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데이트: 신이 주신 임무(2008) 2019년 전격 Z급 영화




2008년에 전 영구 아트무비 소속 스탭으로 ‘드래곤 투카’의 제작 진행을 맡고 독립한 후에는 ‘천사몽(2001)’으로 잘 알려진 박희준 감독이 만든 퇴마 액션 영화. 드라마 '쾌걸 춘향'의 이몽룡과 영화 '싸움의 기술'에서 송병태 배역을 맡았던 재희가 주인공 최강 역. 레쓰비 CF와 '혜화, 동'의 혜화 역을 맡았던 유다인이 히로인 신 기자 역으로 나온다.

내용은 인류 최초의 살인자 카인이 아벨을 살해한 후 세상에 살인 강간 납치 유괴 같은 강력 범죄들이 들끓기 시작했는데 사실 그 범죄의 배후를 조종하는 세력이 존재했고, 그 존재들과 오랜 세월 싸워 온 사람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그것이 신(하나님)이 주신 임무라고 생각해 왔는데. 고스트 헌트 최랑이 음란귀 탕에게 패배해 살해당한 후 20년의 세월이 지나 최랑의 아들 최강이 고스트 헌트가 되어 탕을 쫓아 한적한 시골 마을 화곡리를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포스터만 보면 도시의 이면에 숨겨진 어둠의 그림자 같은 악령들과 맞서 싸우는 퇴마사의 검극 액션을 떠올리게 하지만.. 실제로는 그냥 화곡리라는 시골 마을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본편 스토리다.

시골 마을에서 벌어진 연쇄 살인 사건이 실은 악령의 소행이라서 고스트 헌트인 주인공이 사건 해결에 나서는 이야기인 것이다.

문제는 스토리가 굉장히 허술해서 주인공 최강이 제대로 활약하지 못하는 점에 있다. 말이 좋아 한국 제 1의 퇴마사라는 설정을 가졌지, 살인 사건 현장에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갔다가 괜히 형사들에게 찍혀서 신경전을 벌이고. 악마 추적에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한 채 허송세월을 보내면서 끝까지 가오 잡으니 되게 한심하게 묘사된다.

보통, 기존의 퇴마물에서는 공권력인 경찰이 퇴마사인 주인공을 믿지 못해 실랑이를 벌이긴 해도. 결국 악마가 실체를 드러내고 퇴마사 주인공의 활약으로 사건이 해결되는 반면. 본작에서는 주인공이 형사한테 찍혀서 행동의 제약을 받는데다가, 악령 자체가 실체를 드러내지 않고 행동을 하기 때문에 퇴마 행위 자체가 벌어지기 힘든 구조를 띄고 있다.

본작의 악마는 음란귀 ‘탕’이라고 해서 여자들을 간살하는 마귀라는데. 강간하고 죽인다고 말만 그럴 듯 하지 그냥 옷만 살짝 찢은 다음에 무작정 흉기로 찍어 죽이는 살인마로 묘사되고, 후드를 뒤집어쓰고 언월도를 휘두르는 본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체전이 기술을 가지고 있어 다른 사람의 몸을 옮겨 다니는 속성이 있어 본편 스토리 내내 그렇게 도망만 다니다가 영화 끝날 때쯤 겨우 싸움을 걸어오니 무지하게 답답하다.

주인공과 형사의 대립으로 인한 행동의 제약. 신체 전이 속성을 가진 악마의 밑도 끝도 없는 도주 행각이 안 좋은 의미로 시너지 효과를 불러 일으켜 본편 스토리가 밑도 끝도 없이 늘어진다.

그게 어느 정도 수준이냐면, 지금 내가 보는 영화에 퇴마사가 나오는 게 맞나? 의문이 들 정도다.

행동에 제약이 커서 그런지, 아니면 주인공이 무능한 건지. 작중에 사건 사고는 계속 벌어지는데 언제나 사건 벌어진 다음 현장에 도착하고. 결과적으로 사건에 연루된 사람 몰살 루트타면서 남녀 주인공만 살아남는 전개라 아무도 구하지 못했으면서 악마 퇴치했다고 상큼하게 엔딩을 맞이하는 걸 보고 있노라면 고구마 먹다 목이 막힌 정도가 아니라 체해서 쓰러질 것 같다.

이 작품에서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퇴마 액션물을 표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액션씬이 지극히 짧다는 것에 있다.

액션 영화라면서 추격전이나 액션씬이 본편 전체를 통틀어 각각 1개씩. 총 2개 밖에 안 나오고, 그마저도 합쳐 놓으면 분량이 10분도 채 안 되는 짧은 분량이라서 본작의 장르가 액션이란 사실을 망각시킨다.

영화 끝나기 약 10여분 전에야 겨우 최강이 쌍칼 들고 나와서 탕과 일 대 일 대결을 벌이는데, 그 액션씬이 달랑 5분밖에 안 된다.

거기다 명색이 악마와의 대결인데 창문 너머로 햇빛만 살짝 비추는 수준의 어두운 건물 안에서 싸워서 5분 액션의 전반부는 잘 보이지도 않고, 후반부의 액션은 무려 시골 논밭을 배경으로 삼아 싸우니 진짜 기가 막힌다.

안 그래도 중반부에 최강과 탕의 추격전 벌어지는 게 시골 재래시장이라서 이게 과연 추격전이라고 해야 되나 싶을 정도의 비주얼을 보여줬는데 액션까지 싼티의 정점을 찍으니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액션 자체의 밀도를 논하기에는 액션씬이 워낙 짧아서 뭘 제대로 보여준 게 있어야 말을 하지, 정말 아무 것도 없다.

