출현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아서 그랬던 건지, 아니면 본래 센스가 이상한 건지 몰라도 원작 캐릭터를 고대 이집트/로마 배경에 맞춰 어레인지한 게 아니라.. 원작의 그림체 그대로 쑤셔 넣었다.

즉, 이집트 배경인데 군중들 사이에 사자에상 캐릭터들이 원시인 복장 입고 나온다거나. 게게게의 키타로에 나온 네즈미 오토코가 갑자기 툭 튀어나오고. 아무 이유 없이 아톰이 나오는 것 등등. 우정 출현이 원작 팬으로서 반가운 게 아니라 되게 어색하게 보인다. 무한도전 유행 짤방으로 정형돈의 ‘형이 거기서 왜 나와?’ 이런 느낌인 거다.

사실 이 작품은 근본적으로 고대 이집트/로마의 시대 배경에 대한 고증은 잘 지키지 않는다. 뭔가 뜬금없이 현대 문물이 튀어 나오는 일이 많다.

카이사르가 시가 담배를 피우고, 로마 개선식 때 퍼레이드에서 빨간 스포츠카를 타고 나오거나, 발레리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캉캉 춤을 추는 댄서, 알몸의 모나리자, 비너스의 탄생, 루소의 생각하는 사람이 나오는 것 등등. 문명 레벨이 뒤죽박죽 섞였다.

카이사르의 사망씬은 가부키 연극으로 묘사돼서 인상적인데 로마 개선식 때의 그 장면들은 이해의 범주를 벗어난 것이라서, 만화니까 가능한 자유로운 연출이라고 실드치기 힘들다.

그중에는 이상한 게 아니라 못 만든 것이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있는 것들도 있다. 도입부가 딱 그런 케이스인데 정말 싼티의 절정을 찍는다.

21세기 미래 시대의 우주선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파란 타이즈로 디자인된 우주복 위에 만화 캐릭터 얼굴만 오려 붙여 묘사하는 거 보면 이게 진짜 데즈카 오사무 작품이 맞나 의문이 들 정도다.

일본 현지에서의 흥행 실패 이후, 무시 프로덕션에서 1972년에 제나두 프로덕션과 계약을 맺어 본작을 영어로 더빙해 미국에 수출했고. 제목을 ‘클레오파트라: 섹스 오브 퀸’으로 바꾸어 최초의 X등급 포르노 영화로 광고했지만 미국에서도 비평과 관객에게 혹평을 받아서 끝내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결론은 미묘. 초창기 일본 성인용 애니메이션으로 21세기 미래인의 고대 타임슬립 설정이 흥미롭고, 클레오파트라의 인간 드라마가 애잔하게 다가오기는 하나. 진지한 내용과 개그가 조화를 이루지 못했고, 만화적 상상력이 좀 과해서 통제를 못해 역사극으로서의 고증을 잘 지키지 않아서 기본적인 연출 센스가 괴랄해서 자유로운 화풍이라고 커버치기 힘든 수준인 데다가, 유난히 퀼리티가 낮은 장면들도 많아 상업적으로 실패한 게 이해가 가는 작품이다.

컬트적인 매력이 있기 보다는, 만화의 신 데즈카 오사무의 흑역사로서 의의가 있다.

여담이지만 본작에서 옥타비아누스가 클레오파트라의 미모에 넘어가지 않는 이유가 남색가란 설정으로 재해석했는데. 작중에서 옥타비아누스가 이오니우스를 보고 반해서 구애하는 장면을 그리기 위해 당시 애니메이터가 게이바에 다니면서 호스트가 자신에게 구애하는 걸 묘사한 것이라고 하며, 후일 데즈카 오사무의 에세이에서 그 장면이 이 작품 전체를 통틀어 압권이라고 할 만한 장면 중 하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덧글

  • 소시민 제이 2018/07/20 14:29 # 답글

    제가 시저였다면 저 클래오파트라를 보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칼로 찌르고 다시 카펫으로 말아 반품 했을듯.

    악몽으로 나올까 무섭군요.
  • 잠뿌리 2018/07/20 21:24 #

    작품 속에 나온 게 포스터에 나온 것보다 조금 더 낫습니다.
  • 무지개빛 미카 2018/07/20 17:41 # 답글

    외계인 클레오파트라.... 신선하기는 한데 왜인지 모르게 유명한 사람이나 천재들이 사실 알고보니 외계인...하는 것 같아 신비도는 좀 떨어지네요
  • 잠뿌리 2018/07/20 21:25 #

    클레오파트라가 외계인은 아니고 외계인이 세운 계획이 미녀를 동원해 지구 인류의 강력한 지도자를 유혹해 파멸시킨다. 이것이라서 외계인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다만, 오히려 클레오파트라 주변 인물이 21세기 미래의 지구인이 정신만 타임슬립시켜서 고대인의 몸에 미래인의 정신을 넣은 거였죠.
  • 잠본이 2018/07/21 23:16 # 답글

    수총선생은 이름만 빌려준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센스가 괴악하긴 한데(캐릭터 디자인도 다른 분이고)
    뜬금없는 패러디 남발이나 개그 삽입은 수총선생이 출판만화쪽에서도 자주 보여주던 나쁜 버릇의 최대치를 찍으면 어떻게 되나를 보여주는 느낌이라 뭔가 관여를 하긴 했겠구나 싶기도 합니다(...)
  • 잠뿌리 2018/07/24 21:18 #

    센스가 너무 괴악했습니다. 랄프 존스 감독의 위저드(1977)보는 줄 알았습니다.
  • 시몬벨 2018/07/24 01:39 # 삭제 답글

    어...클레오파트라가 그닥 미인이 아니네요? 성형한 뒤에도 저 정도면 성형전에는 대체...?
  • 잠뿌리 2018/07/24 21:18 #

    성형 전은 추녀라는 설정인데 문자 그대로의 디자인으로 나옵니다.
  • 잠본이 2018/07/26 22:44 #

    저거 캐릭터 디자인한 양반이 우리나라로 치면 고우영 선생 비슷한 위치에 있었던지라
    지금 눈으로 보면 촌스러울 수밖에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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