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송: 저주의 시작 (A Dark Song.2016) 2018년 개봉 영화




2016년에 리암 개빈 감독이 만든 아일랜드산 오컬트 영화. 한국에서는 2018년에 정식 수입됐다. VOD 서비스로 바로 넘어가기 위해 짧게 개봉했는데 관객수가 50명밖에 안 된다.

내용은 3년 전 어린 아들을 10대들의 컬트 집단에게 잃은 소피아가 죽은 아들의 영혼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해서 인터넷으로 알게 된 오컬티스트 ‘죠셉 솔로몬’을 고용하여 영국 남서부 웨일스 교외의 외딴 집에서 합숙 생활에 들어가 성 수호천사를 소환하여 소원을 빌기 위해 ‘아브라멜린 신성 마법’을 시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스토리는 상상 이상으로 지루하고. 호러물로서의 색채도 옅은 편이다.

전체 내용의 약 2/3에 해당하는 분량. 총 러닝 타임 100분 중에 약 70분을 소피아가 솔로몬이 합숙하면서 흑마술을 시도하고, 일이 잘 풀리지 않자 갈등을 빚고 서로 다투는 이야기가 쭉 이어진다.

신성 마법을 시도한다는 것도 몸을 깨끗이 해야 한다는 이유 하에 기도와 정화 위주의 수행으로 단순히 바닥에 마법진을 그려 놓고 거기에 앉은 채로 몸에 글자를 적고, 머리 위에 찬물을 붓고. 특정한 시간 이후에만 밥을 먹는 것 등을 반복해서 오컬트의 밀도가 그리 높은 것도 아니다.

전문 오컬티스트를 등장시켜 분위기 쫙 깔면서 그럴 듯하게 포장해 묘사한 게 아니라, 일반인이 어디서 주워들은 거 야매로 따라하는 걸 날 것 그대로 묘사하고 있어서 되게 허접하다.

공포 영화로서 전혀 무섭지 않은데 남녀 주인공의 뻘짓과 히스테릭을 반복해서 보여주고 있어 언제 누가 사고 칠지 모르는 불안감을 주긴 하지만, 의도치 않은 사고가 발생해 파극으로 치닫기 때문에 기껏 잡아 놓은 불길한 분위기도 끝까지 살리지 못했다.

그 사고란 것도 주술이 실패해서 발생한 리스크 같은 게 아니고. 오컬트와 전혀 무관한 안전사고에 가까워서 뭔가 좀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 같다.

오컬트 영화라기보다는 그냥 다큐멘터리 영화 같다고나 할까.

영화 끝나기 약 30여분 전에야 비로소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갖가지 모습의 망령들이 등장하지만 여러 마리가 우르르 몰려 나와 도매급 취급을 받고 등장 분량 자체도 굉장히 짧아서 순식간에 지나가며, 망령보다는 성 수호천사의 존재를 임팩트 있게 그려서 뭔가 좀 주객전도된 느낌을 준다.

망령들은 그냥 보통 사람이 귀신 분장을 해서 허접한데 비해. 성 수호천사는 갑주 차림에 칼을 든 거인의 모습으로 묘사해서 작중 유일하게 CG를 퍼부은 씬이 됐다.

혹자는 이 작품을 리얼한 마법 세계라고도 하는데 망령과 성 수호천사의 등장이 리얼함을 깨부숴서 결국 니 맛도 내 맛도 아니게 됐다.

리얼과 판타지의 경계선이 허물어진 순간의 연출도 별로 극적이지 않다. 이게 단순히 결계를 넘어 집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집에 왔더니 전에 보이지 않았던 망령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렇게 퉁-치고 넘어가서 그렇다.

알렉스 드 라 이글레시아 감독의 ‘야수의 날(1997)’에서 야매 흑마술인 줄 알았는데 진짜 악마가 소환된 극적인 반전을 생각해 보면 본작의 연출은 너무나 뒤떨어진다.

근데 그렇다고 계속 리얼함을 추구하기에는 1시간 넘게 진행한 신성 마법이 다 헛수고로 끝나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 같다.

근본적으로 그 리얼한 마법 세계라는 게 비주얼적으로 야매 느낌이 너무 강해서 오컬트가 신비로운 게 아니고 시시한 것이란 사실만 강조하니 마법에 대한 흥미가 짜게 식는다.

등장인물은 소피아와 솔로몬. 단 두 명밖에 안 나오는데. 의식을 주관하는 솔로몬이 소피아에게 꾸지는 게 과해서 부담스럽고, 소피아는 소피아대로 말로는 죽은 아들의 영혼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아들의 원수를 갚고 싶어 하는 복수의 부정한 마음을 감추고 있다가 의식을 파토내고, 솔로몬이 집주변에 쳐 놓은 결계 바깥으로 나가지 말라는 말도 어겼다가 망령을 불러내는데. 이후 성 수호천사와 대면해 원수를 용서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혼자 살아남아서 남녀 주인공이 쌍방 트롤링을 시전해 이야기에 몰입이 안 된다.

결과적으로 복수심을 버리고 원수를 용서하라.’ 이건데. 용서가 메인 테마라는 건 알겠지만 거기에 이르는 과정이 전혀 납득이 안 되고. 이야기 전개상 소피아가 깨달음을 얻고 순수한 마음으로 용서를 한 게 아니고 망령들의 손에 잡혀 죽을 위기에 처하자 살기 위해 용서한 것이라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소피아가 아들을 죽인 원수를 용서하는 건 둘째치고. 소피아에 의해 의식이 파토나고 사고를 당해 죽음에 이르게 된 솔로몬은 대체 무슨 죄인지. 소피아가 오히려 용서를 구해야 할 대상인데 죽어서 말 없는 시체가 되어 외딴 숲속의 호수에 수장되기까지 하니 용서 테마의 진정성을 더욱 훼손한다.

결론은 비추천. 메인 테마인 용서가 깨달음을 얻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게 아니라 극 전개상 반 강제로 이루어진 것에 가까워 진정성이 없고, 용서에 이르는 과정이 용서와 전혀 관계가 없어서 어째서 그런 결말로 이어진 건지조차 쉽게 납득이 가지 않으며, 작중에 나오는 마법 의식이 좋게 말하면 리얼리즘. 나쁘게 말하면 시시한 비주얼로 오컬트를 소재로 다루었지만 오컬트에 대한 흥미가 짜게 식을 정도로 볼거리가 부족한데다가, 마지막에 망령과 성 수호천사의 등장으로 리얼리즘 노선도 붕괴되니 결국 니 맛도 내 맛도 아닌 맹맛이 되어 지루하고 재미없고 소재와 장르적 밀도까지 낮은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국내판의 부제인 ‘저주의 시작’은 낚시성 제목이다. 한국에서 호러 영화 수입 개봉할 때 저주, 시작 단어 쓰기를 너무 즐기는데. 본작에서는 저주의 ‘저’자도 안 나온다.


덧글

  • 지나가다 2018/07/26 23:56 # 삭제 답글

    결말 궁금해서 검색통해서 왔고 리뷰 잘봤습니다
    많이 화가나신듯 ㅎㅎ
  • 잠뿌리 2018/07/28 19:52 #

    본편 내용이 좀 보는 사람의 짜증을 유발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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