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 코믹스] 로마의 딸 (2017) 2019년 웹툰




2017년에 동사원형 작가가 레진 코믹스에서 연재를 시작해 2017년 7월 기준으로 전 20화 1부가 완결된 고대 로마 TS 만화.

내용은 기원전 고대 로마 시대 때의 로마의 독재관 카이사르의 일대기를 다룬 이야기다. 1부 스토리는 카이사르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술라의 숙청기까지 다루고 있다.

본래 이 작품은 루리웹에 연재될 당시, ‘고대 로마 TS 만화’라는 제목으로 약 40회 분량이 올라왔는데. 그때는 로마 시대 주요 인물을 TS화하고 해당 인물의 기록을 재료로 삼아 개그치는 4컷 만화였다.

그게 레진 코믹스에서 정식 연재되면서 카이사르가 주인공인 스토리툰으로 바뀐 것이다.

작중 인물의 본래 고정되어 있던 성별을 반전시켜 바꾼 것은 흔히 TS(트랜스)로 줄여서 부른다. 특히 역사 속의 인물을 TS화시킨 것은 이제는 클리셰라고 볼 수 있을 만큼 일반적인 것이 됐다. (대표적으로 중국의 삼국지 TS물들을 손에 꼽을 수 있다. 일기당천, 연희무쌍 등등)

TS물이 보통 남자에서 여자로 바꾸는 경향이 많아서, 남성향인데 여자들이 주인공으로 나온다고 미소녀 동물원이라고 하거나. 혹은 단순히 모에물로 축약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미소녀 동물원이란 말은 일본 웹에서 여자 캐릭터가 많은 일상물을 비꼬면서 시작된 표현이고, 남성향 작품 중에 여자가 주인공으로 나온 작품은 옛날부터 많았다. 그 때문에 여자가 주인공으로 나온다고 무조건 미소녀 동물원이라고 하는 건 편견이 심한 것이다.

모에물의 관점에서 보자면, 본작은 확실히 디자인, 성격, 말투, 행동 등등 캐릭터 전반에 걸쳐 그 부분을 어필하고 있다.

주인공 카이사르만 해도 금발 마빡이 미소녀로 그려지고 있고 그 이외에 주요 캐릭터들도 미소녀, 미녀 등 귀엽고 예쁜 모습으로 나온다.

겉은 여자인데 속은 남자라서 무늬만 미소녀, 미녀인 것이 아니라 실제 자기 모습에 걸맞은 말과 행동을 하고 리액션을 보여줌으로서 TS물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고 있다.

미소녀물, 모에물, TS물 등이 본작의 주요 태그이긴 하지만, 그런 요소를 제외하고 본다고 해도 남는 게 많다. 오히려 그 남는 부분이 본작의 핵심적인 내용이다.

우선 소재적인 부분에서 로마 시대 이야기를 TS물로 만든 것 자체가 꽤 유니크한 구석이 있다. 보통은, 삼국지, 전국시대, 중세 원탁의 기사 정도가 TS의 대상이 되었지. 로마 시대 이야기가 본격 TS물이 된 것은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최초의 사례다.

역사물의 관점에서 보면 고증을 철저히 지키면서 그 당시 사회와 정치적인 상황, 역사 인물의 갈등, 이해관계 같은 걸 디테일하게 만들어서 사극으로서의 스토리가 탄탄하다.

실제로 기록된 역사의 결과를 그대로 보여주는 한편. 거기에 이르는 과정에서 오리지날 스토리가 들어간 것이라 흥미를 이끌어 낸다. 역사서에 기록된 단 몇 줄의 설명을 가지고 장편 분량을 뽑아내는 것이라서 사극 스토리 짜는 건 결코 쉽게 볼일이 아니다.

오리지날 스토리가 들어가 있고 캐릭터의 비중도 알맞게 배분해야 하니 물리적으로 역사 원전의 100%를 구현할 수는 없다.

