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지암(2018) 2018년 개봉 영화




2018년에 정범식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내용은 1979년에 환자 42명의 집단 자살과 병원장의 실종 이후 폐허가 된 곤지암 정신병원이 현대에 이르러 유명한 심령 스팟이 되어 그곳에 찾았던 사람들이 봉인된 402호 문을 열려고 시도하다가 실종되거나 자살하는 사건이 빈번히 발생해 도시괴담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 공포 방송을 하는 아마추어 방송팀 호러 타임즈에서 사람들을 모집해 7명의 청춘남녀들이 모여서 곤지암을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은 실화 드립을 치지는 않지만, 장르적으로 파운드 푸티지/페이크 다큐멘터리고. 설정상의 촬영 장소인 곤지암은 실존하는 곳으로 한국의 3대 폐가 중 하나다.

물론 폐가라고 해도 엄연히 건물 소유주가 있는 상황이라 실제 곤지암 폐병원에 가서 촬영한 것은 아니고. 다른 장소에서 촬영했으며, 영화 시작 전에 본작은 실제 하는 인물, 지명, 건물과 상관이 없다는 픽션 경고 문구가 나온다.

일단, 파운드 푸티지/페이크 다큐멘터리 장르 자체는 블레어 윗치, 파라노말 액티비티 성공 이후로 엄청 많이 나와서 이제는 다소 식상한 장르가 됐다. 굳이 외국 영화가 아니더라도 한국 공포 영화로도 이 장르의 작품이 적지 않게 나왔다.

메인 소재 자체도 그리 신선하지는 않다.

리얼리티 TV쇼에서 귀신이 나오는 정신병원에 촬영하러 갔다가 귀신들한테 떼몰살 당하는 ‘그레이브 인카운터(2011)’. 공포 방송하는 아프리카 BJ가 심령 스팟에 가서 주작질하다가 귀신이 실제로 나와서 떼몰살 당하는 ‘혼숨(2016)’을 예로 들 수 있다.

곤지암 정신병원도 국내 3대 흉가로 손꼽히는 곳인 만큼 케이블 채널의 심령 관련 방송에서 밥 먹듯이 다루고, 아프리카 TV에거 공포 방송하는 아프리카 BJ들이 너도 나도 다 가서 흉가 체험 방송을 한 곳이라 이제는 좀 지겨운 배경이다.

다만, 장르와 메인 소재, 배경이 신선하지 않다는 거지 그 이외에 다른 부분은 나름대로 신선한 부분이 있다.

등장인물의 1인 1카메라 시스템으로 카메라맨이 따로 없어도 자기 자신을 찍을 수 있어서 주인공이 굳이 없어도 작중 인물들이 돌아가면서 원샷 받으며 나올 수 있어 다양한 시점을 넣고 상황을 만들 수 있고. 영화관에 전방뿐만이 아니라 좌우 벽면을 동시에 스크린으로 촬영하는 ‘스크린 X’ 상영 시스템을 지원해서 현장감을 잘 살려서 신선하게 다가온다.

기존의 파운드 푸티지/페이크 다큐멘터리가 어떤 사건이 터졌을 때 등장인물들이 패닉 상태에 빠진 직후 도망치다가 카메라가 엎어져 소리만 울릴 뿐. 화면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고 대충 넘어가다가, 라스트씬에서만 뭐가를 보여줘서 촬영 방식에 의한 한계가 있었다는 걸 생각해 보면 나름대로 진화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파운드 푸티지/페이크 다큐멘터 방식을 취하고 있는 만큼, 단역/조연을 주로 맡아서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을 기용했는데. 그런 것 치고는 배우들 멘붕 및 공포에 떠는 연기가 균일하게 좋았다. 배우들의 좋은 연기를 볼 수 있었던 건 앞서 말한 1인 1 카메라 시스템 덕분이기도 하다.

1인 1카메라 시스템을 좀 더 쉽게 풀어 말하자면, 등장인물 전원이 블레어 윗치 주인공처럼 원샷 받고 나온다는 거다.

