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핏(The Pit.1981) 요괴/요정 영화




1981년에 루 리먼 감독이 만든 캐나다산 호러 영화.

내용은 작은 마을에 사는 12살 소년 제이미 벤자민은 어른들의 눈 밖에 나서 구박 당하기 일쑤에 또래 친구는커녕 괴롭힘 당하는 게 일상인 상황에 검은 색의 곰인형 ‘테디’만을 유일한 친구로 생각하고 둘 만 있을 때 인형과 대화를 나누기에 이르렀는데, 사춘기가 찾아와 여체에 집착을 해서 부모님이 출장을 떠났을 때 베이비 시터로 고용된 여대생 ‘샌디 O 레일리’의 보살핌을 받던 중 그녀를 짝사랑하게 됐다가, 숲속에서 이상한 괴물들로 가득 차 있는 구덩이를 발견하고 그들을 ‘트라-라-로그’라고 부르면서 테디의 조언에 따라 자신을 괴롭힌 주변 사람들을 구덩이에 떨어트려 트라-라-로그의 먹이로 삼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의 각본을 맡은 이안 A 스튜어트의 인터뷰에 따르면 본래 그가 쓴 시나리오에서 주인공인 제이미는 8~9살 정도의 어린 소년이고 트라-라-로그는 제이미의 상상이었다고 하는데, 실제 영화 본편에서는 제이미의 나이가 12살이 됐고 트라-라-로그가 상상의 존재가 아니라 진짜 괴물로 등장한다.

일단, 영화 본편에서 제이미가 주위에 괴롭힘을 당하긴 하지만 이게 학급 전체 혹은 다수의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게 아니라 특정한 아이한테 얻어맞는 것이고. 괴롭힘 당한 것에 대한 복수가 메인 스토리가 아니라, 눈에 거슬리는 사람을 죄다 구덩이로 밀어 넣어 죽이는 게 메인 스토리라서 뭔가 좀 핀트가 어긋나 있다.

거기다 저녁 식사 때 테이블 밑에서 베이비시터 팬치 훔쳐보고, 도색잡지에서 누드모델 사진 오려다가 담임선생 사진에 붙여서 그 반응을 몰래 살피는 등등. 사춘기 소년이란 설정의 탈을 쓴 변태 행각들이 나와서 몰입하기 좀 어려운 구석이 있다.

주인공이 착한 것도, 불쌍한 것도 아니고. 주위에 겉도는 게 당연한 사춘기 변태 소년이라서 감정이입하기 힘들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괴롭힘을 당해서 복수하는 것이란 복수의 당위성을 주장하기에는, 주인공 자체가 어린 나이로 감당이 되지 않는 썩은 근성의 소유자란 사실이 걸린다는 거다. (무엇보다 휠체어 타는 할머니를 구덩이에 냅다 밀어 던지는 건 좀 심했다)

제이미의 유일한 친구인 테디는 사람의 목소리로 말을 해서 제이미와 정기적으로 대화를 나누는데. 그 정체가 끝까지 밝혀지지 않을뿐더러. 말하는 곰인형이 핵심적인 내용이 아니라 구덩이 밑에 득실거리는 괴물이 메인 소재라서 생각보다 비중이 낮은 편이다.

괴롭힌 사람들을 트라-라-로그의 먹이로 던져주라는 제안을 한 이후에는 존재감을 완전히 상실한다.

트라-라-로그는 검은 털이 수북하게 나 있는 직립보행 괴물로 묘사되는데 사람을 잡아먹고 산다. 명확한 정체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사이즈가 어린 아이 수준이라서 대략 트롤 같은 사악한 요정이 아닐까 싶다.

소년 주인공이 주변 사람을 구덩이에 밀어 버려 식인 괴물들한테 먹이로 준다는 설정은 으스스하긴 한데, 후반부 스토리가 너무 엉망이라서 크리쳐 캐릭터가 낭비됐다.

