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범 (2017) 2017년 개봉 영화




2017년에 허정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내용은 5년 전 어린 아들 준서가 실종되어 정신이 피폐해진 연희가 남편과 딸과 함께 치매를 앓고 있는 시어머너리를 모시고 도시를 떠나 시어머니의 고향 장산으로 이사를 가서, 장산굴에 갔다가 숲속에 숨어 있는 어린 여자 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와서 돌봐주던 중. 장산범을 섬기던 무당 귀신의 타겟이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장산범은 인터넷 도시 전설에 등장하는 가공의 UMA(미확인 생물체)로 부산광역시 장산 및 소백산맥 일대에 나타나는 호랑이를 닮았다고 해서 ‘장산범’이라고 불린다.

희고 긴털을 가진 호랑이의 모습을 하고 있고 환각과 성대모사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 내어 홀리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UMA의 목격담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문자 그대로 창작된 생물체다.

본작은 타이틀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 장산범을 메인 소재로 삼고 있는데, 정확히는 장산범이 하얀 호랑이 모습으로 직접 등장하는 게 아니라 생전에 장산범을 섬기다가 혼을 빼앗긴 장님 무당 귀신이 나온다.

기존의 장산범을 한국 민담에 나오는 귀신인 창귀(倀鬼) 스타일로 어레인지한 것으로 생각된다. 창귀는 호랑이에게 죽은 뒤, 호랑이의 노예가 되어 산 사람을 해코지하는 귀신을 말한다.

본작에서는 장산범 무당 귀신이 하얗게 뒤집힌 눈과 썩은 피부를 가진 좀비 같은 모습으로 나오고, 타겟팅된 인간의 가족과 지인의 목소리를 흉내내며 자신의 영역인 장산굴 이외의 장소에서는 거울을 통해 드나들고, 가까이 근접해 시간이 지나면 타겟의 눈이 침침해지다가 눈이 멀게 된다.

타이틀, 메인 소재만 보면 사람 목소리를 흉내내는 장산범의 공포가 핵심적인 내용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어린 아들을 잃고 비탄에 빠진 어머니가 자기 자식의 목소리를 흉내내는 장산범 꼬마 귀신한테 빠져서 정신 못 차리는 와중에 장산범 아빠 귀신에게 타겟팅 당하는 게 주된 내용이라서 순수하게 공포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어머니의 모정에 초점을 맞췄다.

본편 스토리가 어머니인 희연과 장산범 꼬마 귀신 준희에게 모든 포커스를 집중하고 있어서 그 이외에 다른 인물은 조연은커녕 단역 수준의 비중으로 나와서 무대 장치로서의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남편 동호는 본편 스토리 내내 하는 일이 없다가 한참 뒤에 장산굴에서 갑자기 툭 튀어나오듯 재등장해서 존재감이 희박하고, 진짜 딸 준희는 장산범 꼬마 귀신 준희에 완전 묻힌데다가 후반부에서는 죽은 것도 아닌데 아예 존재 자체가 사라져 엔딩 때까지 다시 나오지 못하며, 치매를 앓는 시어머니도 무슨 중대한 역할을 맡을까 말까 하다가 스크린에서 사라지고, 장님 무당은 뜬금없이 툭 튀어나와 장산범 비하인드 스토리 설명해주고 사라지고, 장산범 귀신 과거 파헤치던 형사도 조사하는 모습만 살짝 나올 뿐. 맨 마지막에 배경 인물 수준으로 잠깐 다시 나오는 걸로 끝난다.

‘그래서 다른 애들은 어떻게 됐어?’ 이 질문에 대한 답이 하나도 돌아오지 않아서 미친 듯이 떡밥만 던져대고 뭐 하나 제대로 회수를 하지 않았다.

비정상적인 모정으로 한 묶음이 된 희연과 장산범 꼬마 귀신을 제외한 나머지 주변 인물은 대체 왜 나온 건지 이해를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캐릭터 운용력이 최악 중의 최악인 수준이다.

캐릭터 운용력이 떨어지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어머니의 모정을 핵심적인 내용으로 다루면서 그 과정에서 찾아오는 감정 과잉과 그것으로 모든 걸 퉁-치려는 미친 듯한 극 전개다.

여주인공이 잃어버린 자식의 목소리를 흉내내는 꼬마 귀신한테 주술적으로 홀린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빠져 들면서 시어머니, 남편, 진짜 딸도 다 필요 없는 수준으로 가짜 딸에 집착함으로서 어머니로서 품은 모정이 본편 스토리 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어 버린다.