주인공 일행 7명이 만나서 곤지암으로 떠나기 전까지의 스토리 초반부는 다소 지루한 편이다. 파운드 푸티지/페이크 다큐멘터리로서 리얼리티를 강조하기 위해 주인공 일행들의 일상을 여과 없이 보여줘서 그렇다.

피자 맥주 먹고 마시고 물놀이하고 시시껄렁한 농담 주고받고 라면 먹고. 친목을 다지는 씬인데 분량만 놓고 보면 사실 그렇게 긴 게 아닌데 체감상 길게 느껴질 정도로 늘어졌다.

자연스러움을 위해 넣은 것이겠지만, 굳이 그런 게 꼭 나와야 할 필요는 못 느꼈다. (특히 물놀이 가는 씬)

곤지암에 들어간 뒤에도 스토리 중반부까지는 별 감흥이 없다. 그때까지는 별 일 없고 일이 있어도 주작 설정 때문에 그렇다.

본격적인 내용은 중반부에서 후반부로 넘어가는 구간에서 심령 현상이 발생하면서부터 시작되는데, 작중에서 귀신이 처음 실체를 드러내는 씬부터가 진정한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정범식 감독의 대표작인 ‘기담’에서 엄마 귀신 역으로 나왔던 박지아가 본작에선 원장 귀신 역으로 나오는데. 본작을 통해 새로운 레전드를 만들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호러블하게 나온다.

분장도 분장대로 무섭지만, 기담의 엄마 귀신 때 선보였던 특유의 방언 중얼거림을 본작에서도 이어 가서 공포물에 내성이 없는 사람이 보면 밤잠을 설칠 거다.

원장 귀신 등장 이후부터 본편 스토리가 논스톱으로 진행된다. 작중 인물을 한 번에 몰아서 죽이는 게 아니라 순차적으로 하나 둘씩 죽어 나가는 걸 보여주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고 말 것도 없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채 심령 현상 릴레이로 죄다 죽어 나가서 온전히 공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도망치고, 발버둥 쳐도 결코 빠져나갈 수 없는 무한지옥 같은 아공간 속에서 쇄도하는 귀신의 습격에 너. 나 우리 모두 사이좋게 다 죽는 떼몰살의 향연이 벌어진다.

한국 공포 영화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싸구려 신파극도 없어서 호러 어트랙션(유령의 집)에 들어간 것 마냥 순수하게 즐길 수 있다. 호러의 기본에 충실했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사건의 내막, 일부 귀신의 정체, 원장 귀신의 실체, 402호 봉인문의 진실 같은 게 전혀 밝혀지지 않았는데 이게 일반 공포 영화였다면 서사적인 부분의 완성도에서 문제가 됐겠지만, 파운드 푸티지/페이크 다큐멘터리는 그런 부분에서 관대하게 넘어갈 수 있다.

본래 이 장르가 리얼리티를 강조해서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알아볼 사이도 없이 사건이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게 기본이라 그렇다. (물리적으로 심령 스팟 갔다가 봉변당한 평범한 사람들이 도망치기 바쁘지, 사건의 진상을 파헤칠 여유가 있을 리는 없지 않은가)

진짜 문제는 앞서 지적한 초반부의 늘어짐과 중반부까지의 감흥 없음으로 뒷부분부터가 진짜 재밌다는 점으로 완급 조절에 실패한 것이라 볼 수도 있다.

정범식 감독의 기담은 엄마 귀신은 정말 한국 호러 영화사에서 독보적인 비주얼과 공포를 선사했으나, 기담이란 작품 자체는 작품의 완성도와 별개로 호러 영화로선 엄마 귀신 씬을 제외하면 별로 무섭지도 않고 내용 자체가 공포에 집중한 것도 아니며 멜로물에 가까워 호러물로선 무섭다가 말았는데.. 본작은 정말 각 잡고 호러물에 올인한 느낌을 준다. (기담 포스터에 적힌 홍보 문구가 ‘사랑에 홀린 자, 여기 모이다..’ 이랬으니 호러를 가장한 멜로다)

결론은 추천작. 메인 소재, 장르, 배경은 식상하지만, 비주얼은 신선하고, 스토리 전반부가 좀 늘어지는 경향이 있지만.. 귀신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후반부부터 순수하게 공포에 집중하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공포를 극대화시키는 한편. 원장 귀신의 압도적인 비주얼과 존재감으로 본편 전체를 하드 캐리하고 있어서 재미있는 작품이다.

