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나벨: 인형의 주인 (Annabelle: Creation.2017) 2017년 개봉 영화




2017년에 워너 브라더스에서 데이비드 F. 샌드버그 감독이 만든 애나벨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컨저링 시리즈를 만든 제임스 완이 제작을 맡았고, 컨저링 유니버스에 속한 작품이다. (컨저링 유니버스는 컨저링, 애나벨, 더 넌 시리즈가 통합된 하나의 세계관을 말한다)

내용은 인형 장인 사무엘 멀린스가 부인과 어린 딸 ‘비’와 함께 행복하게 살던 중, 교통사고로 비를 잃고 그로부터 12년의 세월이 흐른 뒤. 샬럿 수녀가 보살피는 고아 아이들을 맡아서 기르게 됐는데.. 고아 아이들 중 소아마비로 한쪽 다리를 절게 된 제니스가 한밤중에 들어가지 말아야 할 방에 들어갔다가 애나벨 인형을 발견하면서 그 뒤에 집안에서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하며, 제니스가 인형에 씌인 악마의 표적이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은 애나벨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지만 연대기로 보면 애나벨의 프리퀼이다. 애나벨 자체가 사실 컨저링의 프리퀼인데, 본작은 프리퀼의 프리퀼이라는 보기 드문 이력을 가지고 있다.

본편 스토리 자체는 사실 새로울 게 없다.

애나벨 인형의 기원이 사실 어린 딸을 잃고 상심에 빠져 있던 부모의 기원이 잘못된 방향으로 이루어져 악마가 인형에 깃들어 딸 행세를 하면서 패악을 저지르고. 간신히 봉인을 했다가 십수년 이후 어린 아이들이 하지 말라는 짓은 다 해서 봉인이 풀려 악마가 활개치며 소동이 벌어지는 것으로 요약이 가능하다.

포장해서 말하면 정석에 따른 것이고, 직설적으로 말하면 다소 진부한 내용이다.

극 전개 자체가 호러 영화에 워낙 충실해서 작중 인물들이 쉴 세 없이 금기를 범한다. 호러 영화란 걸 감안하고 보면 본래 그런 전개가 나오는 게 당연한데, 일반 대중들이 상식적인 관점에서 보면 왜 하지 말라는 짓 하다가 죽음을 자초하냐고. 의문을 가질 법도 하다.

실제로 보는 내내 주요 인물들이 어린 아이들이니까, 어린 아이라서 그럴 수 있다고 머리로는 납득을 할 수 있는데. 마음으로는 ‘아오, 진짜 하지 말라는 건 하지 말라고!’라고 일갈할 수밖에 없었다.

핵심적인 설정이라고 할 수 있는 악마의 인형에 인해 빙의 당해 인격이 완전 바뀌어 흑화하여 사람들 해치는 재니스는 사실 마이클 플래너건 감독의 2016년작 ‘위자: 저주의 시작’ 느낌이 나게 했고, 다리 쪽의 신체장애로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 악마의 인형에게 표적이 되어 위협에 처하는 것은 돈 만치니 감독의 2013년작 ‘커스 오브 처키’를 연상시켜서 발상 자체도 신선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런 진부한 스토리, 설정들의 단점을 상쇄시켜 호러물의 왕도를 지향했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작품 자체를 호러 영화로서 잘 만들었다.

일단, 이 작품이 가진 큰 장점은 바로 공포의 시야를 빈틈없이 잘 만들었다는 점이다.

카메라 시점을 작중 인물의 1인칭에 집중해서 해당 인물이 보는 시선에 따라 카메라 시점을 옮기면서, 그 시야 바깥에 있는 사각지대에서 훅-치고 들어온다는 거다.

관객이 작중 인물에 감정을 이입해 화면을 보고 있는데, 그 화면에 보이지 않은 바깥쪽에서부터 위협이 발생하는 거다.

초자연적인 존재에 의해 헛간에 갇혔다가 숨는 과정에서 온전히 피해자의 시점만으로 쭉 진행되며, 피해자의 시야가 닿지 않은 곳에서 쿵쾅거리는 발소리가 들리고. 시야 바깥쪽으로부터 초자연적인 존재가 불쑥 나타나 빠르게 기어와 덮치는 씬을 예로 들 수 있다.

재니스, 린다, 낸시, 캐럴, 샬럿 수녀 등등 화면에 어떤 인물이 나오던 간에 화면이 해당 인물의 시야에 집중하고 있어서 몰입해서 볼 수 있다.

애나벨 인형 자체는 스스로 움직이지 않고, 그냥 인형 모습으로만 나올 뿐. 나중에 가면 악마가 변신한 아이, 악마에 빙의된 아이가 나오고 급기야 악마 자체가 실체화되는 것 등등. 악마의 모습이 구체화되기 때문에 인형은 그저 거들 뿐인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애나벨 인형이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 자체로 불길한 분위기를 극대화시켜서 애나벨 인형의 존재감이 컨저링 유니버스 중 가히 최고라고 할 만하다.

이게 만약 기존의 인형 호러 영화처럼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을 넣어 인형 자체가 인상 팍 쓰면서 스스로 움직여 덤벼들었다면 공포가 반감되었을 거다.

