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 플레이어 원 (Ready Player One.2018) 2018년 개봉 영화




2018년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SF 액션 영화.

내용은 2045년 미래 시대 때 식량난과 인터넷 폭동으로 암울한 현실과 다르게 가상현실 게임 오아시스에서는 누구나 원하는 캐릭터로 어디든 갈 수 있고 뭐든지 할 수 있어서 수많은 사람들이 게이머가 됐는데, 그 오아시스의 창시자인 제임스 할리데이가 죽기 직전 남긴 유언으로 3가지 열쇠를 찾아 게임 속 이스터 에그를 찾아낸 사람에게 오사시스의 모든 것을 넘겨준다고 해서 헌터들과 거대 기업 IOI가 그것을 노리는 상황에, 부모님을 여의고 빈민촌에 있는 이모 집에 얹혀살던 웨이드 와츠가 이스터 에그 찾기 미션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에선 다양한 영화/게임/애니메이션 캐릭터와 소품이 등장하기는 하나, 그게 단순한 카메오 출현이라 진짜 스쳐 지나가듯이 나오고 소품도 1회성 무기들이라 몇 번 사용하고 끝이라 자세히 보지 않으면 뭔지 모르고 넘어갈 수 있다.

애초에 그 카메오 출현 캐릭터들이 독립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오아시스 유저들의 아바타로 등장한 것이라서 아무 대사 없이 모습만 원작 그대로 살짝 나오고 끝난다.

메인 스토리는 이스터 에그를 찾는 것이고 그에 앞서 3가지 미션을 클리어하여 3개의 열쇠를 얻는 게 핵심적인 내용인데. 그걸 온전히 게임으로 풀어내는 게 아니라, 게임 창사지안 제임스 할리데이의 과거 행적을 되짚어가면서 그가 생전에 남긴 말을 듣고 비밀을 풀어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해적이 남긴 족적과 생전에 남긴 말을 힌트 삼아 추리하고 수수께끼를 풀어 숨겨진 보물을 찾는 '구니스'와 최종 미션 클리어하면 회사 지분 다 넘겨주고 오너 되게 해준다고 하는 건 어떻게 보면 ‘찰리와 초콜릿 공장'도 생각난다.

온전히 게임에만 집중했다면 어드벤처풍이라고 해도 그 나름대로 게임의 맛이 있었을 텐데. 문제는 게임 안과 게임 밖을 오가면서 게임 플레이 자체의 맥이 뚝뚝 끊기는 점에 있다.

미션 1, 2까지는 그래도 게임 플레이에 집중했지만 미션 3부터는 현실에서의 위협이 구체화되면서 미션보다 IOI와의 대결에 치중하고 있어서 어느새 미션이 실종된다.

현실에서 IOI와의 대결하는 게 볼만하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다.

게임 안의 비주얼은 화려한데 비해 게임 밖의 비주얼은 2040년대 미래 시대가 맞나 싶을 정도로 구리다. (하늘을 날으는 자동차는커녕 고작 드론 몇 대로 무장한 거대 기업이라니, 어휴)

사실 게임 속 가상세계인 오아시스도 ‘누구나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라고 거창한 나레이션으로 시작하는 것 치고는 배경 스케일이 생각 이상으로 작다.

그도 그럴 것이 남녀 주인공과 악당 보스의 행적에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미션 1 장소, 클럽, 박물관, 미션 2 장소, 악당들의 본거지. 이렇게 장소가 축약되어 있어서 그렇다.

때문에 오아시스란 가상세계 자체가 그리 매력적으로 그려지지는 않았다. 왜 사람들이 이 세계에 그토록 빠져 사는가에 대한 의문에 답이 돌아오지 않는 거다.

게임 속에서 죽으면 레벨과 소지금이 리셋돼서 폭망하고, 지나친 과금으로 인해 빚을 지고 노역을 하여 현실에서 이중으로 폭망하는데. 그런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게임하는 이유는 안 나오고 그냥 막연하게 ‘악당들로부터 오아시스를 지켜야 해!’ 이러고 앉았으니 중요한 걸 잊고 넘어가는 것 같다.

파시발과 아르테미스, 남녀 주인공의 러브 라인도 첫눈에 반했다는 설정을 기본으로 해서 중간 과정을 노래방 간주 점프하듯 훌쩍 뛰어넘어 눈 깜짝할 사이에 고백을 하고 커플이 돼서 좀 작위적이다.

남녀 주인공이 서로 밀고 당기는 것 없이 남자 주인공의 일방적인 대쉬에 히로인에 홀딱 넘어가는 전개라서 뭔가 되게 옛날 영화 같은 느낌을 준다.

악당들은 존나 가오 잡고 나오는 거에 비해 다들 멍청하기 짝이 없어 뭐 하나 제대로 하는 일이 없다.

본작에서 볼만한 부분은 미션 1의 레이싱. 미션 3에 앞서 벌어지는 집단 전투다. 아이언 자이언트, 기동전사 건담, 메카 고지라를 비롯해 갖가지 영화/게임/애니메이션 캐릭터, 소품 등이 총 출동해서 비주얼적으로 보는 재미가 있었다.