어머니 이전에 한 사람의 주인공으로서 개연성이 없는 수준을 넘어서 작위성이 극대화되어 최소한의 상식과 개념이 없이, 비정상적인 행동을 반복하면서 스스로 파멸의 길에 들어서기 때문에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답답함의 끝을 보여준다.

남의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들어서 하면 안 되는 거 하고, 하지 말라는 거 하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하고, 제멋대로 행동하고. 이 패턴이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반복되는데 이 모든 걸 어머니의 모정으로 이해해 달라고 강요하듯 스토리를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희연 배역을 맡은 염정아는 쉴 틈 없이 울어 제끼고 오열하면서 호연을 펼치기는 하나, 캐릭터 자체가 비정상적인 데다가, 캐릭터 관련 스토리가 지나치게 감정 과잉되어 있어 밑도 끝도 없이 슬픔의 감정에 호소하다가 떡밥 회수도 하지 않은 채 뚝딱 끝내 버린다.

제 딴에는 그리스 신화의 오르페우스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아 드라마틱한 여운을 안겨주기 위해서 그런 것 같은데, 감정 과잉 주인공의 미친 짓거리들이 몰입을 방해해서 끝까지 보는 사람을 답답하게 만들어 관객에 대한 배려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결론은 비추천. 어머니의 모정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가짜 모녀를 제외한 다른 캐릭터 전부 존재 이유가 없을 정도로 캐릭터 운용에 완벽하게 실패했으며, 비정상적인 행동을 반복하면서 감정에 호소하여 강제적으로 이해시키려는 본편 스토리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답답함과 짜증만 불러일으킬 뿐, 드라마로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해서 호러물로 시작해도 신파극으로 귀결되어 호러물로서의 아이덴티티를 상실하는 한국 호러 영화의 고질적인 문제가 극대화된 작품이다.

결과적으로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내어 홀린다는 설정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서 소재만 아깝게 됐다.

한국 공포 영화에는 이런 문제가 있기 때문에 안 된다는 반면교사의 사례로서 존재 의의가 있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의 촬영 장소는 장산범의 장산인 부산광역시 해운대구의 장산이 아니라, 강원도라고 한다.

덧붙여 다음 웹툰에서 GAR2 작가가 글/그림을 맡아서 홍보 웹툰 ‘장산범: 거부할 수 없는 목소리’가 전 8화로 연재된 바 있다.


덧글

  • 무명병사 2018/04/06 23:48 # 답글

    저는 장산범이라는 존재를 잘 살린 영화라고 봅니다.

    근데 여주인공이 장산범보다 더 무섭더군요. 모든 면에서요. 사실 한번 더 보고 싶었는데 여주인공의 진상을 또 봐야한다는 점에서 아웃.

    +말씀을 듣고 나니 갑자기 "아빠! 일어나아아아아아아앍!!"이 들려옵니다. 아, 귀에서 피가...
  • 잠뿌리 2018/04/07 10:02 #

    여주인공의 모든 행동과 말이 너무 발암유발적이라 두번 봤으면 뒷목 잡고 쓰러졌을 것 같습니다.
  • 역사관심 2018/04/07 03:54 # 답글

    장산범에 대한 소개를 제 블로그에서 몇번했을만큼 아끼는 소재인데, 평이 모두 혹평일색들이라 보지도 않고 있습니다. 일단 너무 실망중이네요... 나중에 목소리가 아니라 실제로 장산범이라는 크리처를 제대로 쓰는 좋은 작품이 나오면 합니다.
  • 잠뿌리 2018/04/07 10:02 #

    장산범이란 타이틀 달고 나온 영화로선 기대에 한참 못 미치죠.
  • 시몬 2018/04/08 00:57 # 삭제 답글

    흰 유인원+호랑이 섞은 괴물이라도 나올 줄 알았는데 그냥 귀신영화였음
  • 잠뿌리 2018/04/08 16:56 #

    차라리 크리쳐물이나 늑대인간 한국판 같은 영화로 나왔다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 오행흠타 2018/04/10 12:04 # 삭제 답글

    경찰 불신 주인공의 발암 영화... 감독의 전작 <숨바꼭질>의 주인공도 경찰 신고 안하는 발암유발 주인공이었죠.
  • 잠뿌리 2018/04/13 15:12 #

    경찰 불신에 이유가 있다는 설정이만 주인공 행동이 너무 비정상적이라 진짜 보는 내내 답답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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