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좀비 히어로 (今晚打丧尸.2017) 2017년 개봉 영화




2017년에 ‘노위린’ 감독이 만든 홍콩산 좀비 영화. 국내 번안 제목은 ‘좀비 히어로’. 원제는 ‘금만타상시(今晚打丧尸)’. 영제는 ‘좀비바이올로지’다. 타이틀의 상시(丧尸)는 강시(僵尸)와는 또 다른 것으로 좀비의 한자 표기다.

내용은 홍콩 도심 곳곳에 원인불명의 좀비가 발생하자 평소 히어로를 꿈꾸던 두 친구 ‘산룽’과 ‘즈랑’이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이야기다.

본작은 좀비 영화를 표방하고 있고, 실제로 좀비가 나오긴 하지만.. 본편 스토리를 쭉 보면 이걸 과연 좀비 영화라고 봐야할지 의문이 들 정도로 이상하게 만들었다.

이걸 컬트적이라고 포장하는 건 무리인 게 장르가 좀비물인데 좀비가 메인 소재가 아니라서 그렇다.

중반부는 도시 재난 규모의 좀비 발생이란 설정에 비해서 주인공 콤비가 좀비와 싸우거나, 위협을 당하는 씬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뭔가 좀 핀트가 어긋나 있고. 후반부는 주인공 콤비와 최종 보스의 대결 구도가 이루어지는데 좀비물에서 완전 벗어난다.

보통, 좀비 영화는 처음 시작할 때부터 좀비가 발생하는데 본작도 그건 기존의 좀비 영화와 같지만.. 오프닝 때 좀비가 발생한 것이 무색하게 스토리 초반부는 좀비와 하등의 관계가 없는, 주인공 콤비의 일상과 가족 간의 갈등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 지루하게 흘러간다.

스토리 중반부에 가서야 본격적으로 좀비물이 되는데. 재난 규모의 좀비 발생이란 거창한 설정에 비해서, 주인공 일행이 좀비의 위협에 크게 노출되지 않고. 좀비와 치열하게 싸우는 장면도 거의 안 나와서 뭔가 좀 좀비물로서 핀트가 어긋나 있다.

‘홍콩 시내 한복판에서 좀비 출몰!’이라고 소란스럽게 홍보한 것 치고는. 주인공 일행의 행동반경이 상당히 좁아서 진짜 작은 동네에 집 근처 몇 미터 이내 수준이라서 위험한 도시란 느낌이 전혀 안 든다.

분명 도시에 좀비가 나타난 건 맞고. 머릿수도 엄청 많은데, 정작 주인공 일행이 그 안에 없다는 게 문제다.

좀비 사태가 발생했으니 문 잠고 창문 닫고 판자로 막는 게 나오는 것도 좀비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건물 안에서 농성할 때나 그 의미가 있지, 그런 것도 전혀 없이 그냥 건물 안에서 사람 두어 명 좀비 되는 걸로 퉁-치고 넘어가서 좀비물로서의 아이덴티티가 매우 약하다.

캐릭터 운용 수준도 최악이다. 일단 산룽과 즈랑의 투 탑 주인공 체재지만 이 친구들이 싸움을 잘하거나 재치가 있는 것도, 임기응변이 뛰어난 것도 아니라 항상 사건 사고에 휘말려서, 주인공 콤비로서 스토리를 이끌어나가지 못하고. 조연/단역들은 등장 타이밍이 뜬금없거나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개죽음 당하는 일이 많아서 누구 하나 튀는 사람이 없다.

아니, 사실 개죽음까지는 좀비물의 조연/단역의 숙명이니까 그렇다 쳐도. 등장 타이밍이 뜬금없는 건 봐주기가 어렵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불시에 나타났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스토리에서 이탈하거나 허무하게 죽어 나가는 전개의 연속이라서 각본 자체가 이상하다.

