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로바(La Loba.1965) 흡혈귀/늑대인간 영화




1965년에 라파엘 발데돈 감독이 만든 멕시코산 늑대 인간 영화. 영제는 ‘더 쉬-울프(The She-Wolf). 컬러가 들어가지 않은 흑백 무성 영화이고 스페인어로 촬영됐다.

내용은 닥터 페르난데스가 보름달이 떠오르는 밤에 늑대 인간으로 변해 사람들을 무참히 해치는 늑대 인간 병에 걸린 딸 클라리스 페르난데스를 치료하기 위해 연구를 하던 중, 닥터 곤잘레스를 초빙했는데 곤잘레스와 클라리스가 사랑에 빠졌다가 둘 다 늑대 인간이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래 ‘라 로바’란 이름은 단순히 여자 늑대 인간을 지칭하는 뜻만은 아니고 멕시코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에 등장하는 존재다.

전설에 나오는 라 로바는 산과 강바닥을 뒤져서 늑대의 뼈를 모으고, 모닥불 앞에 앉아 뼈를 조립한 뒤 노래를 불러주어 늑대를 부활시키는 여인이다.

하지만 본작에서는 단순히 여자 늑대인간으로 등장한다.

헌데, 기존의 영화 속 늑대 인간하고는 좀 다른 느낌으로 묘사된다.

우선, 본작의 여자 늑대 인간은 저택 벽난로의 비밀 문에 연결된 통로를 지나 묘지의 관속에서 관뚜껑을 열고 나온다. 늑대 인간으로 변하면 전신에 털이 나긴 하는데 얼굴과 머리카락은 사람일 때 그대로에 드라큘라 송곳니만 달린 모습이라서 뭔가 어중간한 느낌을 준다.

털이 수북하게 난 것도 사실 손과 발, 등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고 나머지 부분은 내복 입은 게 그대로 보여서 분장이 조잡하다.

그런 조잡한 분장을 하고 나와서 전방을 향해 온몸을 던지듯 점프해 사람을 덮쳐 물어 죽이니 현대의 관점에서 보면 무서운 게 아니라 유치하다.

본편 스토리는 남녀 주인공 모두 다 늑대 인간으로 변해서 주변 사람들 떼몰살시키다가 끔살 당하는 걸로 끝나서 내용의 깊이는 없다.

호러물로서 보자면 프롤로그 때 클라리스가 관뚜껑 열고 나와서 민간인 학살할 때는 호러 영화다운 느낌이 있었는데 그 뒤로 한참 동안 클라리스 본인이 아닌 주변 사람들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진행해서 스토리 전개가 늘어진다.

줄거리대로라면 클라리스와 곤잘레스의 사랑이 핵심적인 내용이 되어야 할 텐데.. 그 부분을 축약하고 곤잘레스도 늑대 인간 병에 걸려 늑대 인간으로 변하고 그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이 살해당하는 내용을 쭉 밀고 나가다가 ‘질수야 없지, 이 구역의 몬스터는 나야!’라는 듯 클라리스도 여자 늑대 인간으로 변해서 살육에 동참하니 뭔가 포인트가 될 만한 부분을 놓친 느낌이다.

인간과의 사투에서 빈사의 상처를 입고 죽어 가는 남녀 주인공 늑대 인간 커플이 서로를 마주보고 기어가며 함께 최후를 맞이하는 걸 나름대로 비극적인 결말이랍시고 넣은 것 같지만.. 밑도 끝도 없이 늑대 인간으로 변해서 이성을 상실하고 폭주하여 사람들을 해치다가 죽은 거라 아무런 감정 이입도 안 된다.

남녀 주인공 둘 중 하나만 늑대 인간이었다면 비극적인 사랑이 더 부각됐을 텐데. 이건 뭐 둘 다 늑대 인간이고 본의는 아니었다고 해도 사람 죽이는 나쁜 짓 하다가 본인들이 퇴치 당한 것이라 동정의 여지가 없다.

차라리 늑대 인간 사냥꾼이 최후의 결투 때 죽자, 사냥꾼이 기르던 개가 늑대 인간 물어 죽인 뒤. 주인의 시체 곁을 지키듯 앉아 있는 게 더 애잔하게 다가온다.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흥미로운 부분이 그 늑대 인간 사냥꾼과 관련된 설정들이다. 정확히, 늑대 인간 사냥꾼의 출신과 사용하는 무기, 부리는 개에 있다.

보통, 오리지날 늑대 인간에서 늑대 인간을 죽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은을 녹여서 만든 은탄환으로 쏘아 죽이는 것인데. 본작에서는 늑대 인간 전용 살상 무기가 상아로 만든 상아 단검이 나온다.

상아 단검 이외에 늑대 인간과 맞설 수 있는 또 다른 무기로 훈련된 개가 나오는데 이 개가, 홍콩 소림사 출신에 점프하는 걸 좋아하는 특별한 품종의 개다.

중국 소림사가 아니라 홍콩 소림사에 점프를 좋아하는 개라는 품종 설정에 그 개를 부리는 늑대 인간 사냥꾼은 ‘노에 무라야마’라는 일본인 배우가 배역을 맡아서 뭔가 좀 해괴한 오리엔탈 판타지 느낌이다. (참고로 노에 무라야마는 멕시코 출생의 멕시코계 일본인이다)

가이 해밀튼 감독의 영화 ‘레모(1986)’에서 모든 권법의 원류라며 총알도 맨몸으로 피하는 고대 한국의 무술 ‘신안주’의 달인 ‘전’을 보는 것 같았다. (꿀을 넣은 쌀밥을 즐겨 먹고, 배경 음악에 아리랑 깔아 놓은 채 물 위를 뛰어 다니는 것 등등)

결론은 평작. 허접한 늑대 인간 분장과 러브 스토리가 늑대 인간의 살육에 묻혀서 드라마의 깊이가 얇아져 비주얼도, 스토리도 별로라서 볼거리가 없지만.. 당시로선 보기 드문 여자 늑대 인간 소재가 유니크한 구석이 있고, 홍콩 소림사 출신의 개를 부리는 일본인 늑대 인간 사냥꾼이란 설정이 가진 이상한 오리엔탈 판타지가 본의 아니게 컬트적인 맛을 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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