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릴로지 오브 테러(Trilogy of Terror.1975) 희귀/고전 호러 영화




1975년에 소설가 리처드 매드슨이 집필한 단편 소설을 베이스로 하여, ABC 무비 오브 더 위크에서 댄 커티스 감독이 만든 TV용 앤솔로지 호러 영화. 한국에서는 ‘미스테리 특급’이란 제목으로 나왔다.

‘줄리’, ‘밀리센트와 테레즈’, ‘아멜리아’ 등 3가지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줄리의 내용은 대학상 채드가 영어 선생인 줄리 엘드리치에게 흑심을 품고 그녀에게 데이트를 신청했다가 수면제를 먹여 부끄러운 사진을 찍어 협박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밀리센트와 테레즈는 두 자매가 갈등을 빚다가, 테레즈의 악행을 보다 못한 밀리센트가 그녀를 죽이기 위해 부두 주술을 사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아멜리아는 고층 아파트 건물에 혼자 사는 아멜리아가 주니 페티쉬 인형을 사왔다가, 살아 움직이는 인형에게 습격 당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은 특이하게 3가지 단편의 여주인공을 전부 한 명의 배우가 맡아서 연기했다.

반세기 동안 200편이 넘는 영화에 출현했던 故 카렌 블랙으로 본작에서 줄리, 밀리센트, 테레즈, 아멜리아 등등. 무려 1인 4역을 맡았다.

줄리, 밀리센트와 테레즈는 지금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좀 별로다.

일단 줄리는 본편 스토리 내내 주인공이 흑심을 품고 나쁜 짓을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여주인공은 피해자로 묘사하다가, 마지막에 가서 숨겨진 정체가 밝혀지면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역전돼서 뭔가 좀 애매한 느낌을 준다.

제 딴에는 충격적인 반전이라고 넣은 것 같지만. 남자 주인공이 흑심 품고 하는 행동이 공포 포인트였던 걸 마지막에 가서 뒤집어 놓으니 감정을 몰입할 대상이 없어져 애매해진 거다.

반전 의존도가 큰 것에 비해 스토리를 치밀하게 쓴 게 아니라 갑자기 툭 튀어나온 수준으로 반전이 급조되어 있어 완성도가 그리 좋지는 않다.

게다가 하이라이트 씬인 반전이 나오기 전까지의 과정이 너무 길고 늘어져서 지루하기까지 하다.

밀리센트와 테레즈는 줄거리만 보면 성격이 다른 두 자매가 대립하는 내용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전반부에 밀리센트가 나오고 후반부에 테레즈가 나왔다가 다시 밀리센트의 시점으로 바뀌는데, 실은 그게 다중인격 장애였다는 전개로 이어져서 자해로 마무리되어 본편 스토리가 상상 이상으로 시시하다.

애초에 밀리센트와 테레즈 둘 다 카렌 블랙이 1인 2역으로 연기한 것이라 다중인격 장애란 반전 설정이 전혀 부각되지 못했다.

아멜리아는 본편에 수록된 3가지 단편 중에 유일하게 리처드 매드슨이 집필한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원작 소설 제목은 프레이(Prey)다.

정확히는, 줄리/밀리센트와 테레즈는 리처드 매드슨의 스토리를 윌리엄 F. 놀란이 TV판 각본으로 만든 것이고, 아멜리아는 리처드 매드슨이 원작/각본을 다 맡아서 만든 것이다.

아멜리아는 앞선 두 단편과 다르게 반전에 크게 의존하지 않고, 온전히 주니 인형의 공포에 포커스를 맞췄다.

주니는 뉴 멕시코/미국 남서부의 아메리카 원주민을 지칭하는 말인데, 작중에서는 검은 털이 수북하게 나 있는 오목한 몸통에 날카로운 이빨이 달리고, 창을 들고 있는 원주민 전사의 모습을 하고 있다.

설정상 ‘히 후 킬즈’라는 쥬니 사냥꾼의 정신이 깃든 인형으로 금사슬 장식물에 의해 봉인되어 있다가, 그게 우연히 제거됨으로서 각성하여 살아있는 사람을 습격하는 것이다.