메인 예고편에서 나온 개조 전기톱 쌍용살은 잔뜩 폼 잡고 나온 것 치고는 좀비 한 마리 잡은 걸로 땡처리 돼서 스크린에서 아예 사라지는 무기고, 좀비와의 전투씬 자체도 예고편에 나온 게 전부라서 극 후반부에 몇 분 나오고 끝나서 이거 가지고 관객 기만 수준이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참신한 아이디어의 무기들! 이라는 드립도 치던데, 더블 드래곤 킬(쌍룡살)은 길쭉한 장대에 톱날 박아 넣은 잡초 제거기 같은 무기지만 앞서 말한 듯 좀비 한 마리 잡고 사라지고. 계란빵(와플) 기계에 칼 박아 넣은 블라스팅 마체테는 생긴 것만 특이하지 사용법이 그냥 검이라서 운용의 개성이 없고. 항마봉은 작중에서 그걸로 좀비 때려잡는 씬 자체가 없는 장식품에 가까우며, 소울건은 광선총인데 아무런 예고도 없이 뜬금없이 튀어 나와서 고스트 버스터즈 포톤 캐논 마냥 레이져를 쏴대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

그나마 봐줄 만한 건 플라잉 단두대랑 토네이도 블레이드 정도인데. 전자는 미용실의 헤어 트리트먼트 기계를 고전 무협 영화의 ‘혈적자’로 개조, 토네이도 블레이드는 칼날 달린 훌라후프로 ‘건곤권’을 개조한 것이라 인상적이다. (혈적자의 영문 명칭이 플라잉 기요틴인데 이걸 플라잉 단두대라고 번역한 거 보면 뭔가 좀..)

다만, 액션 분량이 워낙 적어서 기껏 인상적인 무기가 나와도 별로 써먹질 못해서 소품 낭비가 심하다.

후반부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새 요괴는 사각진 새 인형 탈로 디자인되어 있는데, 이 새가 사람을 좀비로 만들고 알을 거느리고 다니며 대학살을 벌인다.

알은 스스로 움직여 총알처럼 날아가 사람 머리에 명중하면, 머리가 해골이 되어 잘리는 기괴한 연출이 나온다.

후반부 스토리가 이 새 요괴와의 대결 구도로 이어지면서 좀비물로서의 아이덴티티가 약해지다 못해 요괴물로 변모하는 장르이탈 현상까지 발생한다.

그 새 요괴의 존재 자체가 이 작품의 가장 치명적인 문제다. 좀비물이면 좀비에 집중해야지, 알 수 없는 요괴를 억지로 쑤셔 넣어서 딴 길로 샌 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렇게 만들어 놓고 새로운 좀비 영화 어쩌고 저쩌고 하는 건 양심불량이다.

클라이막스 때는 갑자기 애니메이션이 삽입되어 진짜 슈퍼 히어로로 변신한 주인공이 거대 새 요괴와 싸우는 액션씬이 나오는데. 분량은 약 3~4분가량으로 극히 짧고, 너무 갑작스럽게 나왔고, 왜 들어간 건지 당최 알 수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편 전체를 통틀어 그나마 그게 가장 볼만했다.

허나, 볼만한 것과 별개로. 그 부분도 진짜 뜬금없이 나오고 왜 나오는 건지 이해가 안 가는 황당한 장면이라서. 이걸 딱 보고 ‘우왕, 상상도 못한 초전개!’ 이 말보다 ‘어? 왜? 어째서?’라는 의문을 안겨준다. 말도 안 되고, 이해할 수 없는 극 전개에 민감한 사람은 위경련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사건의 진상이 속 시원하게 밝혀지지 않고, 작중에 던진 떡밥이 회수된 것도 아니라서 본편 스토리가 되게 어중간하게 끝나서 뒷맛이 깔끔하지 못하다.

결론은 비추천. 좀비물을 표방하고 있지만 배경 설정만 거창하게 만들었지, 속 내용물은 좀비물로서의 밀도가 너무 떨어지고, 스토리 전개적인 부분에서 핀트가 어긋나도 너무 어긋나 좀비물로서의 아이덴티티가 약하다 못해 사라진데다가, 캐릭터 운용 수준은 최악이고. 참신한 무기 드립친 것에 비해 액션 씬의 분량이 너무 부족하며, 좀비물에서 요괴물로 장르이탈까지 해서 ‘컬트적이다’라는 말로 커버를 치지 못할 정도의 괴작이다.

감독은 이걸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하고 만들었겠지만 존나 이상한 결과물이 나온 것이라, 아무 때나 ‘컬트’를 갔다 붙이면 안 된다는 교훈을 주는 작품이다. 컬트적이란 말을 전가의 보도처럼 쓰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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