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 우뢰용(1987) 아동 영화




1987년에 방순덕 감독이 만든 아동용 SF 영화.

내용은 최박사가 광산에서 광석을 캐던 중 커다란 알을 발견했는데 거기서 손가락에 반지를 낀 어린 아이가 껍질을 깨고 나와 양녀로 맞이해 아란이란 이름을 지어주고 키우는데 그로부터 십 수 년 후. 알파성의 루메이 여왕과 키메라, 샤오이, 헬렌으로 구성된 알파 삼총사가 지구를 침공해 우뢰용을 제작 중인 최박사와 엘마성이 그녀들을 저지하기 위해 보내 온 용란을 찾아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은 나온 시기와 제목만 보면 딱 김청기 감독의 ‘외계에서 온 우뢰매(1986)’의 아류작이다.

제목만 같은 게 아니라, 당시 인기 개그맨이 출현한다는 것과 주인공이 평소에는 못난이 취급 받지만 실제로는 강력한 초능력자이고, 거대 로봇에 탑승해 악당들을 소탕하는 전개 등이 유사한 느낌을 준다.

단, 어디까지나 아류작이지 표절작까지는 아니다. 우뢰매와 차이점도 꽤 있다.

일단 인기 개그맨이 등장하긴 하지만 조연이라서 주연과 거리가 멀고. 실제 주인공이 여자 아이란 점. 주요 악당인 알파성의 외계인들이 죄다 여자란 것과 주인공이 조종하는 메카닉이 문자 그대로 용의 형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계에서 온 우뢰매의 우레매가 일본 로봇 애니메이션 ‘닌자전사 토비카케(국내명: 슈퍼K)에 등장한 매형 메카 본뢰응’의 표절이란 걸 생각해 보면 우뢰용 디자인은 나름대로 오리지날이다.

근데 이러한 차이점이 본작만의 강점이나 개성이 되기 힘들 정도로 캐릭터 운용과 스토리 구성이 완전 엉망이다.

당시 인기 개그맨 故 김형곤과 서원섭은 작중에서 뚱뚱보 형제들로 각각 민이, 뚱보 역을 맡고 있는데. 뚱보/식탐 개그를 몇 번 보여준 것 이외에는 작중에서 아무런 활약도 못하고 외계인한테 붙잡혀 고문당하다가 죽는다.

당시 아동 영화 기준으로 보면 이례적으로 사망 처리한 것인데. 뭐 하나 제대로 하는 일도 없이 허무하게 리타이어해서 대체 왜 나온 건지 모르겠다.

2가지 정도가 기억에 남는 게 있는데 첫 번째는 민이의 대사로 자기 동생인 뚱보한테, ‘너 한문 공부 좀 해라, 장유유서 뜻이 뭔지 아니? 유서 쓸 때 순서가 있다는 거야.’ 이런 말을 하는 장면이다. (뭔가 아동 영화에 나오면 안 될 것 같은 대사인데)

두 번째는 알파 삼총사와 조우했을 때, 이소룡 흉내를 내다가 갑자기 ‘돈(돼지)권이다!’라고 외치면서 한손으로 돼지코를 만들고, 다른 한손을 팔랑거리며 외계인 악당에게 덤비는 씬이다. 이건 진짜 유치함의 정도가 상상을 초월해서 어떤 의미로 놀랐다.

여주인공은 ‘아란’인데 용란(용의 알)에서 반지를 끼고 태어난 아이로 실은 엘마성의 공주라는 출생의 비밀을 가지고 있고. 나오는 씬마다 초능력을 사용하지만, 러닝 타임 2/3 내내 시시한 초능력만 쓰고. 여주인공으로서 스토리를 주도해나가지 못하는데다가, 평소 때는 못난이 기믹을 가지고 있는데 주근깨를 펜으로 그려 넣어서 뭔가 이질감이 크다.

영화 끝나기 약 15분 전에 에스퍼맨 느낌 나는 오토바이 하이바와 비닐 옷 입고 출동해 우뢰용에 탑승해 싸우는 클라이막스는 분장, 연출 등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구려서 보는 사람이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우뢰용 디자인은 아동 SF 영화 사상 최악이라고 할 만큼 끔찍한 센스를 자랑한다.

이게 이름만 들으면 번개 간지날 것 같은데 실제로는 날개 없는 서양의 드래곤 몸통에 동양의 콧수염 긴 용머리를 박아 넣은 투박한 디자인으로 로봇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고. 오히려 괴수 특촬물의 고질라 같은 느낌을 준다.

에스퍼맨이 고질라에 탑승해 날개도 없이 하늘을 날고 입에서 불을 뿜고 회오리 폭발이라 외치면서 토네이도 어퍼 같은 거 쏘면서 싸운다고 생각해 봐라.

설상가상으로 알파성 로봇과의 싸움은 애니메이션 처리했고. 루메이 여왕과 알파 삼총사와 싸울 때는 괴수 인형탈 쓰고 나와서 싸우는데 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 배경 위에 실제 사진 합성, 실제 촬영 등 3개가 번갈아가면서 나와 혼란의 도가니에 빠트린다.

애니메이션도 말이 좋아 애니메션이지, 그림 컷 자체는 정지되어 있고 배경만 움직이고 소리만 크게 넣어 대충 떼운 것이라 그 퀼리티가 극도로 떨어진다.