다만, 본작에 나온 고증은 이 정도면 매우 양호한 편이고 역사왜곡이 들어간 것도, 대체역사물인 것도 아니라서 내용을 이해하는데 아무런 지장도 없다. 그 때문에 웹툰을 통해 로마의 역사를 알려주는 것도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보통 한국에서 그리스 로마 시대를 다룬 역사 만화하면 고려원에서 나온 ‘먼나라 이웃나라(1987)’를 가장 먼저 떠올릴 텐데, 개인적으로 계몽사에서 나온 국민학생(초등학생) 시절에 즐겨 봤던 ‘만화세계사(1989)’가 떠올랐다.

본편 스토리가 꽤 진지하고 심각하지만 간간히 개그가 들어가서 경직된 분위기를 풀어줘서 좋았다. (예를 들면 카이사르 마빡이 드립이라던가, 스트라보 보스피쿠스의 맛간 반응 등등)

사실 그런 거라도 안 나오면 이미 승자와 패자가 정해진 역사 속 이야기라서 사람 죽는 내용 밖에 안 나올 텐데 끝까지 보기 부담스러웠을 거다.

안 그래도 이 작품을 TS물로 모에팔이한다고 평가절하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가 역사의 패자들에 대한 참혹한 묘사 때문이다. (본래 로마 시대 위인들이 제대로 천수를 누린 사람이 거의 없이 병사, 암살로 죽는 경우가 많긴 하니 어쩔 수 없다)

고대 로마에 쓰이던 용어가 몇몇 나오긴 하는데, 캐릭터끼리 나누는 대사에서는 뇌피셜, 짬 등등 현대 한국의 유행어나 신조어도 나온다. 후자의 경우 그 빈도가 높지 않아서 작품 분위기를 깨지는 않는다.

꿈 많은 소녀였지만 차가운 현실 앞에서 무력하게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나 왕으로 돌아온 카이사르, 동포와 친지를 학살시킨 무법자지만 그 이면에는 열등감과 피해의식을 갖고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채 병사한 마리우스, 겉과 속이 다른 하라구로 속성의 폼페이우스, 문자 그대로 광(狂)년 술라 등등. 주역 캐릭터들의 갈등이 분명히 드러나고 컨셉이 겹치는 일이 없이 자기 개성을 뚜렷하게 보여주면서 각자의 드라마를 이끌어내고 있어 캐릭터 운용을 잘했다.

약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야기를 축약하고 빨리빨리 넘어간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실제 역사 속에서 죽음이 예정된 인물이 죽는 거야 당연한 것이겠지만, 죽음의 과정이 스킵되고 결과만 통보하는 일이 적지 않아서 보는 독자로 하여금 ‘이 캐릭터는 왜 이렇게 빨리 죽을까?’하는 의문을 안겨줄만 하다.

그 의문은 독자의 관점에서 해당 캐릭터가 작중에 어느 정도 비중이 있으니 좀 더 활약할 줄 알았다는 생각을 방증한다.

사실 조연, 단역은 그렇게 빨리 퇴장해도 큰 문제는 없지만 주역은 다르다. 드라마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주역의 이야기의 밀도를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

초반부에서는 마리우스 이야기가 거기에 해당한다.

제 3자의 시점으로 축약하기 보다는, 마리우스의 1인칭 시점의 이야기도 넣어서 그 캐릭터가 가진 내면을 파고들어 비장하게 묘사해 밀도를 높였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원작인 고대 로마 TS 만화가 처음에 4컷 만화로 시작했다가 후반부에 가서 부분적으로 스토리툰이 되었을 때 ‘티베리우스’편을 보면 작가가 충분히 캐릭터에 파고들어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이끌어낼 수 있는데, 아무래도 정식 연재물로서 지면이 한정되어 있고 주간 연재 템포상 축약한 게 아닐까 싶다.

