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 (Wizards.1977) 2019년 애니메이션




1977년에 20세기 폭스에서 랄프 박시 감독이 만든 포스트 아포칼립스 SF 애니메이션.

내용은 지구가 다섯 명의 테러리스트에 의해 벌어진 핵전쟁으로 황폐화되고 소수의 인간이 살아남고 나머지는 방사능에 노출되어 돌연변이가 됐는데, 몬타가르의 땅에서는 페어리, 엘프, 드워프 등의 요정과 난쟁이들이 평화롭게 살던 중. 요정의 여왕 델리아가 아바타와 블랙울프라는 쌍둥이를 출산하고, 아바타는 친절하고 훌륭한 마법사가 됐지만 베오울프는 사악한 돌연변이라서 델리아 사후 왕위를 놓고 형제간에 골육상쟁을 벌이다가 블랙울프가 패배한 뒤. 몬타가르를 떠나 스코르치의 다크랜드를 지배하여 고블린, 오우거, 돌연변이 군대를 결성. 고대의 기술을 복원하여 몬타가르와의 전쟁을 일으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줄거리가 꽤 장황한데 그 모든 과정이 본편에 자세히 나오는 것은 아니고. 동화책의 삽화 느낌 나는 그림의 정지된 컷을 쭉 이어서 보여주고 나레이션으로 때우기 때문에 짧은 분량에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실 본편 스토리는 블랙울프의 군대가 전쟁을 일으킨 상황에서, 아바타 일행이 블랙울프를 물리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아바타가 프레지던트의 딸 일리노어의 교육을 담당하는 가정 교사가 됐다가, 몬타가르의 마법사들을 살해하기 위해 블랙울프가 보낸 자객 네크론 99에 의해 프레지던트가 암살된 뒤. 네크론 99에 입력된 전쟁 프로그램을 수정해 그에게 ‘피스’라는 이름을 지어준 다음. 엘리노어, 피스, 엘프 스파이 전사인 위호크와 4인 파티를 이루어 보스 레이드에 나선다.

선과 악의 진영으로 나뉘어진 쌍둥이 형제, 착한 마법사가 악한 마왕을 무찌른다! 이런 것들만 보면 스토리가 되게 단순한데 세계관과 비주얼은 전혀 단순하지 않다.

이게 SF와 판타지가 뒤섞인 것이라 상당히 오묘하다.

기본적인 세계관이 핵전쟁 이후의 황량한 세계 안에 판타지 세계 구역이 따로 있는 것이라. 요정, 난쟁이가 사는 숲/산악 지역(몬타가르)와 고블린, 오우거, 돌연변이들이 모여 사는 슬럼가 같은 지역(다크랜드)으로 명확히 나뉘어져 있다.

몬타가르는 완전 순도 100% 판타지 세계인데 엘프, 드워프는 둘째치고 미니 사이즈의 날개 달린 요정인 페어리가 단체로 우르르 몰려나오면서 판타지 분위기를 조성해 꽤 인상적이다.

반면 다크랜드는 슬럼가이고 돌연변이들이 총기로 무장하고 있으며, 블랙울프가 복원한 고대의 기술이 기계 장치라서 사이버 펑크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다크랜드의 결전 병기인 ‘드림머신’도 꽤 특이한데 이게 일종의 빔 프로젝트로 나치 선전 영상을 틀어서 블랙울프가 자신의 사악한 군대를 독려하고. 몬타가르의 요정/난쟁이 연합군을 공포에 빠트려 멘탈을 붕괴시켜 싹 쓸어버리는 전술을 펼쳐서 그렇다.

그 전쟁 씬에 나온 나치 선전 영상은 실제 실사 영상을 애니메이션에 덧씌운 것이고, 영상 속에 나치 선전뿐만이 아니라 탱크, 폭격기 등 현대 병기가 등장해 포격을 하고 미사일을 떨어트리며, 검은 실루엣의 군대가 나타나 쇄도해 오면서 진짜 살벌하게 압박을 하고. 요정/난쟁이 연합군이 거기에 완전 휘말려 멘붕하는 장면을 여과 없이 보여줘서 독특한 비주얼이 펼쳐진다.

근데 비주얼이 독특한 것과는 또 별개로,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본편 스토리 자체는 별로 재미가 없다.