올해 나온 공포 영화 중에 ‘그것’, ‘애나벨’이 워낙 걸출해서 그 두 작품과 견줄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 두 작품에 이어 3위권 안에 들어갈 정도는 되고. 한국 호러 영화를 기준으로 보면 정말 오래간만에 나온 수작이다.

여담이지만 본작에서는 박근혜 풍자 이스터 에그들이 많다. 캐릭터 대사, 소품, 특정한 장면 등에서 박정희, 박근혜가 나와서 박근혜 지지자들이 보면 눈에 걸릴 수도 있다.

덧붙여 본작의 영화 속 배경은 곤지암 정신병원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실제 촬영 장소는 부산에 있는 부산 영도 폐교를 폐정신병원으로 리모델링한 곳이다.

추가로 실제 곤지암 병원과 그 부지의 소유주에게 영화 곤지암 광고 이후 큰 피해를 봤다고 해서 소송을 당해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이 제기됐지만 법원 측에서 영화는 명백한 허구로 판단되어 소유주 개인을 겨냥한 것이라 판단되지 않기에 소유주의 명예와 신용을 훼손하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여 기각됐다.


덧글

  • 시몬 2018/04/02 01:31 # 삭제 답글

    전 영화관에서 공포영화는 잘 안보는데 이건 갈지말지 고민되네요. 간만에 나온 한국공포영화의 수작이라고 다들 칭찬일색이던데.
  • 잠뿌리 2018/04/04 18:00 #

    전반부는 그냥저냥이지만 후반부는 볼만했습니다. 한국 공포 영화 중에선 근래 나온 것 중에 순수 공포물로서 손에 꼽을 만한 작품이죠.
  • 곤지암 2018/04/05 01:29 # 삭제 답글

    최초 포스터나 예고편 봤을 때는 그 기담 감독이 갈 데까지 갔군...이런 느낌이었습니다.
    이제와서 한물 갈 데로 간 파운드 푸티지라니...국산 파운드 푸티지 중에 제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기도 했고요.

    그런데 워낙 입소문을 타며 흥행하길래 급 기대감이 상승해 심야 시간대로 보러갔는데, 이거 극장에서 안보면 후회할 뻔 했네요.
    역시 기담 만들었던 정범식 감독 내공이 있더군요.
    여러 모로 '뻔한 장르'에 '뻔한 소재'를 요즘 감각에 맞게 잘 연구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감독의 실력에 비해 흥행작품이 없어서 안타까웠는데 이번에 모처럼 적시타를 때린 거 같아 기쁩니다.

    그나저나 많은 사람들이 최고의 호러요소로 꼽는 감독의 시그니처 귀신은 기대를 많이 했는데 기담 엄마귀신에 비하면 좀 많이 약한듯 하네요.
    기담 엄마귀신은 처음 영화관에서 봤을 때 정말 모골이 송연해지는 느낌이었지요 ㅎㅎ
  • 잠뿌리 2018/04/07 10:03 #

    기담은 전체적으로 보면 무섭지 않은 영화지만, 엄마 귀신 나오는 장면 만큼은 한국 호러 영화 사상 역대급이라고 할 만큼 무서웠습니다.
  • 무명병사 2018/08/14 15:33 # 답글

    개인적으로는 쓸데없는 '이스터 에그' 때문에 재미있게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거 없으면 10점 만점에 9점이었을텐데. 다만 미국의 그레이브 인카운터하고 너무 비슷해서 해당 영화의 한국판 각색 느낌이...

    * 박씨부녀 지지자냐고 하실텐데, 전 그저 좋은 공포영화에 쓸데없는 정치색이 들어간 게 기분나쁠 뿐입니다.
  • 잠뿌리 2018/08/16 16:31 #

    심령 프로그램 실시간 촬영에 폐 정신병동이 심령 스팟으로 나온 것 등등의 설정이 겹쳐서 그런 것 같습니다. 유령 묘사는 오히려 곤지암 쪽이 한국 귀신 영화스러워서 더 낫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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