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제시드 (The Possessed.1977) 2018년 전격 Z급 영화




1977년에 워너브라더스 텔레비전에서 제리 소프 감독이 만든 TV용 심령 스릴러 영화.

내용은 알콜중독증에 걸린 카톨릭 신부 케빈 리히가 밤길 운전 중 전신주를 들이 박아 그 자리에서 사망한 후 영혼이 연옥에 갇혔다가 참회 기도를 올려서 악마와 맞서 싸우는 엑소시스트의 사명을 부여 받아 지구로 돌아와 미국 오레곤 주 살렘에 소재한 카톨릭계 미션 스쿨 ‘헬렌 페이지 스쿨’에 가서 원인불명의 인체발화와 화재가 악마의 소행인 것을 깨달아 엑소시즘에 나서는 이야기다.

본작은 줄거리와 소재만 보면 딱 1973년에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이 만든 엑소시즘 영화 ‘엑소시스트’를 연상시키는데. 이게 아류작이나 양산형 작품으로 보기 좀 애매한 구석이 있을 정도로 본편 스토리가 좀 이상하게 흘러간다.

보통, 엑소시즘 영화의 정석이라면. 평범한 소녀가 악령에 씌여서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하고 현대 의학이 통하지 않자 성당에 연락을 취해 신부를 불러다 엑소시즘에 들어가는 것인데 본작에서는 엑소시즘, 악마, 신부라는 태그만 있지 그게 본편 스토리로 재구성되지 못하고 있다.

본작의 배경인 헬렌 페이지 스쿨은 카톨릭계 미션 스쿨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재학생들의 졸업식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교내에 원인불명의 화재가 발생하거나, 재학생과 교직원의 몸에 갑자기 불이 붙어 인체 발화로 사상자가 나오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

그 화재가 악마의 소행이란 걸 추측하는데 누가 악마에 씌었는지 감을 잡지 못하고, 발화/화재가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에 공포 포인트를 두고서 스토리가 진행돼서 엑소시즘물이라기 보다는 스릴러에 가깝다.

애초에 악마에 빙의 당한 캐릭터가 본색을 드러내는 게 극 후반부의 내용인데. 이게 주인공이 집요하게 조사를 하다가 밝혀지는 게 아니고. 그냥 영화 끝날 때쯤에 교내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실은 내가 악마한테 빙의됐지!’라고 셀프로 정체를 고백해서 스토리를 너무 대충 만든 티가 난다.

악마에 빙의 당한 캐릭터가 화재가 발생한 기숙사를 돌아다니며 일일이 문을 열고 애들을 구해서 바깥으로 나와서 실내 수영장을 무대로 삼아 케빈 리히와 엑소시즘을 가장한 악마 VS 신부의 일기토를 벌이는 전개는 아무런 부연 설명 없이 이어져서 난해하다.

엑소시즘 자체도 분량이 3분가량 밖에 안 되는데, 일반적인 엑소시즘처럼 성경책 들고 기도문을 외우며 악마를 꾸짖고 성수 뿌리는, 그런 전개가 아니라 그냥 신부가 엄격 근엄 진지한 얼굴로 악마 빙의자를 쳐다보다가 포옹한 뒤 몸에 불이 붙은 상태에서 수영장 물에 풍덩 빠지는 것으로 끝나서 이해의 범주를 벗어났다.

새하얀 얼굴과 파란 입술 등 창백함의 끝을 보여주는 악마 빙의자 분장은 그럴 듯한데. 신부와 대치하여 일 대 일 구도를 이루자 무슨 꼬부기 물대포 쏘듯 입에서 물줄기를 내뱉고, 나사를 토하는 것 등등. 해괴한 공격을 하다가 발화 능력을 사용해서 라스트 대결씬 스크립트가 이해불가능의 영역에 들어섰다. (물대포는 둘째치고 나사는 왜 뱉는 거지?)

대체 이걸 보고 누가 엑소시즘 영화라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다.

본작의 유일한 특이사항은 ‘해리슨 포드’가 출현한다는 점이다. 해리슨 포드가 작중에서 맡은 배역은 어머니와 딸 사이에 양다리를 걸쳤다가 심령 발화로 불에 타 죽은 바람둥이 교사 ‘폴 윈잼’이라서 비중이 낮은 조연인데. 본작이 나온 해와 같은 해에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스타워즈(1977)’에 한 솔로 배역을 맡아서 스타 배우의 반열에 올랐다.

즉, 본작은 해리슨 포드의 무명 배우 시절 끝에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IMDB에 기록된 해리슨 포드의 필모 그래피를 보면 이 작품 바로 다음에 스타워즈를 찍었다)

그래서 본작의 포스터나 비디오 커버에는 남자 주인공 케빈 리히 배역을 맡은 ‘제임스 파렌티노’나 악마 빙의자 엘렌 섬너 배역을 맡은 ‘클로뎃 네빈스’가 전면에 나왔는데. 나중에 해리슨 포드가 유명해지자 스페인으로 수출된 버전은 제목을 ‘Satán, fuerza del mal’로 바꾸고 비디오판과 DVD판 커버에 해리슨 포드 혼자 큼직하게 나온다. 누가 보면 해리슨 포드가 주인공으로 나온다고 오인할 수 있을 정도다.

결론은 미묘. 언뜻 보면 엑소시스트 아류작 같지만 실제로는 엑소시즘 소재의 심령 스릴러에 가까운데, 스토리를 정말 대충 만들어서 개연성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고, 이해 불가능한 전개와 연출이 속출하는 괴작이다.

괴작의 관점에서 봐도 이상하게 만든 것보다는 못 만든 것이라서 컬트적인 매력은 떨어지긴 하나, 해리슨 포드 무명 시절의 끝자락에 찍은 작품이란 것에 의의가 있다.

해리슨 포드가 한 솔로와 인디아나 존스로 승승장구하기 직전에 어떤 작품에 출현했는지 알고 싶은 사람에게는 권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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