아바타 일행의 여행이 몬타가르 지역 비중이 크고, 다크랜드에 도착한 것은 극 후반부의 일이라서 전쟁씬 말고는 판타지와 SF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아바타 일행의 여행 자체도 같은 편인 요정, 난쟁이들과 오해와 갈등이 지속되는 전개라서 뭔가 좀 루즈하게 진행된다.

거기다 극 후반부에 벌어지는 2차 전쟁은 전쟁대로 벌어지고. 아바타 일행은 전쟁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보스 잡으로 다이렉트로 레이드 떠나는 전개로 이어지는데다가, 주요 캐릭터 배신 이벤트가 되게 뜬금없이 나오더니 그 이유가 악당에게 정신 조종당했다는 거라서 좀 어거지로 끼워 맞춘 느낌을 주고, 아바타 VS 블랙울프의 최종 대결도 다소 싱겁게 끝나서 막판에 힘이 쭉 빠진다.

다만, 주인공이 마법사인데 속임수로 현대 병기를 사용해 최종 보스를 물리치는 전개는 나름대로 괜찮았다. 마법사인데 마법으로 다 해결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와일드 카드로 마법 자체를 부정한 게 포인트라고 할까나.

캐릭터 디자인에서는 블랙울프가 인상적이다. 긴 수염을 기른 대머리 노인인데 양팔의 어깨 아래와 손목 위까지의 팔 전체가 2갈래의 뼈가 드러난 모습을 하고 있다. 전체 해골이 아닌 부분 해골인 거다.

히로인 엘리노어가 슬링샷 수영복(모노키니)를 입고 나오는 게 선정적인데. 랄프 박시 감독의 이전 작품인 ‘쿤스킨(1977)’에 나온 ‘미스 아메리카’를 생각해 보면 섹슈얼한 히로인을 미는 게 이 감독 스타일인 듯 싶다.

사실 본작은 몬타가르의 자연 풍경과 요정/난쟁이만 보면 아동용 애니메이션 같지만.. 스코르치의 다크랜드 묘사와 전쟁 연출만 보면 완전 성인용 애니메이션에 가깝다.

직접적인 노출과 성교 묘사는 나오지 않지만 다크랜드 거리의 돌연변이 창녀들도 그려지고 있어서 절대 아이들용은 아니다.

결론은 미묘. 핵전쟁의 잔재가 남은 황폐화된 세계와 동화 속 판타지가 복원된 세계가 구역/진영으로 나뉘어진 세계관과 고대 기술로 복원한 나치 선전 영상을 전쟁 때 사용하는 연출이 독특해서 설정과 비주얼에는 컬트적인 매력이 있지만.. 주인공 일행의 여정 자체에 초점을 맞추면 본편 스토리가 선과 악의 대결보다 같은 편의 오해와 갈등이 반복돼서 루즈한 전개가 이어져 별로 재미가 없고 급조된 배신 반전과 싱거운 보스전 등등. 후반부 전개도 맥이 풀려서 독특한 설정과 비주얼을 스토리가 받쳐주지 못해서 컬트적인 맛은 있어도 매력은 조금 떨어지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당시 200만달러의 제작비를 들여서 만들어 개봉했는데 약 900만달러의 수익을 거두었다.

덧붙여 랄프 박시 감독은 아바타와 일리노어의 관계를 다룬 후속작 ‘위저드 2’의 계획을 가지고 있었지만 제작 환경과 스케줄 문제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고, 2004년에 그래픽 노블로 제작한다고 했다가, 2008년에 메인 스트리트 픽쳐스에서 위저드 후속작을 랄프 박시 감독의 협력 하에 만들 것이란 발표가 나온 이후. 2015년에 랄프 박시 감독이 위저드 2의 대본을 완성했으니 영화화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추가로 다수의 팬들이 핵전쟁으로 인류가 멸망한 뒤 그 잔재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판타지 세계가 복원된 본작의 세계관이 카툰 네트워크의 ‘핀과 제이크의 어드벤처 타임’에 영감을 주었다고 주장한다.

덧글

  • 먹통XKim 2018/04/13 22:44 # 답글

    랄프 박시도 이제 나이 여든 넘었는데 과연....
  • 잠뿌리 2018/04/14 01:36 #

    필모그래피상 마지막 작품이 2015년에 나와서 3년 동안 차기작이 없는 걸 보면 작품 활동은 하지 않으시는 것 같습니다. 연세도 많아서 힘들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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