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녀유혼 (倩女幽魂.1960) 2019년 중국 공포 영화




1960년에 쇼 브라더스에서 이한상 감독이 만든 판타지 멜로 영화. 영제는 인챈팅 섀도우(Enchanting Shadow)

내용은 세금 수금 일을 하는 서생 ‘영채신’이 마을에 방이 다 차서 묵을 곳이 없자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있어 사람의 발길이 끊긴 ‘금화사’에서 하룻밤 묵으러 갔다가 도사 ‘연적하’와 친구가 되고, 귀신 ‘섭소천’을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보통, 천녀유혼하면 1987년에 정소동 감독, 서극 제작에 장국영, 왕조현이 주연을 맡은 영화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본작은 원조 천녀유혼으로 1987년작이 본작을 리메이크한 것이다.

본래 천녀유혼 자체가 중국 청나라 시대 초기의 작가 포송령이 집필한 기담집 ‘요재지이’에 수록된 단편 소설 ‘섭소천’을 원작으로 삼고 있다.

영채신, 섭소천, 연적하 등의 세 명은 원작에 등장한 주역들이고. 본작의 오리지날 캐릭터는 섭소천이 모시는 할머니 귀신인데 이게 1987년작에 나오는 나무귀신의 원형이 된다.

1987년작의 나무귀신은 인간 폼에서 나무귀신으로 변신을 하는 요괴인 반면. 오리지날 판의 할머니 귀신은 평소 때는 멀쩡한 노파의 모습을 하고 있다가, 손톱이 길고 산발한 머리에 얼굴이 일그러진 귀신으로 변한다.

1987년판 천녀유혼에서 연적하의 ‘도도도’ 노래 씬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고, 오리지날판인 본작에서도 연적하 첫등장 씬에 노래 파트가 나온다.

1987년판의 연적하는 상투 머리의 도사로 그려지는데. 오리지날판의 연적하는 호피 두건에 이지창을 든 사냥꾼처럼 나온다. ‘검선’이란 설정은 원작과 동일해서 작중에서 이지창을 휘두르는 건 한 번도 안 나오고 검만 사용한다.

무협 영화를 많이 만든 쇼 브라더스 작품이니 액션도 좀 기본은 하지 않겠나 싶지만.. 액션 비중 자체가 전체의 약 1/10 밖에 안 되는데다가, 영화 맨 마지막에 아주 잠깐 나온다.

액션 내용 자체도 노파 귀신이 지팡이 휘두를 때 연적하가 패턴 파악하고 위 아래로 피하다가, 첫닭이 울자 노파 귀신이 도망치는 걸 투검으로 퇴치하는 것이라 액션적인 부분은 볼거리가 전혀 없다. (분량 자체도 1분도 안 된다)

1987년판에서 이기어검술 사용하고, 검 타고 하늘 날아다니고, 천지무극 건곤차법 연속 폭장 쓰는 걸 생각해 보면 원작의 액션은 상상 이하다.

1987년판은 호러물로서도 밀도도 높아서 난약사의 배경부터 시작해서 귀신의 존재와 위협을 디테일하게 넣어서 긴장감을 자아냈는데. 오리지날판은 그냥 버려진 절에서 밝은 조명 아래 주인공 영채신 혼자 돌아다니는 모습만 멀찌감치 카메라에 담고 있고, 귀신의 위협이 거의 나오지 않아서 전혀 무섭지 않다. 노파 귀신의 위협은 영화 거의 끝에서 잠깐 나올 뿐이다.

섭초선이 노파 귀신의 노예라서 사람을 유혹해 노파 귀신의 먹잇감으로 삼게 하고, 이후 영채신에게 부탁해 자신의 유골을 가지고 도망쳐 노파 귀신으로부터 해방시켜 달라고 해서 야반도주하는 내용은 1987년작과 동일하다.

1987년작의 엔딩은 영채신과 섭소천이 끝내 이어지지 못하고 후속작에 가서야 환생한 섭소천과 맺어지는데. 오리지날판에서는 원작 소설처럼 사람과 귀신으로서 무사히 맺어지는 걸 암시하는 것으로 끝난다.

근데 멜로 파트 자체가 두 사람의 첫 만남 때 원앙새 그림에 시를 적어 넣으며 교감을 나누는 씬은 괜찮은데.. 그 뒤로 섭소천이 자기 정체를 밝히기 전까지는 여자와 제물을 밝히지 않는 영채신의 고결함만 강조하느라 사랑의 애절함이 없다.

밀고 당기는 게 전혀 없을뿐더러, 영채신과 섭소천이 자주 만나는 것도 아니고. 연적하와 같이 나오는 씬이 더 많아서 뭔가 좀 주객전도된 느낌마저 든다.

전체적으로 볼 때 하나도 안 무서운 ‘전설의 고향’ 같은 느낌이랄까.

호러, 액션, 멜로, 판타지 등. 어떤 것이든 간에 오리지날판보다 1987년 리메이크작이 넘사벽급으로 좋아서 비교가 불가능한 수준이 됐지만.. 그래도 오리지날판에 장점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오리지날판의 장점은 음향 효과다. 정확히, 상황에 잘 맞아 떨어지는 배경 음악인데. 비주얼만 보면 전혀 안 무섭지만 배경 음악이 불온한 분위기를 자아내거나, 긴장감을 이끌어내는가 하면. 멜로 파트에서 애잔한 음악을 넣어 러브 스토리의 밀도를 높이는 것 등등. 본작을 하드캐리하고 있다.

그리고 캐릭터 복색적인 부분에서 고전 영화 특유의 정취가 있다. 1987년작의 섭소천 복장은 시대 배경을 정확히 알 수 없는 판타지스러운 느낌인데 비해, 오리지날판은 청나라 시대 복장을 구현해서 그 나름의 고전미가 있다.

결론은 평작. 천녀유혼(1987)의 오리지날 작품으로 60년대 영화라서 1987년판보다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스토리 진행 상황에 맞춰 배경 음악을 적절히 넣어 분위기를 살리고, 시대 배경에 맞는 캐릭터 복색으로 고전미를 자아내서 자체적으로 평타는 치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본작은 중화권 영화 죄초로 1960년에 열린 칸 영화제에 출품됐고, 제 3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 부분 우수작으로 선정됐지만 수상을 받지는 못했다.


덧글

  • 포스21 2018/04/28 17:50 # 답글

    87년 작이 원판이 아니었군요.
  • 잠뿌리 2018/04/29 10:23 #

    네. 영화로는 1960년판이 가장 먼저 나왔습니다.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통계 위젯 (화이트)

263841
4518
9452420

메모장

잠뿌리의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