중반부에 나오는 알파성의 메신저인 요정 로봇이 타고 온 로봇은 ‘합신전대 메칸더 V’와 ‘초신성 플래시맨(국내명: 지구 방위대 후뢰시맨)’의 플래시 킹 디자인을 짜깁기했다.

정확히, 메칸더 V의 머리에서 양쪽 귀의 둥근 장식과 안테나, 이마에 V자 뿔을 제거한 머리통에 플래시 킹의 몸통을 파란색으로 칠한 뒤 가슴의 V자 마크를 A자로 바꾸었다.

포스터에는 주인공 기체처럼 나오지만 실제로는 작중에서 요정 로봇이 태우고 온 것 이외에 별 다른 활약을 하지 못한다. 조연은커녕 단역조차 되기 힘든 스쳐 지나가는 로봇 수준이다.

악당들 쪽으로 넘어가자면 루메이 여왕은 목소리 쫙 깔고 나오는 것 이외에는 별로 하는 일도 없고. 오히려 그녀의 부하인 알파 삼총사가 출현 분량이 많다.

빨간 머리/빨간 스판, 하얀 머리/하얀 스판, 검은 머리/검은 스판을 입고 나오는데 우뢰매의 히로인인 데일리가 흑화되어 나온 느낌이다. (요즘 FGO로 치면 데일리 릴리, 데일리 얼터 같은 느낌이랄까)

허나, 출현 분량이 많은 것에 비해 하는 일이 쓰잘데기 없는 것뿐이다.

사복 입은 지구인으로 변신해 놀이공원의 청룡열차를 정지시키는 것 등의 초능력 장난을 치고. 오토바이 타고 고속 도로를 달리는 남자들 뒤에 초능력으로 날아가 올라탄 다음 지구 정복을 위한 사병이 되라는 징병 권고를 하다가 거절당하니 권각술을 펼치며 3 대 3 대전을 벌이니

여기서 권각술이란 게 빈말이 아니라. 펀치/킥 날릴 때마다 홍콩 무협 영화처럼 바람 소리 슝슝 나서 순간 장르를 착각하게 만든다.

똑같이 스판 입고 촌스럽게 나와도 레이져 슝슝 쏘고 하늘 날아다니며 싸우는 우뢰매랑 정반대다.

알파 삼총사를 카메라로 찍으니 얼굴이 파충류처럼 나오고, 주식이 뱀, 개구리 같은 파충류라서 장독에 그런 거 넣어놓고 집어 먹는 걸 보면 1984년에 나온 미국 드라마 V를 떠올리게 한다.

헌데 미드 V에서는 인간의 탈을 쓴 파충류 외계인이 쥐를 잡아먹는데. 여기선 파충류 외계인이 같은 파충류를 잡아먹으니 뭔가 좀 이상하다.

결론은 비추천. 김청기 감독의 외계에서 온 우뢰매의 아류작이지만 원작과 차별화를 둔 설정 등이 많이 나오긴 하나, 로봇 디자인은 표절. 메인 로봇은 특촬물 괴수라서 센스가 부족하다 못해 이상한 수준에 이르렀고,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마구 섞어 놓은 정신없는 구성, 형편없는 연출, 캐릭터 운용 실패, 엉망진창 스토리 구성, 유치한 개그 등등. 안 좋은 건 모두 갖춘 졸작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엘마 로봇을 외계 우뢰용으로 이름을 바꾸어 프라모델로 출시했고, 다이나믹 프로(콩콩 코믹스)에서 대백과로 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백과로 엮을 만한 정보도, 설정도 마땅히 없어서 그냥 영화 장면을 잘라 넣은 포토 스크랩북 같은 방식으로 나온다.

덧붙여 이 작품은 후속작이 나왔다. 본작으로부터 1년 뒤인 1988년에 당시 인기 가수 ‘전영록’, 영화 배우 ‘조춘’, KBS 특채로 미스 롯데 출신인 ‘이해근’을 주연으로 기용해 만든 ‘외계 번개용’이다.


덧글

  • 시몬 2018/03/18 03:41 # 삭제 답글

    제 기억이 맞다면 후속작이란 것도 만만찮은 괴작이었던 것 같은데...
    아마 결말이
    1.번개용이 악당보스(여왕)에게 쳐발림
    2.여왕이 최후의 일격을 가하기 직전 딸인 공주가 튀어나와서 엄마 우리 착하게 살아요
    3.갑자기 급개심하고 지구인들이여 우리 친하게 지냅시다
    4.전영록이 오오 그럼 우리 다함께 번개용 주제가 불러요
    이렇게 끝났을 겁니다.
    그때 전 초등학생이었는데 C8 내가 대체 뭘 본거지 라는 생각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 잠뿌리 2018/03/18 19:13 #

    http://jampuri.egloos.com/7199928 <- 이게 후속작인 외계 번개용(1988)인데 이것도 졸작이죠.
  • 먹통XKim 2018/04/13 22:40 # 답글

    국딩시절 무척 재미있게 봤으나 지금은 도저히 볼 엄두가 안 납니다
  • 잠뿌리 2018/04/14 01:23 #

    지금은 워낙 유치해서 보기 어렵죠.
  • 랩퍼투혼 2018/10/08 12:33 # 답글

    우뢰매 장난감 사주셨었는데...흠

    지금 생각해보면 부모님에게 받은 것이

    내가 아는 것보다

    많다는 생각이 든다. 잘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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