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왕이 하는 일(りゅうおうのおしごと.2018) 2019년 애니메이션




2015년에 ‘농림’으로 잘 알려진 ‘시라토리 시로’가 집필한 동명의 라이트 노벨을, 2018년에 ‘야나기 신스케’ 감독이 전 12화 완결의 TV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작품.

내용은 16살의 젊은 나이에 용왕 타이틀을 딴 쇼기계의 천재 소년 ‘쿠즈류 야이치’가 슬럼프에 빠졌다가 어느날 집에 불쑥 찾아온 9살 초등학교 3학년생 ‘히나츠루 아이’가 약속대로 제자로 받아달라는 말에 사제지간이 되어 동거 생활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일본 현지에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단행본이 8권까지 나왔는데 그중에서 무려 5권 분량을 13화 완결 1쿨 분량의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것이라 극 전개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문제는 극 전개 속도가 빨라진 만큼 본편 내용을 축약시켜서 원작에 나온 걸 생략하고 넘어간 것들이 꽤 많아서 원작 재현율이 낮을뿐더러. 스토리 자체의 밀도가 떨어진다는 거다.

개그, 진지한 내용, 연애 관련 부분, 캐릭터 속성도 전부 다 쳐내고 또 쳐내고는 로리 모에만을 남겨 놓았다.

주인공 쿠즈류 야이치와 히로인 히나츠루 아이의 관계에 올인하듯 그 두 사람에게만 모든 포커스를 맞추고 있어서 다른 캐릭터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를 면치 못하는 수준을 넘어서 공기 비중이 됐다.

우선 야이치와 동년배이자 사저로 연애 이벤트 다수를 진행했던 소라 긴코는 애니메이션화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됐는데. 엔딩곡 때 단독으로 나와서 원샷 받으며 히로인 포스 풀풀 풍기는 것에 비해 애니메이션 본편에서는 잊을 만 할 때 뜨문뜨문 나오는 조연으로 전락했다.

원작에 나온 것들의 상당수가 삭제되어 과연 히로인 후보 맞나 싶을 정도로 출현 분량 자체가 매우 적다.

주인공 하렘 구성원들인 쿠구이 마치, 츠키요미자카 료, 로쿠로바 타마요는 원작의 분량이 죄다 잘려 나가면서 진짜 13화 분량 전체를 통틀어 몇 분 안 나올 정도라 조연은 고사하고 단역조차 되지 못한 엑스트라 캐릭터가 됐다.

반면 본작이 로리 모에를 중시하면서 여자 초등학생 연구회 멤버회들인 사다토 아야노, 미즈코시 미오, 샤를로트 이조아드는 삭제되는 내용 없이 자기들 분량 다 챙겨서 캐릭터 편애가 극심하다.

성인 캐릭터 중에 유일하게 자기 분량 챙긴 건 키요타키 케이코 밖에 없다. 사실 후술할 캐릭터의 드라마 중에 유일하게 건질 게 케이타 이야기 밖에 없긴 하지만 말이다.

캐릭터 편애가 심한 것도 심한 거지만, 로리 모에가 은근히 들어간 게 아니라 너무 대놓고 들어가 있어서 좀 지나친 수준이다. 어린 소녀의 무릎, 엉덩이를 강조하는 것도 부담스러운데 남녀 주인공 커플로서 야이치와 아이를 너무 밀고 있어서 로리 취향인 사람한테는 강하게 어필할 수 있지만, 그 반대인 사람한테는 독처럼 다가올 정도다.

케이카를 이성으로 좋아한다거나, 연상의 거유가 취향이란 설정이 있긴 해도 그 부분은 별로 부각시키지 않은 상황에, ‘역시 초등학생은 최고야!’ 이따위 대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면서 밑도 끝도 없이 로리들만 보여주고, 로리들만 부각시키니 제작진이 주화입마, 아니 로리입마에 걸린 것 같다.

원작 내용의 삭제와 캐릮터 편애를 떠나서 봐도, 본작의 장르가 쇼기 애니메이션이란 걸 망각시킬 정도로 로리 모에에 올인하고 있어서 로리에 쇼기가 묻힐 정도다.