후반부에 샌디가 구덩이에 떨어져 잡아먹히는 사고가 발생한 뒤, 제이미가 멘탈 붕괴를 일으켜 구덩이에 로프를 던져서 트라-라-로그들이 지상으로 나올 수 있게 만들면서 사람들이 피해를 입자, 지역 보안관의 주도 하에 민병대가 결성되어 트라-라-로그를 쫓던 중 구덩이를 발견해 일제 사격으로 모조리 총살시킨 다음. 불도저로 구덩이를 메우면서 처리한다.

거의 소드 마스터 야마토급으로 급하게 마무리 지은 것이라서 테디나 트라-라-로그의 정체도 밝혀지지 않았을 뿐더러, 제이미가 복수를 가장해 벌인 살인도 묻혀서 완전범죄가 된 결말에 이르러 되게 찝찝하다.

시나리오 초기안처럼 구덩이 속 괴물이 어린 아이의 상상이었다고 하면 상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에서 발생한 사이코 소년 킬러가 충격을 줬을 텐데, 굳이 그 존재를 진짜 괴물로 만들어 놓고선 이렇게 마무리 짓다니 대체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애초에 괴물들이 구덩이에서 빠져 나와 땅 속과 땅 위를 자유롭게 오간다는 내용은 구덩이 괴물의 아이덴티티를 상실하게 만든 것이라 진짜 각본을 잘못 쓴 것 같다.

엔딩 때는 또 다른 구멍이 있었다는 식으로 끝나서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영 개운하지가 못하다.

결론은 평작. 어린 소년이 말하는 곰인형의 제안에 따라 숲속 구덩이 속 괴물들에게 주변 사람을 먹이로 던져준다는 설정은 꽤 그럴듯하지만, 주인공 설정이 사춘기 변태 소년이고 복수의 당위성에 대한 설득력도 다소 떨어져 몰입하기 어렵고, 말하는 곰인형 테디와 구덩이 속 괴물 트라-라-로그는 거창한 설정에 비해 비중이 낮고 그 최후도 너무 허접해 크리쳐 낭비가 심해서 핵심적인 설정들을 잘 살리지 못한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본작은 작가 ‘존 콜드’가 노벨라이징하여 소설판이 나왔다. 소설판 제목은 ‘테디’다.

덧붙여 본작에서 그나마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다면 주연 ‘제이미 벤자민’ 역을 맡은 배우가 ‘새미 스니더스’라는 점이다.

새미 스니더스는 마크 트웨인 원작 소설인 ‘허클베리 핀의 모험’를 TV 드라마로 만든 ‘허클베리 핀과 그의 친구들(1979)’에서 허클베리 핀 역을 맡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추가로 작중 베이비시터인 샌디 배역을 맡은 배우는 ‘지니 일라이어스’인데 사실 이 배우는 애니메이션 성우로 왕성한 활동을 해서 그쪽으로 다 잘 알려져 있다. 어떤 특정한 배역으로 유명하기 보다는, 다양한 작품의 조연/단역/추가 더빙 등을 맡았다.

마지막으로 본작은 캐나다 영화지만, 미국 중서부에 위치한 위스콘신 주 비버 댐에서 촬영됐다.


덧글

  • 2018/03/13 15:1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8/03/13 16:4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로그온티어 2018/03/13 17:11 # 답글

    구덩이가 주는 상징성과 사이코스릴러의 결합이기 때문에 잘만 만들면 철학적이면서 무서운 걸작이 될 수 있었을 지도..
  • 잠뿌리 2018/03/14 21:22 #

    각본 초기안처럼 8~9살 어린 아이에 상상 속 괴물로 만들었으면 더 나았을 것 같습니다. 사춘기 변태 소년의 괴물 먹이 살인극인 게 에러죠.
  • 시몬 2018/03/18 02:20 # 삭제 답글

    잠뿌리님 말처럼 사실 괴물은 상상이고 어린애가 환상속에서 저지른 살인이었다는 식의 반전이면 훨씬 나았을 것 같네요.
  • 잠뿌리 2018/03/18 19:12 #

    시나리오 초기안대로 되지 못한 게 안타깝네요.
  • 먹통XKim 2018/04/13 22:39 #

    이렇게 만든 게 피노키오 신드롬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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