쥬니 인형의 생김새도 호러블한데 괴성을 지르며 식칼을 들고 달려드는 게 꽤 압박이 크다. 인형의 공격이 쇄도해 올 때는 스테디 캠 기법을 사용해서 인형의 시점으로 빠르게 진행해서 속도감이 높다.

고층 아파트 건물에 혼자 살고 있는 여주인공이란 설정 때문에 아멜리아는 혼자 있고. 어머니와 전화 통화하는 것 이외에는 외부와의 접촉이 전혀 없어서 주니 인형의 습격이 주는 공포가 피부에 와 닿는다.

사탄의 인형(1988)에 나오는 처키를 떠올릴 사람도 있을 텐데 본작은 1975년에 나와서 사탄의 인형보다 무려 13년 앞서 나온 본격 인형 호러물인 거다.

아멜리아가 주니 인형을 피해 달아다는 과정도 역동적이다. 닥치고 돌격해오는 거 수건으로 덮쳐서 욕실 욕조 물에 담구거나, 여행 가방에 가두어 놓고 칼로 찍는가 하면, 오븐으로 유인해 불에 태우는 것 등등. 대책 없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쳐 다니는 것만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결말은 배드 엔딩이지만 찝찝한 게 아니라 강렬한 인상을 줘서 여운이 남는다. 어쩐지 한국 공포 영화 ‘깊은 밤 갑자기(1981)’의 결말이 본작의 영향을 받은 게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

결론은 추천작. 배우 한 명이 모든 단편의 주인공 배역을 맡은 타입 캐스팅이 돋보이긴 하지만, 반전 의존도가 큰 것에 비해 스토리가 치밀하지 못한 단편 2개는 별로 재미가 없고 완성도도 그리 높지는 않은데.. 리처드 매드슨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마지막 단편이 꽤 재미있어서 본작을 하드캐리하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1996년에 후속작이 나왔다. 감독은 동일인이고 전작과 마찬가지로 TV용 영화로 나왔으며 제목은 ‘트릴로지 오브 테러 2’다. 후속작도 3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앤솔로지 영화로 아멜리아의 후속편 ‘히 후 킬즈’도 수록되어 있다.

덧붙여 블리자드의 '디아블로' 시리즈에 나오는 우상족이 본작의 주니 인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닐까 싶다. 실제로 식칼 든 모습이 유사하고. 주니 인형의 공식 명칭이 '주니 페티쉬 돌'로 우상족 영문 명칭인 페티쉬와 동일하다. (그리고 디아블로 3 부두술사의 '주니마사' 세트의 '주니'가 이 '주니'다)


덧글

  • 고지식한 맘모스 2018/03/15 20:44 # 답글

    3편은 처키의 대선배군요. 정령이 깃든 인형에 결사적으로 맞서는 부분도 유사하고 닮은 작품으로 보입니다.
  • 잠뿌리 2018/03/16 12:15 #

    인형에 깃든 정신이 사람 몸으로 옮겨가는 것도 사탄의 인형의 핵심적인 내용하고 일맥상통하죠.
  • 2018/03/16 05:1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8/03/16 12:1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레이븐가드 2018/03/17 01:50 # 삭제 답글

    혼자서 삐에로 인형이랑 같이 있으면 안 되는 괴담이 생각나네요
  • 잠뿌리 2018/03/18 19:08 #

    둘만 있으면 공격성을 드러내며 덤벼드는 게 같은 과지요.
  • 먹통XKim 2018/04/13 22:38 # 답글

    CIC 비디오로 나중에 나온 속편 봤는데 가볍게 보기에는 딱이더군요

    1부에서 돈땜에 무덤가에서 쌈판 벌이다가 마지막에 남은 여자가
    명박이(....) 밥이 되던 이야기도 기억에 남네요
  • 잠뿌리 2018/04/14 01:22 #

    본작이 준수해서 속편도 볼만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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