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 쉬는 날에 잠시 서울에 가서 애나벨 보고 집에 돌아오니 도착한 택배 우편.
발신자 주소가 부천 만화 진흥원으로 되어 있어서 이게 뭔가 했는데,
커터칼로 조심스럽게 겉면만 갈라 베어서 내용물을 꺼내보니,
만화책 2권이었다!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 놓을 때까지 26권 (완결)', '이삭' 1권이다.
작년 2016년 8월에 네이버 웹툰 '블레이드 노트' 리뷰를 쓴 이후. 부천 만화 진흥원 세미나에 갔다가 우연히 뵙게 되어 인사한 송지형 작가님이 신간 나올 때 선물로 보내주신다고 했었는데 그게 바로 올해 나온 '이삭'이다.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 놓을 때까지 26권도 같이 신간으로 나온 듯 보내주셨는데 완결권이라서 그런지 책 두께가 장난이 아니다.
페이지 수로 300페이지가 조금 넘었다.
완전 신간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이삭'.
내용을 요약하자면 중세 유럽에서 벌어진 전쟁에서 일본 사무라이 용병이 대활약하는 이야기다.
일본어로 이사쿠라고 발음한다고 하는데 이거, ELF 게임 '유작'을 플레이하고 자란 세대라면 동음이의어 개그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순간 생각했다. (유작의 일어 발음도 이사쿠. 후속작인 취작은 츄사쿠, 귀작은 키사쿠)
4컷 개그 만화로 치면 SD 이삭이 멋지게 나와서 팬들이 이사쿠, 이사쿠! 환호하는데 옆에서 누군가 이사쿠? 갸웃거리며 어깨에 노란 수건 두른 수위 아저씨 떠올렸다가 빡친 이삭한테 일도양단으로 베이는..
아무튼 죽음이 두 사람이 갈아놓을 때까지. 처럼 이삭도 한국에 수입되어 한국어로 정식 발매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래서 간단히 프리뷰로 몇 자 적자면,
배경이 16세기 유럽이라서 스페인군의 전투 대형 테르시오가 나온다.
빼곡하게 들어간 장창과 일개 병사 얼굴이 겹치는 일 없이 하나하나 다 꼼꼼히 그리는데 굉장히 디테일하다. 현대 스케치 기술의 발전이란 미명 하에 복사+붙여넣기 남발해서 대충 때우는 일부 웹툰 작가들과 안이함과 비교되는 장인정신이 느껴진다.
그림의 디테일만 신경 쓴 게 아니라 연출에도 공을 들인 게 느껴지는 게 이 폭발씬.
미리 말해두겠지만 이거 배경이 현대가 아니라 16세기 중세 시대다.
공성전 때 성을 향해 대포가 불을 뿜으며 일제 포격을 가해 사방팔방에서 콰콰쾅 터지는 씬인데 폭발 이펙트 묘사, 연출이 엄청나다.
SNS에서 올라온 관련 트윗 중에 어째서 공성전을 하는데 공성측이 수비 대형인 방진(테르시오)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한 게 있었는데, 실제 본편 내용에서는 방진 이전에 농성측에 대한 위압용의 성격이 크다. 테르시오 그대로 닥돌한 게 아니라 1차 포격 후 테르시오 보여주면서 농성측을 위압한 뒤에 곧장 사다리, 공성추로 공성 러쉬에 들어간다.
보병들의 물량 러쉬로 발현되는 공성전의 치열함도 충실히 재현됐다. 공성전에서 공성 병기에 의한 공격, 병사들의 전투 대형, 아군과 적군이 격돌하며 벌어지는 공방까지, 이게 과연 신작 만화 1권 초반부 내용이 맞나 싶을 정도의 스케일과 디테일을 자랑한다.
압도적인 화력(畵力) 이외에도, 본편 스토리 자체도 흥미로운 게 주인공이 사무라이 용병이란 점이다.
배경은 16세기 중세 시대인데 주인공은 사무라이 용병으로 화승총과 일본도를 사용하며 전장에서 대활약한다.
과거 시대 위인으로 환생하는 이야기나, 과거의 역사를 뒤바꾸는 대체 역사물과 좀 다른 느낌이다.
게임으로 치면 중세 기사, 북구 바이킹, 일본 사무라이가 동시에 나와서 맞짱 뜨는 PS4용 액션 게임 '포아너'를 연상시키는데,
그렇다고 동서양 검사, 기사가 칼싸움하는 게 아니라, 용병으로 전쟁에 참전해 싸우는 것이기 때문에 사무라이가 가진 일본색을 부각시키는 게 아니라, 유럽색에 녹아 든 상태에서 그 시대와 문명 티어에 맞춰 싸우기 때문에 이채로운 것이다.
일본 내에서도 반응이 좋다고 하는데 그대로 쭉 선전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고, 한국에도 빨리 정식 출시됐으면 좋겠다.
덧글
동양 그것도 일본인인데 덩치가 웬만한 서양인과 같은 사이즈란 거야 그렇다쳐도 인종이 다른데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는 것도 이상했다는....
근데 블레이드노트 2부는 언제 나오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