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 제로 버스데이(リング0 ~バースデイ~.2000) 2019년 일본 만화




1999년에 스즈키 코지가 발표한 버스 데이에 수록된 단편 중 하나인 ‘레몬 하트’를 원작으로 삼아, 2000년에 츠루타 노리오 감독이 영화로 만든 것을 같은 해에 MEIMU 작가가 작화를 맡아 만화화한 작품. 원작에 스즈키 코지, 각본에 타카하시 히로시의 이름이 표기되어 있다. (타카하시 히로시는 링 제로 버스데이 영화판의 각본을 맡았다)

내용은 1968년에 18세의 야마무라 사다코가 도쿄의 극단 ‘비상’에 입단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래 소설 원작과 만화 레몬 하트에서는 토야마 히로시의 시점으로 진행되며 그가 화자 역할을 맡고 있지만, 본작에서는 토야마 히로시가 30년 전에 사망해서, 30년 후인 현재 때 여고생 키요미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원작에서는 24년 전, 본작에서는 30년 전이란 시간의 차이도 있다)

하지만 키요미의 관점에서 시작할 뿐, 그녀가 화자가 되는 것은 아니고. 본편 내용 자체가 특정한 주인공 없이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진행된다.

캐릭터 설정도 원작과 달라졌는데. 원작에서 사다코가 마성의 여자로 묘사된 반면. 본작의 사다코는 심령 현상 같은 걸 목격하고 두려움에 떨며 내성적인 소녀로 묘사되고, 헤이하치로 교수가 친부가 아니며, 어머니 시즈코도 미하라산의 화구에 몸을 던진 게 아니라 정신병을 앓다가 죽은 것으로 나온다.

본래 사다코는 극단 비상에서 나온 뒤, 헤이하치로 교수가 요양 중인 요양원에 가서 천연두를 앓고 있던 나가오죠 타로에게 살해당하는데. 본작에서는 요양원이 사라지고 극단 비상에서 마녀 사냥을 당해 쫓기다 헤이하치로 교수한테 살해당하는 것으로 바뀌는데다가, 사다코 자체도 초능력 공개 실험의 부작용으로 밝은 인성과 어두운 인성이 2개의 몸으로 나뉘어져 양성구유 설정이 사라져서 원작과 완전 달라졌다.

그밖에 사다코가 출현한 연극이 원작에서 ‘검은 옷을 입은 소녀’였던 게 오페라의 유령을 연상시키는 반쪽 가면을 쓰고 나오는 ‘가면’으로 바뀌었고, 사다코에게 약혼자를 잃고 복수하려는 여기자 미야지 아키코와 사다코를 진료하는 의사 구노 히로시가 추가되고, 학창 시절 이야기도 짧게 나온다.

원작 영화 링 제로 버스데이가 영화로서의 링 시리즈 본편의 최종작이고. 본작은 원작의 내용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어 만화판의 오리지날이라고 할 만한 부분이 거의 없다.

사다코가 악역이 아니라 비극의 여주인공으로 묘사하는 건 같지만, 캐릭터 설정이 180도 바뀌어 분위기가 다르다.

내성적+소심함+천연 속성이 있어 스토리의 중심에 있어도 이야기를 주도해 나가는 게 아니라, 일방적으로 휘말리기만 한다.

사다코가 극단에 있음으로서 주변 사람들이 우물 꿈을 꾼 뒤 하나 둘씩 죽어 나간다는 게 핵심적인 내용이라 존재 자체가 불길한 소녀로서의 이미지가 강해졌다. 그 때문에 후반부에 마녀사냥까지 벌어질 정도다.

토야마와의 비극적인 사랑도 나오지만, 소설 원작의 레몬 하트 때와는 다르게 토야마의 관점을 다루지 않아서 로맨스의 밀도가 좀 떨어진다.

사다코가 출현한 가면 연극의 대사를 통해, 사다코가 겪은 슬픈 사랑의 결말이 애잔하게 느껴지게 하지만.. 토야마가 진짜 어중간하게 나오다가, 사랑의 도피를 하던 도중 허무하게 퇴장해서 여운이 남지 않는다.

각성한 사다코의 초능력 무쌍으로 마녀 사냥하러 쫓아온 연극 단원들을 떼몰살시키는 묘사는 무슨 SF물을 방불케 해서 이질감이 크다.

라스트씬이 우물 씬이긴 하나, 사다코의 아이덴티티인 ‘기억/기록’이란 태그가 나오지 않아서 30년 후의 현재에 나오는 저주 비디오와의 연결 고리가 약하다.

원작에서 사다코의 목적은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는 것이고 그 때문에 기억과 기록에 집착해 비디오를 통해 저주 바이러스를 유포한 것인데 본작에는 그런 게 전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 링 시리즈의 시작이란 느낌보다는, 그냥 독립적인 작품으로서 단편 완결된 것이고. 링 본편과의 연결은 프롤로그, 에필로그 정도에 지나지 않는 느낌이 강하다.

독립적인 작품으로 볼 때 사다코의 출생의 비밀이 시원스럽게 밝혀지지 않은 것도 떡밥 회수를 하지 않은 것이라 단점이 됐다.

작중 사다코는 바다에서 온 무언가에 의해 태어난 것이란 암시가 있는데. 그게 뭔지 정확히 나오지 않은 채 끝나서 그렇다.

러브 크래프트풍으로 바다 깊숙한 곳에 있는 외우주의 사신이나 심해인 같은 거라도 나왔다면, 컬트적인 맛이라도 있었을 텐데. 그냥 수상한 출생의 비밀과 초능력을 가진 불길한 소녀 정도로 끝내서 각색을 하다가 만 듯한 것 같다.

결론은 비추천. 영화 원작 자체가 사건, 배경, 인물만 공유할 뿐. 주요 스토리와 캐릭터 설정이 원작 소설과 많이 달라서 이질감이 큰데, 그런 각색이 특별히 재미있는 것도, 신선한 것도, 완성도 높은 것도 아니라서 그걸 만화로 그대로 옮긴 본작도 태생적인 한계가 있으며, 만화판의 오리지날 요소가 거의 없어서 만화판만의 메리트가 부족한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MEIMU 작가는 스즈키 코지 원작 호러물의 코믹스화를 많이 맡았다. 링 2, 버스데이, 링 제로 버스데이 뿐만이 아니라 주온, 사다코 시리즈의 코미컬라이징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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