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에 게리 J. 터니 클리프 감독이 만든 헬레이저 시리즈의 10번째 작품. 비디오용 영화다.
내용은 지옥의 파벌인 세노바이트의 지도자인 핀헤드와 또 다른 파벌인 스티지안 인쿼지션의 심판관이 인간의 기술이 진보하여 지옥이 점점 영향력을 잃어가 인간의 영혼을 수확하기 힘들어져 어떻게 할지 논의하던 상황에. 지구에서 ‘션 카터’, ‘데이비드 카터' 형제와 ‘크리스틴’ 등 3명의 형사가 십계명을 기반으로 하여 잔혹한 살인을 저지르는 연쇄 살인범 ‘프리셉터’를 조사하던 중. 션이 희생자 중 한 명과 연결된 용의자 칼 왓킨스를 찾아 루도비코 플레이스에 있는 버려진 집에 찾아갔다가 지옥의 종교재판 영역에서 깨어나 악령의 퍼즐 상자를 훔쳐 달아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줄거리만 보면 형사가 범인 쫓다가 환상에 시달리다 핀헤드한테 끔살 당하는 시리즈 5탄 인페르노가 생각나는데 실제로는 좀 다르다.
초반부는 희생자의 시신을 훼손하여 십계명의 메시지를 남기는 연쇄 살인범 프리셉터를 쫓는 이야기인데. 중반부에 갑자기 션의 단독 시점으로 넘어가면서 뜬금없이 지옥의 핀헤드와 악령 상자와 엮이더니, 후반부에서는 갑자기 범인 반전이 드러나면서 NTR 심판물로 바뀌어서 스토리가 두서없이 진행된다.
물론 헬레이저 1도 엄밀히 말하면 NTR 요소가 있기는 하나, 거기선 그게 악역들 스토리의 핵심이 돼서 스릴있게 진행됐기에 비교할 수 없다.
핀헤드, 악령의 퍼즐 상자, 갈고리, 세노바이트 등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 분량은 극히 짧고. 핀헤드가 본격적으로 무대에 나서는 건 영화 끝나기 약 13분 전이라서 과연 이걸 헬레이저 시리즈로 봐야 할지 의문이 들게 할 정도다.
핀헤드와 세노바이트를 보여주기 보다는, 본작의 신 캐릭터이자 감독 게리 J. 터니클리프가 직접 배역을 맡아 연기까지 한 심판관이 지나치게 자주 나오고 쓸데없이 비중이 크다.
심판관이 속한 파벌인 스티지안 인쿼지션 소속 신 캐릭터로 잔뜩 나오기는 한데, 어차피 그 캐릭터들도 머릿수만 많지 등장씬은 짧고 개인 대사조차 없는 경우가 허다해 존재감이 희박하다.
한두 번 나오면 다시는 안 나와서 영화를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갈 정도다.
그냥 대머리에 혈선이 잔뜩 그어진 얼굴에 선글라스 낀 심판관만 지겹게 많이 보여주고 있다.
심판관 캐릭터가 유일하게 인상적인 건 사람을 심문할 때 그 사람의 죄를 기록하기 위해 사람의 살로 만들어진 타자기에 피를 채워 타이핑을 치는 기괴한 물건을 사용하는 것 정도 밖에 없다.
명색이 지옥의 한 파벌이 속한 환상의 공간인데 규모가 달랑 방 서너개 정도 밖에 없는 허름한 지하실이라 배경 스케일이 불쌍할 정도로 작다.
게다가 사실 지옥의 파벌이랍시고 개네들이 하는 일이. 사람 의자에 묶어 놓고 타자기로 죄 기록한 다음에, 맨살 위에 양복 입은 뚱보 할아버지가 와서 죄 기록한 종이를 와구와구 씹어 먹다가 파이프에 토하고, 토사물이 옆방으로 건너가 얼굴, 목의 피부가 벗겨진 알몸 여자들이 손으로 만지고. 나이 든 알몸 여자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옷을 벗긴 뒤 이상한 액체를 먹이고. 식칼 들고 아기 가면 쓴 거구의 도살자가 등에 지고 온 푸대 자루에서 가스 마스크 쓴 암살자 같은 애가 반월형 칼로 난도질해서 피부 벗겨 내는 일이라서, 잔인한 거 이전에 비주얼이 더럽고 왜 그러는지 이유도 모르겠다.