미션 2의 샤이닝 패러디 파트는 솔직히 좀 어거지로 끼워 맞춘 느낌이 든다. 게임하고 전혀 무관한데 억지로 의미부여해서 쑤셔 박은 느낌을 지울 수 없는데, 미장센과 연출적인 부분에서 뭔가 쓸데없이 원작 구현을 잘해서 미묘하다.

미션 3의 아타리 플레이는 뭔가 너무 과거로 간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 아타리가 가정용 게임기로서 널리 보급된 외국이라면 향수를 느낄 수도 있겠지만, 아타리의 ‘아’자도 구경해보지 못한 다른 나라(우리나라 포함)에서라면 별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할 것 같다.

결론은 평작. 가상 게임의 비주얼 자체는 화려하고 볼만한데, 영화/애니메이션/게임 등 서브컬쳐를 총 망라한 콜라보레이션은 캐릭터 카메오 출현과 소품에 한정되어 있고 가상 게임 자체의 배경이 극히 제한적이라 생각보다 스케일이 작으며, 게임 플레이가 메인이 아니라 수수께끼 풀이 모험이 핵심적인 내용이라서 게임물로서의 밀도가 좀 낮은 편이고 남녀 주인공의 러브 라인이 작위적인 데다가, 게임과 현실이 오가는 와중에 현실의 사건이 이야기의 맥을 뚝뚝 끊어 놓아서 기대를 충족시켜주지는 못한 작품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서브컬쳐 팬에게 바치는 헌정'이란 말도 결국 작중에 나오는 서브컬쳐 캐릭터 카메오 출현과 등장하는 소품을 알아보느냐, 알아보지 못하느냐 정도로 끝나는 수준이라 결국 비주얼 빼고는 남는 게 없다는 걸 방증한다.

밤새고 개봉 당일 아침 8시 첫 상영시간 4DX로 보고 왔는데, 그런 수고를 기울일 만큼의 만족도는 얻지 못했다. 그냥 2D로 봐도 충분한 영화다.


덧글

  • 미르사인 2018/03/28 18:16 # 답글

    사실 기본 소재가 양산형 겜판소 수준으로 구리기 짝이 없는데 그걸 가지고 적당히 볼 만한 블록버스터 영화로 만들어놓은 스필버그의 역량이 놀라운 영화긴 합니다.
  • 잠뿌리 2018/03/30 22:43 #

    비주얼은 블록버스터인데 스토리가 너무 폭망이라 스필버그 영감님의 한계가 보였죠.
  • 2018/03/28 21:1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8/03/30 22:4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지니 2018/03/28 22:11 # 삭제 답글

    다른걸 다 떠나서 정말 오랜만에 사람들이 영화중간에 자기도 모르게 박수치는 모습을 보네요 저도 리액션 하려다 겨우 정신 차렸어요
  • 잠뿌리 2018/03/30 22:45 #

    저는 지루해서 혼났습니다. 아침 조조로 보러 가서 그런지 사람들도 별로 없어서 주변 반응도 시큰둥했지요.
  • ㅇㅇ 2018/03/29 01:22 # 삭제 답글

    보면서도 계속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다리가 좀 심하게 안맞더라구요 ㅋㅋ 그래도 볼거리만큼은 기대한만큼은 뽑아줬기에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패러디나 까메오가 보일때마다 피식거릴 수 있던것도 좋았구요.
  • 잠뿌리 2018/03/30 22:45 #

    스토리 개연성이 너무 떨어져서 각본을 발로 만든 느낌이 들었습니다. SF물로서의 비주얼만 괜찮았지요.
  • KOKO 2018/03/29 12:26 # 삭제 답글

    뭔가 나만 이상한 건가 싶었는데 잠뿌리님 글을 보니 저만 그런게 아닌거 같아 안심이 되네요.
    덕후로서 좋았던 장면도 많고 인상적인 장면도 많았지만, 보면서 스필버그가 이제는 확실히 구시대의 감독이라는 느낌이 들었네요.
    전개나 설정이 너무 지루해서 도중에 잠이 올 정도였습니다.
    최신기술로 떡칠한 옛날영화...딱 그런 느낌이었네요.
  • 잠뿌리 2018/03/30 22:46 #

    기술은 21세기인데 각본은 20세기에 머물러서 지루했습니다.
  • Aard Wolf 2018/03/31 23:49 # 삭제 답글

    저도 보고 왔는데 찰리와 초콜릿공장 + 트론 + 픽셀 + 구니스 등등 대충 버무린 느낌이었습니다.

  • 잠뿌리 2018/04/04 18:02 #

    SF판 구니스였죠. 구니스는 쥬브나일 어드벤처라 재밌는데 본작은 그런 게 아니라 스토리가 별로였습니다.
  • 먹통XKim 2018/04/13 22:30 # 답글

    극장에서 볼 거 아니라고 포기했어요

    하긴 스필버그 영화 극장에서 안 본지 20년이 넘어가네요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마지막이었죠

    뭐 이티를 어릴적에 본 거나 쥬라기공원 1,2와 이거까지 꼴랑 4편 뿐이지만.

    인디아나존 스 4 이후로 스필버그 영화는 아예 안 보고 있어서
  • 잠뿌리 2018/04/14 01:17 #

    스필버그 영화 골수 팬들은 환호할 만한 영화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한테는 큰 재미가 없는 작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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