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크 더 슬레이어 (Hawk the Slayer.1980) 판타지 영화




1980년에 테리 마르셀 감독이 만든 영국산 판타지 액션 영화.

내용은 사악한 볼탄이 라스트 엘븐 마인드 스톤에 눈독을 들여 마법사인 아버지를 살해했는데, 배다른 형제인 호크가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면서 라스트 엘븐 마인드 스톤의 힘으로 인간의 손 모양의 폼멜이 달린 마법의 검을 이어 받아서 아버지의 복수를 맹세한 뒤. 자이언트족의 거트, 엘프족의 크로우, 드워프족의 발딘, 인간족의 랜놀프와 마녀 등의 다섯 동료와 함께 볼탄의 직접 타겟이 된 수도원을 지키면서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본작은 검과 마법이 나오는 소드 앤 소서리물인데. 순수한 모험보다는 활극의 성격이 강하다. 주인공 호크가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어딘가로 여행을 가는 게 아니라 수도원을 지키면서 그곳을 거점으로 삼아 동료들과 함께 볼탄의 군대와 싸우는 게 주된 내용이라서 그렇다.

영미권 영화라서 그런지, 작중에 나오는 대결씬은 묘하게 서부극 같은 느낌을 주는 게 많다.

먼저 활을 꺼내 화살을 쏘는 궁사 일기토라든지, 비무장 상태에서 재빨리 비수(단검)을 던져 승부를 대결 등이 특히 그렇다. (보통 궁사들의 대결은 예로부터 명중률 겨루기가 일반적인데. 맨손이었다가 활을 빨리 꺼내 화살 쏘는 속사 승부를 하다니 진짜 서부극이 따로 없다)

검과 검이 맞부딪치는 검극 액션은 사실 호크와 볼탄의 최후의 대결 때 정도나 나온다.

사실 본작은 일 대 일 대결보다는 집단 전투씬이 더 많이 나오고. 호크와 동료들의 파티 플레이를 부각시키고 있다.

정확히는, 아군 마녀가 연기나 빙설 폭풍 같은 걸로 적의 시야를 차단시킨 뒤. 랜놀프와 크로우의 연속 사격 지원을 시작으로 호크, 거트, 발딘의 검/망치/채찍의 물리 공격 러쉬가 이어져 문자 그대로 무쌍난무를 찍는다.

소수정예인 주인공 일행의 적의 대군을 휘젓는 게 활극물로서 꽤 재미있다.

인상적인 게 있다면 랜놀프와 크로우의 사격 지원이 엄청 강력하게 묘사된다는 거다. 적의 약 10명 정도 된다고 가정하면 기습 사격으로 7명 정도 쓸어버리고 나머지 3명을 다른 일행들이 쳐 날리는 전개인 거다. 이 두 사람의 사격 지원으로 전투가 시작되기 때문에 엄청 상쾌하다.

본편 스토리의 절반 이상이 동료를 만나서 데리고 오는 것인데 시원스럽게 척척 파티 멤버를 늘려나가는 전개가 이어져서 늘어지는 법이 없다.

동료 합류 이벤트가 짧은 만큼, 극적인 맛은 좀 떨어져서 드라마적인 부분의 디테일이 떨어지긴 하다. 그게 어느 정도냐면 길가다가 위험에 처한 동료 후보를 우연히 만나 구해주면서 정식 동료로 맞이하거나, 마녀의 도움을 청하니 텔레포트 마법을 걸어주어 동료 후보들 앞으로 보내줘서 만나자마자 별도의 설득 과정 없이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파티에 합류시켜 되돌아오는 터라 무슨 노래방 간주 점프하는 느낌이다.

하지만 빨리 만나서 빨리 합류하고 빨리 싸우는 걸 선호하는 성격 급한 사람이 볼 때는 딱 좋은 속도다.

캐릭터 개별적으로 보면 각자 뚜렷한 개성이 있다.

호크는 주인의 손에 저절로 돌아오는 마법의 검 소유, 랜놀프는 한쪽 손이 잘렸지만 연사 가능한 석궁을 사용, 거트는 근 2미터 가까운 장신의 키에 망치를 휘두르며 괴력을 발휘, 크로우는 엘프라서 뾰족 귀를 가지고 있으며 스팟(발견) 체크를 잘하고 백발백중에 초스피드 사격을 하고, 발딘은 채찍을 능숙하게 휘두르며 거트와 죽이 잘 맞아 거인과 난쟁이 콤비를 이룬다.