일단 그 일이 벌어진 배경이 지옥이고, 죄인에 대한 징벌 내지 심판인 건 알겠는데.. 대사 한 마디 없이 밑도 끝도 없이 그러니까 이유를 추정해도 내용은 이해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헬레이저 시리즈가 갖는 특성과 분위기와 전혀 다른 느낌이라 이질감만 키울 뿐이다. (헬레이저 시리즈는 존나 잔인하긴 해도 더럽지는 않았다고!)
근데 가장 이질적인 건 스티지안 인쿼지션 진영 캐릭터들이 아니라 천사 요피엘이다.
헬레이저 시리즈 최초로 천국 소속 캐릭터가 등장한 것으로 남들 다 상처 투성이에 흉측한 몰골로 나오는데. 천사 요피엘은 금발 미녀로 말끔한 여성 정장을 입고 나온다.
천국의 계획이랍시고 사건에 개입하려다가 핀헤드한테 탈탈 털렸는데. 문제는 그 건으로 핀헤드가 하나님한테 벌을 받아서 불멸자의 신분을 잃고, 필멸자인 인간으로서 뒷골목 거지가 되어 지구에서 사는 결말로 이어져서 원작 파괴를 넘어서 원작 능욕 수준으로 망가트렸다.
시리즈 3탄 ‘헬레이저 3: 헬 온 어스(1992)’에서 성당에 들어가 십자가 예수의 포즈를 따라하면서 '내가 곧 길이다'라는 대사를 날려 신성모독을 하면서 악마의 힘을 과시하며 악의 카리스마스를 뽐내던 핀헤드를 생각해 보면 본작의 결말은 너무나 처참한 거다.
더 안 좋은 건 엔딩 스탭롤 다 올라간 다음 쿠키 영상에서 나오는데 핀헤드의 대체자로 심판관이 나온다는 거다. 진짜 감독 자캐딸의 끝이 보였다.
핀헤드를 그렇게 망가트려 놓고 본인이 맡은 캐릭터로 헬레이저 시리즈의 바톤을 이어 받으려고 하는 야망을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 같다.
결론은 비추천. 헬레이저 최신작이지만 이전 시리즈와 연관성이 없고, 핀헤드와 세노바이트의 비중과 출현 씬이 극히 적은데 그 대체제로 등장한 스티지안 인쿼지션은 잔인한 게 아니라 더럽고, 심판관 캐릭터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서 캐릭터 배분과 운용이 엉망인 데다가, 본편 스토리도 연쇄 살인범 조사로 시작해 반전 NTR물로 귀결돼서 한심하기 짝이 없는 상황에, 핀헤드가 맞이한 결말이 시리즈 역대급 폭망이라 헬레이저라는 프렌차이즈 자체의 숨통을 끊어 놓을 만한 졸작이다.
나와서는 안 될 작품이었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최악이다.
여딤이지만 본작에서 친헤드 배역을 맡은 배우는 ‘폴 T. 테일러’다. 게리 J. 터니 클리프 감독은 핀헤드 역으로 원조 핀헤드 배우인 ‘더그 브래들리’를 캐스팅하고 싶어 했지만, 더그 브래들 리가 디멘션 필름에서 나온 헬레이저 속편들이 졸작들이라 영화 퀼리티에 비판을 했고, 본작의 각본을 받으려면 비공개 합의서에 서명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출현을 거부했다고 한다. (헬레이저 시리즈는 5탄 이후로 9탄까지 쭉 디멘션 필름에서 만들었다)
덧글
1,2편의 수도사들은 선악의 개념이 아닌 그냥 초월자들,심판자들,약간 크툴루 세계관의 캐릭터
느낌이였는데
(우리는 미지의 세계의 탐험가들 천사이기도 하고 악마이기도 하지)
이런대사를 하죠.
3편부터 인간학살에다가 신성모독을 함으로써 약간 적그리스도 같은 모습을 보이죠.
전형적인 기독교세계관의 악마로 격하되어 버렸죠.
스스로 선과 악의 구분을 못하는 자연재해, 재앙, 운명에 가까운 수도사들이 삼류악당이 되어버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