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 코믹스] 자살소년(2017) 2019년 웹툰



2017년에 레진 코믹스에서 박지 작가가 연재를 시작해 2017년 11월 기준으로 21화까지 올라온 학원 만화. 디시인사이드 카운 연재 갤러리에 흑백 원고로 연재되었다가 레진 코믹스에서 정식으로 연재되면서 풀 컬러로 리메이크된 작품이다.

내용은 부모가 없는 고아에 거액의 빚이 있고 은행 잔고는 바닥을 드러냈으며 집세는 연체중, 왕따, 히키코모리 속성까지 갖춘 불행한 17살 남자 고등학생 이훈이 매일 자살 예행연습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은 타이틀인 ‘자살소년’에서 보이듯 자살을 소재로 하고 있다. 아예 작품 시작 전에 자살, 자해를 소재로 사용한 만화니 보는데 주의가 필요하다는 주의 사항이 올라올 정도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 너무나 안 좋기 때문에 현실을 비관하고 자살을 하고 싶어 하는데 무섭고 아프고, 죽겠다는 의지가 중간에 꺾여서 실패하는 걸 반복한다.

자살 시도 자체는 유머러스하게 하려는 것 같은데, 자살을 시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묘사가 가혹하다.

콕 집어서 이야기하자면 다른 건 둘째치고 학교에서 왕따 당하는 내용과 그 분위기가 네거티브함의 끝판왕이다. 분명 주인공 리액션만 보면 개그하는 거 맞는 거 같은데, 주인공이 학교 다니는 이야기는 웃음기 하나 없는 진지하고 심각하고 어두운 왕따물이다.

거기다 주인공 자체도 비관적, 우울함, 소심함, 약한 멘탈 등 안 좋은 걸 두루 갖추고 있어서 답답함을 불러일으켜서 몰입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네거티브 내성이 부족한 사람은 보기 어려울 정도라서 잊을 만하면 연재분 시작 전에 뜨는 주의문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머리로는 서브 컬쳐계의 불행 컨셉 캐릭터란 건 알겠는데 가슴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위화감이 든다.

자살 자체를 미화한 것이라기보다는, 자살을 희화화한 이고, 미화된 것은 자살을 시도하는 주인공이 불행 컨셉의 미소년이란 점이다.

불행을 넘어서 자살을 시도하는 극단적이지만 유니크한 구석이 있는 설정과 미소년이란 점이 조화를 이루어 컬트적인 매력을 갖게 된 것이고. 거기에 호응하는 팬이 있는 것도 이해는 간다.

반창고 투성이+커터칼 자해+미소년이란 주요 태그를 보면 시오자키 유지의 ‘일기당천’에서 낙양 고교의 우두머리인 ‘동탁’이 떠오르긴 하나, 그쪽은 집도 잘 살고 본인 능력도 출중하지만 돌아이 기질이 있어서 스스로를 상처 입히는 것뿐이지. 본작의 훈이는 한국 웹툰 역대급 흙수저 주인공이라서 궤를 달리한다.

다만, 자살을 소재로 삼는 것은 일반적으로 위험한 시도니 만화적 상상력을 더해서 충분한 정제를 해야 할 필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일련의 과정 없이 주인공의 불행한 일상을 날 것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서 블랙 코미디라고 보기도 좀 어렵다.

그래도 학원 밖 집에서의 에피소드는 가난+불행=궁상맞은 주인공의 흙수저 개그물이라 학원 에피소드보다는 부담감이 덜한 편이다.

그리고 주인공이 언제까지나 혼자서 고립된 채 불행한 나날을 보내며 자살 시도만 하는 것은 또 아니고, 한 살 연하인 주인집 아들 정수림과 같은 반 급우인 김재훈 등등. 친구들이 생겨서 작은 희망이 보인다.

현시창(현실은 시궁창)의 표본인 훈이가 친구들을 사귀면서 주변 상황이 갑자기 크게 나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느리지만 확실한 진전을 보인다는 점에 있어서 스토리에 개선의 여지가 보인다. 학원 일상물로서 볼만한 건 그 부분부터라고 할 수 있다.

