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아서: 제왕의 검 (King Arthur: Legend of the Sword.2017) 2017년 개봉 영화




2017년에 워너브라더스에서 가이 리치 감독이 만든 판타지 액션 영화. 가이 리치 감독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주연의 셜록 홈즈 시리즈를 만든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내용은 인간과 마법사가 공존하던 세상에서 마법사 모드레드가 전쟁을 일으켜 인간의 성을 침공하여 우서 왕이 엑스칼리버를 들고 맞서 싸워 승리했지만, 모드레드와 결탁한 동생 보티건이 반란을 일으켜 우서 왕과 왕비를 죽이고 어린 왕자 아서 만이 간신히 살아남아 바구니에 담겨 강가를 표류하던 중, 빨래를 하던 여인에게 발견된 뒤 매음굴에서 자라나 장성한 이후 뒷골목의 실력자가 됐는데.. 우여곡절 끝에 바위에 꽂혀 있는 엑스칼리버를 뽑은 이후 보티건의 견제를 받다가 모든 것을 잃고. 저항군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은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중세 시대 아서 왕의 전설을 영화로 각색한 것이다. 정확히는, 아서 왕의 출생과 청년 시절을 다룬 것으로 아서가 엑스칼리버를 입수한 뒤 왕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렸다.

아서 왕의 전설이 메인 소재지만 전설 원전을 따라가지 않고 ‘조실부모한 아서가 엑스칼리버를 입수한 뒤 왕이 된다!’ 이것 하나만 남겨 놓고 나머지는 다 오리지날로 만들었다.

본래 보르티겐은 아서의 할아버지인데, 본작에서는 우서와 형제지간으로 나오고. 아서가 출생의 비밀을 모른 채 자라난 건 원전도 같지만, 원전에선 멀린에 의해 엑터 경에게 맡겨져 성장한 뒤 엑스칼리버를 뽑아서 제후와 귀족들의 인정을 받아 국왕이 된 반면. 본작에선 보티건의 반역으로 우서가 죽고 아서 홀로 살아남아 뒷골목 매음굴에서 자라나 한량으로 자라는데다가, 엑스칼리어를 뽑아서 국왕이 바로 된 게 아니라 오히려 보티건의 견제를 받아 갖은 고생을 다한다.

본작의 아서는 뒷골목의 실력자로 상인들에게 보호세를 걷으며 매음굴 기도 역할도 역임하고 있어 조폭 두목처럼 묘사된다. 우리나라로 치면 장군의 아들 같은 느낌인데, (아버지가 왕이니 왕의 아들이 맞겠지만) 애가 사실 엄청 용감하거나 정의로운 성격은 아니고 엑스칼리버에 선택되었다는 것을 짐으로 여기며 왕의 책무를 부담스러워하는 인물로 나와서 매력이 떨어진다.

작중에 내내 성검의 선택 받은 왕으로서 폭군을 물리치는 걸 부정하고 고사하며 몸을 뒤로 빼다가, 사건 사고에 휘말려 주변 사람들을 잃고 난 뒤에야 각성을 하는데 성장형 주인공의 클리셰를 따른 것이라 할 수 있지만 각성의 시기가 너무 늦어서 보는 사람을 답답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영웅 서사시의 주인공으로서는 상당히 짜증나는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엑스칼리버 같은 경우는, 바위에 뽑는 것과 호수의 여왕 비비안에게 건네받는 것을 혼용했다.

바위에서 뽑은 뒤 가지고 다니다가, 모종의 사건으로 검을 버리려 했을 때 호수의 여왕 비비안에게 강제로 돌려받는 전개로 이어져서 주인공으로서 상황을 주도한 게 아니라 주인공이라며 억지로 등을 떠밀린 상황의 연속이라서 극적인 느낌이 약하다.

엑스칼리버에 대한 묘사도 사실 입수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사용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는데. 최종 보스전을 제외하면 작중에 딱 두 번 사용하는 게 나온다.

엑스칼리버에서 빛이 번쩍이면 바닥이 쿵-하고 울리더니 먼지가 일어나고, 그 먼지 속에서 적의 움직임이 슬로우 모션처럼 느릿하게 움직이는 반면. 엑스칼리버를 든 아서의 움직임을 빨라져서 시간을 멈추고 본인 혼자 움직이는 것처렴 써걱써걱 베어 버리는 것이라 문자 그대로 무쌍난무를 펼친다.

이게 현실감 제로에 100% 판타지적인 액션이라서 유치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사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슈퍼 파워의 박력이 넘쳐흘러서 꽤 멋지다.

만약 이 엑스칼리버 무쌍이 자주 나왔다면 그것만으로도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로서 제값을 했을 텐데.. 문제는 앞서 언급했듯 작중에 딱 두 번 밖에 안 나온다는 거다.

보티건 진영에서 자기네 병력 수가 십만 대군이라는 대사를 지지만, 대규모 전투씬은 오프닝 때. 그것도 인간 진영과 마법사 진영의 전쟁 때 밖에 안 나온다.