작화는 준수하다. 캐릭터, 배경, 컬러, 연출 등등 작화 전반의 퀼리티가 균일하게 높다.

TS물답게 주요 캐릭터가 미소녀, 미녀인데 로리, 누님, 밀프 등등 연령대가 다양하고 청순, 지적, 섹시, 와일드 등등 스타일의 바리에이션이 풍부하다.

배경도 디테일하고 복색, 장비, 소품 등의 고증도 철저하게 지키며, 컬러 색감도 좋다.

전투씬은 전장의 풍경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목숨을 건 싸움을 치열하고 비장하게 묘사하고, 학살씬도 무자비하게 그려내서 대하역사극에 충실해 일순간 TS물임을 잊게 할 정도다.

본래 루리웹에 연재할 때만 해도 캐릭터의 이야기에 포커스를 맞춘 관계로 전쟁씬이 나올 만한 여지가 없었는데 정식 연재를 하면서 전쟁씬을 넣으니 작품 볼륨이 몇 배는 더 커진 것 같다.

간간히 나오는 패러디씬과 다른 만화 캐릭터의 배경 인물 우정 출현, 본편 주요 캐릭터가 펼치는 리액션의 귀여움도 볼거리 중 하나다. 패러디, 우정 출현씬도 정식 연재판에서만 볼 수 있는 추가 요소다.

결론은 추천작. 같은 TS물이라고 해도 로마 시대를 다룬 건 거의 최초의 시도라서 유니크함이 있고, 미소녀/미녀가 난무하면서 모에를 어필하고 있긴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고, 고증을 철저히 지키면서 복색, 풍경, 배경, 소품 등을 디테일하게 그리는 한편. 처절하고 비장한 전쟁과 학살의 살벌한 묘사가 들어가 있어 역사물에 충실한 비주얼을 가지고 있어 소재의 독창성, TS 캐릭터의 매력, 역사물로서의 볼거리와 로마 이야기 자체의 정보 전달 등 다양한 장점을 갖춘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본작이 캐릭터물이란 걸 감안해서 개인적으로 취향적격인 캐릭터는 ‘폼페이우스’. 원작 고대 로마 TS 만화 버전에서는 ‘아우구스투스’다.

덧붙여 작가의 개인 작품 중에 ‘게르만의 포로대우법’을 보면 고대 전쟁물로서 극강의 하드고어한 묘사도 가능해 진짜 국내 만화 R-18G 분야에서 손에 꼽을 만한데, 본작은 일단 전연령 만화라서 그런지 떼몰살 루트를 탄 살벌한 분위기에 비해서 고어 수위 자체는 비교적 낮은 편이다. 정확히는, 스킵하고 넘어가는 부분이 많다. (발톱을 숨긴 매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태평양 밑바닥에 잠들어 있는 외우주의 사신이라고 해야 할까)


덧글

  • 시몬 2017/07/29 01:01 # 삭제 답글

    작가분이 술라를 별로 안 좋아하시는지 주로 광기만 보여줘서 살짝 아쉬웠습니다. 실제 역사상으로도 미치광이에 가까운 인간이지만 한편으론 엄청 유능한 사람이기도 했거든요.
  • 잠뿌리 2017/07/29 22:26 #

    주인공이 카이사르라서 빌런 포지션으로 나와서 그렇죠. 술라가 주인공급이었다면 긍정적인 묘사가 들어갔을 것 같습니다.
  • ㅇㅇ 2017/07/29 12:55 # 삭제 답글

    게르만의 포로대우법은 뭔가요?
  • 잠뿌리 2017/07/29 22:28 #

    작가분의 단편 만화입니다.
  • 234324 2017/12/28 13:52 # 삭제 답글

    저거 어른아이닷컴이 몽땅 도둑질 했더군요. 아... 진짜....
  • 잠뿌리 2017/12/28 16:00 #

    불법 웹툰 사이트로 인해 피해가 막심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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