작화는 무난하다. 본작은 디시인사이드 카툰 연재 갤러리에서 연재하던 작품을 리메이크한 것이지만, 작가의 데뷔작은 2016년에 나온 ‘별의 아이, 센츄리온!’이라서 연재 경험이 있기 때문에 원작이 흑백 만화였다고 해도 리메이크판의 컬러링은 깔끔해서 좋고, 주인공이 미소년이라고 해도 미형 캐릭터만 나오는 게 아니라 나이, 체형, 스타일을 다양하게 그리며 배경도 괜찮다.

그림의 기본기가 튼실하고, 각 잡고 그리면 한층 디테일하고 퀼리티 높은 그림도 그릴 수 있는 것 같은데. 작가 블로그에 올라온 일러스트 그림들 보면 숨겨진 화력(畵力)이 느껴진다. (본작은 학원 일상물이라서 액션이 나올 부분도 없으니 전투력을 숨긴 거랄까)

작품 내용과 설정의 텍스트적인 부분만 보면 되게 매니악한데 작화는 그와 정반대로 대중성이 있어서 꽤나 특이한 조합이 되었다. 즉, 대중성 있는 작화로 매니악한 내용을 그리는 것이라서 특이하긴 하다.

결론은 미묘. 주인공이 자살+불행 미소년이라서 확실히 전에 볼 수 없는 타입이라 확실히 개성은 있어서 컬트적인 매력을 어필하고 있으나, 자살이란 민감한 소재를 희화하는 것은 둘째치고. 주인공의 상황이 다소 지나칠 정도로 현시창이고 이지메에 대한 묘사가 너무 디테일해서 네거티브함의 내성이 없는 이상 보기 부담스러울 정도지만.. 주인공의 친구격인 캐릭터들이 속속들이 등장하면서 나름대로 사회성을 쌓으며 스토리를 진전시켜 나가는 한편. 준수한 작화가 하드캐리하기 때문에 괜찮은 작품이다.

미묘하다고 한 건 초반부의 과도한 현시창 묘사로 인해 작품을 보는데 있어 진입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인데 그게 약 약 8화 분량에 해당하며, 스토리가 조금씩 진전되기 시작하는 9화 이후부터는 부담이 덜해져서 볼만한 것이다.


덧글

  • 로그온티어 2017/11/18 12:28 # 답글

    이건 주제보단 컨셉모에를 가지고 노는 작품같던데요. 캐릭터에게 들 연민감을 확대시켜, 쇼타캐가 괴로워하는 것을 즐기는 특정 독자의 변태스런 갈망을 충족시키는.
    쇼타캐가 목졸리거나 상해를 입는 것에 수요가 있거든요. 큰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눈이 띄게 이미지가 원활히 돌아다니는 걸 보면 적지 않다고 볼수는...
  • 잠뿌리 2017/11/18 16:56 #

    그래서 매니악한 거죠. 수요층이거나 취향에 맞다면 확고한 고정 팬이 생길 것 같지만 대중성은 부족하죠.
  • 큐베다이스키 2017/12/03 13:04 # 답글

    사실 저도 이 작품 챙겨보기는 한데 늘 드는 생각은 굳이 '자살'이라는 소재를 같이 사용해야 하나 싶었거든요. 물론, 요즘 와서는 괜찮아졌다고는 해도 '자살'이라는 소재를 사용해서 만들 필요가 있었나 싶네요. 그냥 처음부터 흙수저 주인공 이야기로 해도 무난했을 것 같은 데 말이죠
  • 잠뿌리 2017/12/03 17:11 #

    줄거리만 보면 자살이 메인 소재인 것 같은데 내용 전개되는 거 보면 또 그게 아니라서 흐지브지됐죠. 불행+흙수저 컨셉 정도면 충분할 것 같은데 자살 소재가 사족이 된 것 같습니다.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통계 위젯 (화이트)

379661
5192
9447485

메모장

잠뿌리의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