아서가 속한 저항군은 10명 이하의 소수 집단인데 그런 것 치고 일당백의 용사 같은 건 없고 멀린의 제자 여마법사로 나오는 기네비어가 마법으로 데우스 엑스 마키나급 활약을 해서 혼자 하드 캐리하는 관계로 거창한 설정에 비해 스케일도 엄청 작다.

주인공 아서와 히로인 기네비어 이외에 다른 동료 캐릭터는 아무도 부각되지 않는데, 10명 이하의 동료들 중에서도 낙오자, 사상자가 발생했다가 끝까지 살아남은 인물이 원탁의 기사가 되는데 아무런 감흥이 없다.

애초에 원탁의 기사라는데 정작 기사 출신이 한 명도 없고 마법은 못 쓰지만 마법사 일족과 아서의 동료 한량들이 모인 것이란 시점에서 완전 글러먹었다.

인원수가 워낙 적다 보니 저항이라고 할 수 있는 것도 도시에 시찰 나온 왕을 암살 시도하는 것 정도고, 설상가상으로 낙오자들이 인질로 잡혀서 행동에 제한을 받는 상황도 자주 발생해서 극 전개가 너무 답답하다.

악당 쪽도 보티건 이외에 나머지는 공기 비중이고. 사실 보티건 자체도 폭군이자 최종보스 포지션에 있지만 본편 스토리가 아서의 성장과 행적에 포커스를 맞춰 보티건의 높은 비중에 비해 출현씬 자체가 적어서 자주 나오지도 못한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중세 시대 아서 왕의 전설을 각색한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소품 디테일이 엄청 떨어진다는 거다. 정확히 말하자면 중세 시대의 복색, 갑주 재현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갑옷 입고 나오는 건 적군뿐이고. 아서는 물론이고 동료 전원이 철판 쪼가리 하나 걸치지 않고 그냥 나온다.

아서가 무술을 배운 뒷골목 도장에서 아예 현대의 탱크탑 입은 대머리 남자가 나오고, 도장에 쳐들어 온 적군을 쓰러트려 암바를 거는 장면이 나오는 걸 보고 있으면 이게 대체 어딜 봐서 중세 시대라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거기다 의식의 흐름 기법을 남발하는 치명적인 문제다.

러닝 타임이 2시간 가까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작중 중요하다고 할 만한 이벤트를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해 아서의 독백 또는 설명과 함께 짧은 씬 몇 개를 보여주는 것으로 퉁 치고 넘어간다.

아서가 엑스칼리버에게 인정받아 각성하기 위해 다크랜드에 찾아가 이형의 괴물들과 싸우고 정글, 동굴, 산을 지나는 과정과 아서가 제후들을 설득해 지원군을 얻어내는 걸 포기하고 보티건 암살을 기획하는 걸 무슨 트레일러 영상 마냥 내용을 다 축약하고 넘어가서 스토리의 맥이 뚝뚝 끊긴다.

클라이막스로 가면 좀 나아지냐? 라고 하면 그것도 아니다. 보티건의 군세에 정면으로 도전하겠다며 위풍당당하게 나갈 뻔하다가 결국 인질 때문에 셀프로 잡혀 가고, 위기를 돌파할 비장의 카드도 아서 일행의 순수한 실력과 전략, 책략 같은 게 아니라 기네비어의 소환 마법이라서 전투의 긴장감이 극도로 떨어진다.

작중에 내내 보티건의 군세에 털리는데, 거대 크리쳐 하나 소환해서 싹 쓸어버리려서 전세 역전하는 상황이라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안 좋은 예를 보여준다. (그 거대 크리쳐라 초대형 뱀이라 뭔가 미국판 디 워 같은 느낌마저 든다)

애초에 소환 마법이 워낙 강해서 그거 하나로 상황 다 정리되는데 굳이 보티건을 살려 놨다가 아서가 직접 쳐 죽이게 하는 최종보스전을 만든 것도 되게 작위적이다.

본편 스토리 내내 왕의 책무를 부담스러워하고 고사하던 아서가 막상 보티건과의 최종 결투에선 억울하게 죽어 간 주변 사람들의 복수를 한다고 가오 잡는 거 보면 감독이 이야기를 너무 즉홍적으로 만든 것 같다.

뭔가 떡밥이라고 던져 놓은 걸 회수하지 못한 것도 있는데 대표적으로 탑 설정이다. 보티건이 지은 탑은 높으면 높을수록 보티건의 힘이 존나 강해진다는 설정이 작중 캐릭터 대사와 설명으로 언급되지만.. 실제로는 탑이 높든 말든 상관없이 보티건이 그냥 허무하게 털리고. 또 탑을 최종 스테이지처럼 설정해 놓고선 그냥 단순히 보티건이 탑 아래로 도망가서 아서가 엑스칼리버 들고 쫓아갔다가 일기토 벌이는 게 전부라서 탑 설정이 왜 나온 건지 모르겠다.

아서 VS 보티건의 일기토는 보티건이 거구의 악마 전사 같은 걸로 변신해 싸우는 것인데 뭔가 다크 소울 같은 액션 게임 같은 느낌을 줬다. 엑스칼리버 무쌍도 그렇지만 중요하다 싶은 액션 씬은 뭔가 좀 게임 같은 느낌으로 연출하고 있다.

