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헌터(妖怪ハンター.1974) 2019년 일본 만화




1974년에 ‘주간 소년 점프’에서 모로호시 다이지로가 연재를 시작해 여러 잡지를 거치면서 부정기 연재되고 있는 전기 로망 만화. (최신작의 단행본은 2014년에 발행됐다)

내용은 전 K대 고고학 교수로 학계에서 이단아로 분류된 고고학자 ‘히에다 레이지로’가 일본 각지의 다양한 장소에 방문하여 그 땅의 전설과 역사에 숨겨진 기괴한 진실을 밝혀내는 이야기다.

옴니버스 형식의 작품으로 잡지에 연재된 단편을 모은 것으로 한국에서는 2013년에 시공사에서 3권 완결로 정식 출간됐다. 정확히는, 2005년에 일본에서 요괴헌터 천의 권, 지의 권, 수의 권으로 총 3권짜리로 재발간된 버전을 8년 만에 정식 발매한 거다.

본작의 제목은 ‘요괴헌터’지만 실제 내용은 전혀 다르다. 요괴 사냥꾼이 나와서 요괴를 찾아내 퇴치하는 게 아니라, 지역의 역사와 전통, 전설의 이면에 자리 잡은 진실을 규명하는 전기로망물이다. (전기 로망은 전승/전설/역사의 판타지/SF적인 재해석을 조건으로 둔 장르의 특성을 지칭하는 말이다)

만화적 상상력을 동원해서 창작한 것을 고고학/민속학적인 관점에서 해석했다.

‘나무 위키의 나무는 나무 ‘木’과 좆목의 ‘목’을 뜻하고 거기에 위커맨(Wicker Man)의 위키(Wicke)를 더한 것으로 이건 고대 켈트의 사제인 드루이드가 인신공양을 할 때 쓰는 나무 구조물을 뜻하기에 날마다 불타오르는 것이다!’

조악하게 비유하자면 이런 느낌이다. 창작이기 때문에 자의적 해석이 들어갔다고 해도 썰 자체는 꽤 그럴듯해서 흥미진진하다.

그 썰의 베이스가 일본 신화란 점이 독특하다. 그렇다고 무조건 일본적인 게 제일 좋고, 일본적인 걸 추구해야 한다! 이런 게 아니고, ‘생명의 나무’ 에피소드처럼 기독교 세계관을 일본 신화에 접목시키는 것도 있어 발상이 유연한 편이다.

기본 컨셉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역사/전설이 실은 인간의 이해 영역을 넘어선 초월적 존재가 얽힌 것이고 그걸 미지의 공포로 묘사하면서 일반인이 알아서는 안 되는 금단의 지식으로 귀결시키는 걸 보면 ‘러브 크래프트’ 느낌이 나는데 이건 모로호시 다이지로 작품의 특징 중 하나다.

본작 이외에 ‘암흑신화(1977)’가 크툴후 신화에 영향을 받았고, 시오리와 시미코 시리즈에서도 패러디된 게 많다. (예를 들어 소설가 단 이찌의 아내는 외우주 사신의 자식이고, 두 사람 사이에 생긴 외동딸 이름은 ‘쿠르트’인 데다가, 18번 대사처럼 쓰는 말이 쇼거스의 말버릇인 ‘데켈리-리!’다)

작중에 나온 초월적 존재들은 멀쩡하게 묘사되는 일이 거의 없고. 인면수신(사람 얼굴을 한 짐승신)이나, 혹은 사람의 얼굴 형상이 어렴풋 남아 있는 살덩이 타입의 괴물 등으로 주로 나와서 비주얼이 꽤 호러블하다.

지금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더 기괴하고 이상한 디자인이 많은데, 본작이 70년대 만화란 걸 감안하면 기괴한 분위기와 크리쳐 묘사가 매우 파격적이다.

‘츠노다 지로’의 호러 만화 ‘공포신문(1973)’이 70년대 일본에 오컬트 붐을 일으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걸 생각해 보면, 거기에 편승해 심령물 노선을 걷지 않고 민속학과 괴기를 접목시킨 괴기 전기 로망이라는 독자적인 노선으로 갔기에 본작만의 개성을 갖췄다.

