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두사 터치 (The Medusa Touch.1978) SF 영화




1973년에 영국의 작가 ‘피터 밴 그린어웨이’가 집필한 동명의 소설을, 1978년에 잭 골드 감독이 영화화한 SF 스릴러. 한국판 번안 제목은 ‘메두사’다.

내용은 영국 런던에서 소설가 ‘존 모랄’이 누군가에게 둔기로 얻어맞고 살해당해 영국 경시청과 프랑스 경시청의 인재 교환 계획을 통해 런던으로 근무지를 배정 받은 프랑스 출신의 형사 ‘브루넬’이 범죄 현장을 조사하던 중, 희생자인 존 모랄이 치명적인 부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살아 있는 걸 발견해 병원으로 이송시킨 이후. 존 모랄의 정신과 상담의인 ‘존 펠드’ 박사와 만나서 존 모랄에게 숨겨진 이야기를 듣는 이야기다.

본작의 이야기 방식은 꽤 특이하다. 스토리상 가장 비중이 큰 핵심 인물인 ‘존 모랄’이 도입부에서 살해당하는데 실은 죽은 게 아니라 가사 상태로 발견되어 병원으로 이송된 뒤에. 그의 과거 이야기를 회상하면서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는 전개로 이어져서 그렇다.

이 과거 회상이 존 모랄의 정신과 상담의인 존 펠드 박사의 증언에 의존하고 있어서 브루넬 형사의 수사나 취조, 조사 같은 게 그리 디테일하게 나오지는 않는다.

극 후반부에 브루넬 형사가 존 모랄의 위험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를 저지하려고 하긴 하나, 이게 형사 VS 범인의 구도라기보다는 앞으로 벌어질 재앙에 대한 경고와 저지를 위한 노력이라서 재난 영화의 주인공에 가깝게 나와서 스릴러로선 좀 미묘한 구석이 있다.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스릴러라고 보기에는 주인공이 하는 일이 너무 없다는 거다. 더 정확히 말하면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뭔가 하려고 해도 실패를 하기 때문에 화자의 역할을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호러물로서의 밀도가 낮은 건 아니다.

본작의 공포 포인트는 꽤 명확한데, 통제할 수 없는 슈퍼 파워에 의한 초능력 테러다. 이게 개인에 대한 위해 수준을 넘어서 초대형 재난/재앙급으로 스케일이 크게 나온다.

작중 존 모랄을 초능력자로 막강한 사이코키네틱 능력을 소유하고 있어서 거리에 상관없이 염동력으로 보잉 747 비행기를 런던 오피스 타워에 충돌시키거나, 유인 우주선을 추락시키고, 성당 건물을 무너트리는 것 등의 재해를 일으킨다.

어린 시절부터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은 가차 없이 초능력으로 살해하고, 어른이 된 현재에는 자신의 능력을 입증시키거나, 지독한 염세주의자로서 아무렇지도 않게 대량학살을 하는 악마적인 초능력자다.

가사 상태에서도 초능력을 사용하고 재생 능력까지 갖춰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뇌파 측정기가 요동을 치며, 잊을 만하면 뜨문뜨문 붕대 사이로 감춰진 눈을 부릅뜨며 재난의 전조를 알리니 나름대로 임팩트가 있다.

본작은 슈퍼 히어로물과 전혀 관련이 없지만, 어째서 마블 슈퍼 히어로 세계관에서 왜 초인 등록법안을 두고 시빌 워가 발생하고, 엑스맨의 뮤턴트들이 핍박 받았는지 잘 알 수 있게 해준다.

원작 소설판 표지에도 나온 보잉 747 여객기 비행기 충돌씬은 70년대 영화라서 CG가 없고 특수효과의 한계상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좀 유치한데.. 극 후반부에 나오는 본작의 하이라이트씬이라 할 수 있는 대성당 붕괴 씬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촬영을 했고 엑스트라 동원 수도 꽤 많아서 아비규환의 대참사를 연출하고 있어서 생각 이상으로 임팩트가 크다.

비주얼을 떠나서 봐도 대성당을 붕괴시켜 대참사를 일으키는 게 신을 부정하는 것의 정점을 찍는 것이라서 70년대 당시로서는 영화계에 파문을 일으킬 만 했다.

그 무너진 대성당이 영국 브리스톨시에 있는 ‘브리스톨 대성당’인데, 아무래도 실존하는 대성당을 붕괴시키는 설정이 민감했던 건지 작중에서는‘민스터 카테드랄’이라는 가칭이 붙었다.

엔딩을 장식하는 메모장의 ‘윈드스케일’은, 요즘 사람들이 보면 ‘가면 라이더 W’의 무대인 가상 도시 ‘후토’의 의류 브랜드를 떠올릴 수 있을 텐데. 실제로는 셀라필드 원자력 단지의 원자로를 뜻하며, 1950년대 때 영국에서 발생한 5등급 원자력 사고 ‘윈드스케일 화재 사고’를 의미한다.

즉, 존 모랄의 초능력 테러 다음 타겟이 원자로라는 걸 암시하여 실제로 현실에서 발생했던 원자로 화재 사건을 재발시킨다는 충격의 결말인 것이다.

결론은 미묘. 이야기 방식이 특이하지만 이야기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형사 VS 범인 구도가 성립되기 어려워서 스릴러물로서의 맛이 없어서 좀 지루할 수도 있지만.. 초능력 테러에 의한 재난물의 관점에서 보면 꽤 파격적이고 나름대로 오싹한 구석이 있어서 보는 관점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릴 만한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주연 배우 캐스팅 이력이 꽤 흥미로운 점이 있다. 작중에 악마적인 초능력자 존 모랄 배역을 맡은 배우인 '리처드 버튼'은 ‘엑소시스트 2(1977)’에서 ‘필립 라몬트 신부’로 나왔다.

즉, 1년 전의 작품에서는 신부 주인공으로 나와서 악마를 제령 했는데 1년 후의 본작에서는 반대로 악마적인 초능력자로 나와서 대성당을 붕괴시켰다는 거다.

덧붙여 본작은 미국의 영화 평론가 ‘로저 에버트’가 1978년 최악의 영화로 지명했지만, 그해 ‘세턴 어워드 포 베스트 필름’에 노미네이트 되었을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그 해(1987) 세턴 어워드 호러 필름 수상작은 로빈 하디 감독의 ‘위커맨(1978)’이 됐다)

추가로 본작의 각본을 쓴 작가는 1982년에 영화 ‘간디’의 각본으로 아카데미 최우수 각본상을 수상한 ‘존 브릴리’다.

마지막으로 본작의 오프닝 크레딧 때 나오는 메두사 그림은 17세기의 이탈리아 화가 ‘미켈란젤로 메리지 다 카라바조’의 ‘메두사의 머리(1601)’다.


덧글

  • 2018/06/07 10:4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8/06/13 01:3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8/06/07 10:5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8/06/13 01:4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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