마녀는 눈 문양이 그려진 안대를 하고 나와서 호크 일행이 위험에 처할 때마다 나타나 큰 도움을 주며 마법 지원을 해준다.

호크의 숙적인 볼탄은 투구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사고를 당해 애꾸눈이 됐는데, 보통 애꾸눈 캐릭터는 안대를 착용하는 반면. 본작의 볼탄은 투구 자체에 철갑 안대가 붙은 걸 쓰고 나온다.

본작의 끝판 대장이지만, ‘이걸 어떻게 이겨?’ 수준으로 강한 건 아니지만. 배신을 획책하고, 인질 작전을 쓰는 것 등등 교활한 책략을 사용하기 때문에 절대악으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한다.

제작비가 많이 들지는 않은 듯, 되게 저렴해 보이는 씬도 많은데. 그중에서 하나를 손에 꼽자면 고성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하지 못하니 고성 그림 위에 실제 배우 모습을 합성한 부분이다.

즉, 성을 그린 그림을 배경에 깔아 놓고 그 위에 사람을 덧씌웠다는 말이다.

요즘 같았으면 CG로 만들어 넣었을 법한데. 본작은 80년대 초 영화라서 그 정도 기술력은 없었다. (애초에 예산 문제도 있겠지만)

한 가지 아쉬운 건 명색이 판타지물인데 판타지적인 크리쳐는 거의 안 나온다는 거다. 딱 한 번 나오는 게 호크와 랜돌프가 다크 게이트를 지나갈 때 배경에 잠깐잠깐 나온 미니멀한 파충류 괴물이 전부다.

메인 스토리가 호크 일행의 활극으로 볼탄과의 싸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니 환상종 생물이 나올 구석이 없다.

결론은 추천작. 스토리 진행 속도가 상당히 빠른 편이라 디테일이 조금 떨어지긴 하지만, 활극물로선 딱 좋은 속도감에 전투씬도 볼만하고. 작중 인물들도 개성이 뚜렷하며, 지금 관점에서 보면 유치하고 조잡해 보일 수 있으나 판타지 배경에 서부극 느낌 나는 연출을 넣은 게 컬트적인 맛이 있어서 B급 영화 특유의 매력과 잔재미가 넘치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본작은 엔딩 때 호크와 거트가 악마와의 전쟁을 계속 하기 위해 남쪽으로 여행을 떠나고, 사악한 존재가 볼탄의 시체를 가지고 떠나 부활을 예고해서 대놓고 후속작을 암시하고 있어서 실제로 1981년에 속편 ‘호크 더 데스트로이어’가 나올 것이라고 했지만.. 그 이후 아무런 소식도 없었고, 20151년에 ‘헌터’라는 제목의 속편을 500만 달러의 예산으로 만들려고 크라우드 펀딩을 시도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후속작 소식은 아니지만 영국의 비디오 게임 회사 ‘리벨리온 디벨롭먼트’에서 게임판과 코믹스판 출시 예정을 밝혔고, 영화 원작 감독인 테리 마르셀이 TV 시리즈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덧붙여 본작에서 망치를 든 거구의 전사 거트 배역을 맡은 故 버나드 브레슬로는 실제로 6피트 7인치(약 204cm)의 장신 배우다.

추가로 본작에서 엘프는 둘째치고. 드워프 이미지가 좀 특이하다. 흔히 알려진 키는 작지만 떡 벌어진 어깨에 다부진 체격을 가진 대장장이/광부/전사 이미지의 드워프가 아니라 약삭빠르고 채찍 잘 쓰는 좀도둑 같은 이미지로 나온다. (드워프보다는 호비트 같은 느낌이랄까)


덧글

  • 시몬 2018/03/18 01:43 # 삭제 답글

    이거 어릴적 tv에서 해줬는데 엄청 재밌게 봤었습니다. 저는 주인공보다도 괴력무쌍 상남자 거트가 훨씬 맘에 들었었죠. 근데 제 기억이 맞다면 볼탄한데 찌질이 중2병같은 아들(이름이 드래곤이었나?)이 하나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 잠뿌리 2018/03/18 19:11 #

    거트가 2미터 장신에 해머질을 찰지게 하면서 잘싸워서 매력적이었지요. 엔딩 때 호크랑 같이 여행을 계속하는 유일한 멤버로 나오는데 예정대로 후속작이 나왔다면 주역이 됐겠지만 애석하게도 후속작은 안 나왔고 거트 배역을 맡은 배우도 타계했지요. 그리고 작중 볼탄 아들이 나오는데 이름이 '드라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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