캐릭터로 넘어가 보자면 주인공 히에다 레이지로는 냉정 침착한 인텔리파다.

어떤 사건을 접했을 때 그걸 해결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나서는 건 아니다. 스토리의 중심에 있지도 않다. 아예 직접 등장하지 않는 에피소드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화자에 머무르지 않고 주인공으로서의 충분한 존재감을 보여주는데. 고고학과 민속학에 정통한 학자로서 작중에 벌어진 사건을 풀이해줘서 그렇다.

설명과 해석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감춰진 진실이 밝혀지는 구조를 띄고 있어서, 해설자 포지션인 게 오히려 더 부각됐다. 이야기의 중심에 있지는 않지만,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인물로서 자기 역할을 충분히 다 하고 있다.

독자에게 필요한 내용을 전달하고 작중의 상황을 이해시켜주는 것이라 스토리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확실한 결론이 나지 않고 미스테리로서 이야기가 끝난다고 해도, 작중에서 무슨 일이 생겨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갔는지 정도는 쉽게 파악할 수 있을 정도다.

모로호시 다이지로 작품 중에서 드물게 내용 이해가 쉬운데 그게 주인공 덕분인 것이다.

최소한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지금 뭐하고 있지?’ 이런 말은 안 나오게끔 해준다. ‘여긴 어디고, 나는 누구고, 지금 뭐하는데 사건 조사하다 괴물 만나서 뒤지게 생겼네.’ 이렇게 딱 정리된다.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다른 작품들인 ‘공자암흑전(1978)’과 비교하면 내용 전달과 이해 부분에 있어 입문서적과 전문서적의 차이가 있다.

설명과 해석이 중요한 만큼 대사량이 제법 많은데, 히에가 관찰자 시점을 분명히 지키고 있고, 사건에 관계된 다른 주요 인물이 스토리를 진전시켜 나가기 때문에 가독성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결론은 추천작. 일본 신화를 베이스로 하여 러브 크래프트 소설풍의 기괴하고 으스스한 이야기를 해서 흥미를 돋우고, 호러블한 비주얼과 파격적인 묘사로 시선을 잡아끌며, 학자 주인공의 설명과 해석이 본편 스토리의 내용 전달과 이해에 큰 도움을 주어 몰입도를 높여주는 작품이다.

모로호시 다이지로 특유의 괴기 만화를 처음 접한다면 ‘제괴지이(1989)’와 더불어 입문작으로 딱 좋다.

여담이지만 1991년에 츠카모도 신야 감독이 실사 영화화했다. 실사 영화판 제목은 ‘요괴헌터 히루코’다. 그리고 2005년에 코마츠 다카시 감독이 만든 ‘기담’은 제목은 다르지만 요괴헌터 만화 원작에 수록된 단편 ‘생명의 나무’를 원작으로 삼고 있다. (기담에서 히에다 레이지로 배역을 맡은 배우가 ‘아베 히로시’다!)

덧붙여 2001년에 리메이크작이 발매됐는데 ‘주작의 활’, ‘BOOOM!’로 잘 알려진 ‘이노우에 준야’가 작화를 맡아서 히에다가 꽃미남으로 나온다.

추가로 2014년에 발행된 본작의 최신작은 ‘요괴헌터 히에다의 제자들’이고, 한국에서는 2016년에 정식 발매됐다.


덧글

  • 2018/02/24 16:3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8/03/01 10:4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존다리안 2018/02/24 18:15 # 답글

    개인적으로는 한국 신화로도 그런 이야기를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 잠뿌리 2018/03/01 10:43 #

    한국 신화도 잘만 활용하면 될 것 같은데 러브 크래프트 스타일을 소화할 작가가 없다는 게 아쉽죠.
  • 미르사인 2018/02/25 19:27 # 답글

    요괴헌터란 제목은 편집부에서 제목으로 하라고 우겨서 된거라 작가 본인도 그다지 안 좋아했다고 하더군요
  • 잠뿌리 2018/03/01 10:43 #

    위키 백과에서도 봤었는데 작가가 안 좋아할 만 했습니다. 요괴 사냥하는 내용이 아니라서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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