최강이 한국 제일의 퇴마사라는데 장비가 장검 한 자루와 단검 하나의 이도류에 코트 안쪽에 걸어 둔 녹색 시약 같은 걸 던지면 녹색 연기가 퍼지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악령의 존재를 감지하는 것 밖에 없어서 오컬트적인 느낌은 전혀 안 든다. 퇴마=오컬트의 공식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소리다.

물론 퇴마라는 게 반드시 오컬트를 수반할 필요는 없고. 실제로 본작은 본편 시작 전에 최강이 탕에게 단검 던지며 가오 잡는 거 보면 마블 코믹스 원작 영화 ‘블레이드’처럼 만들고 싶었던 것 같은데 그런 것 치고는 액션의 비중이 너무 낮아서 총체적 난국이다.

오컬트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 작품은 다소 지나치게 기독교적이다. 카인 아벨 드립은 그렇다 쳐도. 무속 신앙의 신내림도 악마의 배후 조종이란 뉘앙스로 묘사하는 게 좀 위화감을 준다. (아예 작중에 신내림을 무녀의 저주라고 부른다)

근데 그렇게 묘사하면서 정작 작중에 나오는 또 다른 고스트 헌터인 신이의 무기가 성당 신부에게 건네 받은 오래된 카메라 박스로 귀신을 찍어 사진 속에 봉인하는 것이라 성서적인 무기와는 거리가 멀어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사진기로 귀신을 촬영해 봉인하는 것은 PS2 게임 ‘령 제로’를 생각나게 하는데.. 본작에선 그것도 그냥 카메라가 아니라 한손에 손가방 사이즈의 박스를 들고 다니면서 거기에 연결된 전화선 끝의 확대경 같은 걸로 귀신을 탐지해 촬영하는 것이라 작동 원리가 너무 낡아서 허접해 보인다. (그런 허접한 장비로 귀신 봉인하면서 최강과 함께 한국 퇴마사의 양대 산맥을 이룬다는 설정이 나오는 걸 보면 참..)

스토리 이외에 다른 부분을 지적하자면, 촬영 기법이 좀 이상하다. 아니, 정확히는 촬영을 굉장히 못했다.

롱테이크씬이 쓸데없이 많이 들어가 있는데 대충 어떤 씬들이냐면, 최강이 검 들고 가오 잡는 장면, 악령에게 살해당한 피해자가 죽어가는 장면, 피해자 옷 찢기는 장면, 악령이 흉기로 사람 찍어서 피 뿌려지는 장면 등등이다. 대체 왜 그렇게 촬영을 한 건지 이해를 할 수 없다.

최강 첫 등장 씬과 폐 건물에서 악령에게 살해당한 피해자 씬은 그냥 롱테이크도 아니고. 촬영 카메라를 360도 회전시켜서 멀미를 유발하기까지 한다. (도대체 카메라를 왜 돌리는 거냐고!)

음악 같은 경우도 뭔가 액션 영화 느낌 나게 박력 있는 비트 사운드로 만들어 넣었지만, 본편 스토리가 워낙 늘어지다 보니 배경 음악과 어울리지 않은 상황이 속출하는데다가, 음악을 틀어 놓는 시간 자체도 짧다.

그냥 배경 음악이라면 차라리 낫지. 오프닝 때랑 중반부에 각각 한 번씩. 영화 전체를 통틀어 딱 2번 재생하는 주제가는 무려 사회 비판의 가사로 이루어진 ‘랩’으로 부른 거라서 손발을 오그라들게 만든다.

논밭이 펼쳐진 시골을 배경으로 코트 차림에 쌍검 든 퇴마사가 악마를 쫓으며, 랩 가사로 이루어진 주제가가 울려 퍼진다는 말이다.

그밖에 작중에 나오는 개그가 대뜸 가운데 손가락 들어서 뻐큐 날리는 거나, 커피에 침 뱉는 거, 퇴마사한테 제자 삼아달라고 엥기는 것 등등. 너무 낡아서 재미는 없고 유치하기만 하다.

결론은 비추천. 퇴마물을 표방하고 있지만 퇴마물 같은 느낌은 거의 들지 않을 정도로 오컬트 밀도가 떨어지고, 퇴마 액션을 표방하고 있지만 액션 분량이 지나치게 적고 주인공 행동의 제약이 너무 커서 본편 스토리가 한없이 늘어지는데다가, 스토리는 허술하고 연출은 허접하고, 개그 센스는 유치해 작품 전반적인 완성도가 땅에 떨어지다 못해 심연의 어비스 밑바닥까지 다이브한 졸작의 제왕이다.

이상하게 만들면 괴작으로서 컬트적인 맛이라도 있지, 그냥 못 만든 것이라면 졸작 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려주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현재 네이버 N 스토어에서 1200원에 대여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덧글

  • 후아드 2018/02/07 11:09 # 삭제 답글

    이게 소문으로 들었던 클레멘타인과 주글래 살래와도 맟짱 뜰 수 있다는 영화군요.
  • 잠뿌리 2018/02/09 00:09 #

    그 두 작품보다 더 재미가 없었습니다. 쌈마이 영화로서의 B급 재미도 없었죠.
  • 먹통XKim 2018/04/13 22:46 # 답글

    이 감독의 전작 천사몽을 2000년 초반에 시사회에서 보고

    씨밧 욕을 내내 하면서 보다가 같이 보러 간 김세완 님에게

    나- 우리 뭐 본거죠?
    세완 님---못 볼 것을 본거죠 하하하하....어이없듯이 웃으시더군요

    추억의 공포였답니다;;;
  • 잠뿌리 2018/04/14 01:34 #

    천사몽에 이어 맨데이트까지, 만드는 것마다 다 졸작인 것도 대단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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