아서가 왕으로 즉위하는 엔딩 내용이 바이킹 특사의 위협에 굴하지 않고 반항하면 다 쳐 죽인다고 으름장을 놓으니 바이킹 특사들이 무릎 끓고 굴복하자 친구 드립치면서 밥이나 먹자고 일으켜 세우는 거라 왕의 품위보다 조폭 보스의 가오 같은 느낌이 강해서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아서 왕의 전설에서 어긋나 있다.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인상적인 건 약간의 판타지 크리쳐 묘사 정도 밖에 없다.

오프닝에서 아서와 모드레드의 전쟁 때 모드레드가 타고 온 탑승물이 마법 코끼리로 코에 철퇴 달아서 휘두르며 성을 공격하는 씬. 그리고 보티건과 계약을 맺어 그에게 힘을 주는 기괴한 인어 등장 씬이다.

인어 같은 경우 물고기의 하반신을 가진 게 아니라, 문어의 하반신을 가지고 있는데 본체는 뚱뚱한 중년 여자지만 문어 다리 하나하나에 젊은 미녀의 상체가 달려 있어 디자인이 기괴하다.

이게 어떤 느낌이냐면 디즈니의 인어공주에서 해중마녀 우르슬라와 인어공주 에어리얼이 여신전생 사교의 관에서 합체한 느낌이다. 우르슬라의 문어 다리에 에어리얼이 붙어 있는 걸 상상하면 된다.

결론은 비추천. 아서 왕의 전설을 각색해 청년 아서가 왕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다룬 것으로 완전 오리지날 스토리인데 중세 시대 복색, 소품 디테일이 매우 떨어지고, 액션 게임 같은 연출을 집어넣어 중세 시대 영웅담에서 거리가 먼 판타지 액션물이 됐으며, 러닝 타임이 긴데도 불구하고 중요한 내용을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퉁-치고 넘어가 스토리의 맥이 끊기고 남녀 주인공 이외에 다른 캐릭터가 전부 공기 비중인 데다가, 남자 주인공의 영웅 서사시물의 주인공답지 않게 자기 운명에 부담을 느껴 갈등하는 전개가 지나치게 길어서 짜증나고 지루하게 다가오고. 주인공 진영의 전력이 10명 미만인데 제대로 싸우는 사람은 절반가량 밖에 안 돼서 소수 정예라고 할 수 없어 터무니없이 약한데도 불구하고 마법사 히로인의 능력이 지나치게 강해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문제가 생겨 파워 밸런스가 엉망인 상황이라서 전투의 긴장감이 떨어져 졸작을 넘어선, 폭망작이다.

2017년에 개봉한 영화중에 가장 못 만들고 재미없는 작품으로 손에 꼽을 만하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의 제작비는 약 1억 7500만 달러인데 흥행 수익은 약 1억 4800만 달러라서 제작비도 건지지 못하고 흥행 참패를 면치 못했다.

미국 현지에서 개봉 첫주 오프닝 성적이 1470만 달러로 처참한 수준인 데다가, 중국 시장 흥행 수입이 510만 달러로 월드 와이드 흥행 총 수익이 약 3000만 달러 밖에 안 돼서 폭망했다.


덧글

  • nenga 2017/10/03 16:40 # 답글

    속편을 너무 염두에 두고 만든 느낌이 들더군요
  • 잠뿌리 2017/10/04 18:05 #

    아서왕의 왕으로서의 이야기가 남아 있으니 후속의 여지가 있긴 한데 후속작이 나오면 필름 낭비, 제작비 낭비의 재앙이 될 것 같습니다.
  • dennis 2017/10/04 09:14 # 답글

    이번 동경 다녀올때 비행기에서 볼까하다 다른걸 봤는데 잘한 결정 이군요. ^^
  • 잠뿌리 2017/10/04 18:05 #

    보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의 폭망작이지요.,
  • 레이트 2017/10/04 13:20 # 답글

    재미가 조금은 있는데 굉장히 취향타고 그렇다고 잘만든 점보다 못만든 점이 많은, 매니악하고 실패하는 것이 당연한 영화였습니다. 게인적으로는 조금 재미있게 봤지만요.
  • 잠뿌리 2017/10/04 18:06 #

    아서왕의 전설로서 고증이나 디테일을 싹 무시하고 감독이 자기 멋대로 어설프게 현대적인 감각으로 만들다 망한 것 같습니다.
  • 고자라니 2017/10/04 17:28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뿌리님 리뷰 항상 잘 읽는팬입니다.

    뿌리님의 근황을 보면, 항상 경제적인 문제로 힘들어하시던데, 이 이글루에 배너나 광고 활성화는 못하나요? 여기 하루 평균 방문객이 천명이상은 되는걸로 알고있습니다. 그냥 지나치기엔 좀 아쉬워서 오지랖 한번 부렸습니다
  • 잠뿌리 2017/10/04 18:07 #

    몇년 전부터 구글 애드센스 광고를 하고 있습니다. 블로그 방문자 수가 적어서 그런지 거의 1년에 한번씩만 적은 액수가 들어오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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