신부, 퇴마사 같이 악마의 인형과 맞설 수 있는 사람이 전혀 없고. 저항을 하려다가 처참한 죽음을 맞는 어른들이 나오기에 본편 스토리 내내 작중 인물들이 도망쳐 다니기만 하지만.. 그만큼 악마의 묘사가 위협적이고 공포스럽게 다가오며, 앞서 언급한 작중 인물의 시야에 집중한 극 전개가 시종일관 긴장감 늦출 수 없기에 정말 재밌다.

무엇보다 전작 애나벨(2014)의 치명적인 단점은 초중반부에 미아의 일상만 계속 보여줘서 지루하기 짝이 없었던 것인데 본작에서는 그런 일상을 거의 다 쳐내고, 과거 회상과 밝혀지는 진실 씬조차 공포로 포장해서 애나벨 인형이 봉인에서 풀려난 직후부터 영화 끝날 때까지 쉴 틈 없이 몰아쳐서 한 번 타면 코스를 완주할 때까지 멈출 수 없는 롤러코스터(청룡열차)에 탑승한 느낌마저 준다.

작중에서 나온 대사, 설정 하나 빠트리지 않고 복선 회수도 꼼꼼하게 잘했고, 샬럿 수녀의 루마니아 수녀원 사진, 그리고 엔딩과 에필로그, 쿠키 영상으로 이어지는 애나벨(2014), 더 넌과의 연계성까지 빠짐없이 만들어 넣어 컨저링 유니버스의 확장성까지 넓혔으니 전작(애나벨)이 싸지른 똥을 치우고 내년에 나올 컨저링 유니버스 후속작의 발판을 마련해주었다.

결론은 추천작. 기본적인 스토리와 발상 자체는 새로울 것이 별로 없고 다소 진부하기까지 하지만, 자잘한 일상 파트를 다 쳐내고 악마의 인형이 주는 위협에 포커스를 맞춰 화면에 누가 나오던 간에 작중 인물의 시야에 집중하면서 몰입감을 극대화시키고, 시야의 사각지대로부터 파고 들어오는 공포감이 일품이라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어서 간만에 제대로 된 공포를 선사하는 재미있는 작품이다.

영화 보다가 관객이 팝콘, 나쵸 쏟는다고 해서 팝콘비, 나쵸비 드립 치는 건 좀 오바가 심하고 모든 공포 영화를 통틀어 가장 무섭다고 할 수는 없으나, 그래도 충분히 무서움만으로 상위권에 속할 만 하고. 컨저링 유니버스에 속한 작품 중에서는 가장 무섭다고 단언할 수 있다.

여담이지만 본작의 감독 데이비드 F. 샌드버그 감독의 장편 영화 데뷔작은 ‘라이트 아웃(2016)’이다. 제임스 완 감독이 기존에 제작을 맡았던 애나벨(2014), 데모닉(2014), 인시디어스 3(2015) 등의 작품들이 완성도, 공포도가 이전 작들보다 떨어져 부진을 면치 못했던 걸 생각해 보면, 본작은 감독이 하드캐리한 것 같다.

작년에 나온 공포 영화 중 가장 재미있게 본 게 라이트 아웃인데 올해는 애나벨: 인형의 주인이라서,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해도 데이비드 F. 샌드버그 감독을 호러 영화의 미래를 짊어질 인재로 볼만하다고 생각한다.

이전에 호러 영화의 네임드 작가가 제임스 완이었다면 이제는 데이비드 F. 샌드버그 감독으로 세대 교체를 이루었다고 할 만 하다.

추가로 이 작품에는 쿠키 영상 2개 있다. 엔딩 이후, 스텝롤이 올라간 다음에 나오는 쿠키 영상 1이 애나벨(2014)와 이어지는 내용이고. 쿠키 영상 2는 더 넌(2018)을 예고하는 내용이다.

엔딩씬 때 그녀(?)가 선물 받는 봉제 인형은 실제 애나벨 인형이다. 본래 애나벨 인형의 혐오스러운 인상을 영화에서 각색된 것이고. 영화의 원작인 실제 사례에서 나온 애나벨 인형은 귀여운 봉제 인형이다. 알 만한 사람만 알아볼 수 있는 오마쥬 요소다.

덧붙여 본작의 쿠키 영상 1에 나오는 보육원 입양 담당 직원 역으로 나오는 배우 로타 로스톤은 데이비드 F. 샌드버그 감독의 실제 아내이며, 남편의 작품인 라이트 아웃(단편 필름), 픽처드, 라이트 아웃(장편 영화) 등에서 쭉 출현했다.

마지막으로 본작은 국내에서 웹툰 홍보, 코리아 SNL의 김민교 애나벨 분장 홍보 등을 했었는데. 웹툰 홍보는 호랑작가가 3분 12초짜리 컷툰 영상으로 만들었지만 내용이 별로다.

본편 후반부에 나온 내용을 베이스로 컷툰을 그린 거지만, 본편의 핵심적인 내용과 거리가 멀고. 애나벨 인형의 악마가 아니라 인형 자체를 무작정 들이밀어서 좀 생뚱맞다. 거기다 웹툰에 플래시 효과 넣는 것에 비해 컷툰 영상은 아무런 특색도, 박력도 없어서 되게 연출이 되게 심심하다.

차라리 김민교 애나벨 광고가 볼만한데 코리아 SNL에서 애나벨(2014) 개봉 당시 김민교가 애나벨 코스프레하고 나와서 애나벨 콩트했던 걸 베이스로 해서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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