쇼기물로서 볼 때는 사실 별로 재미가 없다. 그게 주인공이 초심자가 아니라 처음부터 천재이자 쇼기의 달인으로 나오기 때문에, 쇼기의 기본 룰부터 차근차근 알려주고 숙달되는 과정이 나오는 게 아니라서 그렇다.

주인공이 이미 달인으로 나오니 쇼기의 기초가 나올 건덕지가 없어서, 이미 쇼기를 알고 있는 사람만 알아볼 수 있는 내용이고. 쇼기를 모르는 사람은 봐도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는 수준이라서 자기들끼리 북치고 장구치고 다하는 것이다.

게다가 주인공 야이치의 제자가 된 아이도 천재 소녀란 설정이 있어서 처음부터 천재성을 발휘하며 이겨 나가며, 잠깐 슬럼프를 겪어도 곧바로 극복하고 상대를 쓰러트려 나가니 대국을 할 때 승부의 긴장감이 떨어진다.

아무리 전용 BGM 깔고 그럴 듯하게 판을 짜도 결국 중요한 판에서는 천재들이 다 해먹고 중요하지 않는 판은 나머지 사람들이 나눠 먹는 전개가 이어져서 주인공 보정이 너무 강해 파워 밸런스가 좋지 않다.

본작에서 천재는 아예 보통 사람과 다른 종 취급을 받아서, 고난과 시련을 겪고 노력을 통해 성장을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천재로서 언제 각성을 하느냐 마느냐로 승부를 보는 수준이라서 드라마틱한 감동이 없다.

그 때문에 천재가 아닌 범재로 노력하는 사람의 승리를 보여 준 키요타키 케이코의 스토리가 감동을 주고. 애니메이션에서도 삭제되지 않고 그대로 나왔지만.. 그 에피소드 분량이 전 13화 중에 단 1화에 불과하고. 그 에피소드가 끝나기 무섭게 다음 화부터 다시 로리 모에 애니로 돌아갔으며, 이후 범재로서의 승리도 결국 야이치의 슬럼프를 극복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게 스토리가 진행되어 빛이 바래졌다.

야이치, 히나츠루 아이, 야사진 아이 등 야이치 본인과 제자 둘 다 천재라 천재 셋이 다 해먹는 상황인데. 다른 천재의 존재는 또 용납을 못하는 건지, 마물 소리 들으면서 위험 인물 1호로 묘사된 또 다른 천재 사이노카미 이카는 작중 거물로 취급 받은 것에 비해 히나츠루 아이한테 첫 승부에 탈탈 털려서 퇴장 당하니 캐릭터 낭비에 가깝다.

너무 빨리 털려서 끝판왕은커녕 중간보스조차 못 돼서 캐릭터 자체가 왜 나온 건지 알 수가 없을 정도다.

종반부 전개가 특히 안 좋은 소리 듣는 게 이해가 가는데. 10화 때 전개가 너무 급전개로 흘러가는 바람에 명인과의 승부에서 패한 야이치의 심리 묘사를 삭제하고. 단순히 승부에서 져서 히스테릭에 빠져 다른 캐릭터들한테 막말을 하는 인간쓰레기로 묘사해서 그 뒤에 우여곡절 끝에 갈등이 해결됐어도 전혀 와 닿지 않게 됐다.

종반부에 가서 어떻게 잘했다면 그래도 2 시즌을 기대할 만 했을 텐데, 이건 종반부가 더 큰 실망을 안겨줘서 완전 스토리가 폭망했다.

결론은 비추천. 애니메이션으로선 원작 소설 5권 분량을 1쿨로 갈아 넣는 과정에서 내용을 대폭 축소하고 생략하느라 밀도가 떨어지는데, 그 과정에 캐릭터 편애가 심하고 로리 모에를 지나치게 밀어서 캐릭터 밸런스가 깨진 것뿐만이 아니라 쇼기 스포츠 장르 자체가 퇴색할 정도라 완전 주객전도된 상황에, 스포츠물의 관점에서 보면 처음부터 달인으로 나오는 천재들이 다 해먹는 이야기라서 승부의 긴장감이 떨어지고. 룰의 설명과 학습, 훈련 과정 등이 잘 나오지 않아서 쇼기를 아는 사람만 알아보고 모르는 사람은 뭔 소리인지 알 수가 없어 접근성마저 떨어져 스포츠물로서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천재 가오만 잡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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