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3만마일 (海底3万マイル.1970) 2019년 애니메이션




1970년에 토에이 동화에서 타케시 타미야 감독이 만든 극장용 해양 SF 애니메이션.

내용은 모험과 축구를 좋아하는 소년 이사무가 절친이자 반려 동물인 치타와 함께 해양 연구소 소장인 아버지를 따라 잠수함을 타고 해저 탐험을 마친 후 집에 돌아오는 길에 관광객이 잔뜩 모여 있는 화산을 구경하러 갔다가 신비한 소녀를 만났는데, 그녀가 실은 해저 왕국 아틀라스의 엔젤 공주였고. 때마침 화산 폭발이 일어나면서 해저 왕국의 전설로 전해져 내려오는 화염룡이 나타나 난동을 부리던 와중에, 이사무와 치타가 엔젤을 구해준 이후 정식으로 초대 받아 시스루호를 타고 해저 왕국 아틀라스를 방문했다가, 화염룡의 배후 조종자인 지저 왕국의 왕 마그마 7세의 음모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해저3만마일’이란 제목만 보면 당연히 쥘 베른의 ‘해저2만마일’이 떠오르겠지만, 실제로는 전혀 관련이 없는 작품이다.

오히려 본작은 사이보그 009의 작가 이시모리 쇼타로의 원작을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것이다. ‘하늘을 나는 유령선(1969)’으로부터 1년 후인 1970년에 나온 작품이다. (하늘을 나는 유령선도 원작자가 이시모리 쇼타로다)

해저3만마일이라 제목 지은 만큼 해저 깊숙한 곳을 탐험하는 곳이 주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지상인인 이사무가 엔젤의 초대를 받고 찾아간 해저 왕국에서 온갖 종류의 해양 생물과 더불어 살아가는 해저인의 행복한 일상을 환영 파티로 체험하는 것부터 시작해, 해저에서 화염룡에게 쫓기고, 해저 동굴 너머에 숨겨진 음산한 지저 왕국에 잡혀갔다 탈출하는 것 등등 해저를 배경으로 한 모험이 쭉 이어진다.

지저 왕국은 해저 왕국과 같은 바닷속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성, 동굴, 감옥, 박쥐, 식인 식물, 용암 등이 나와서 완전 마왕의 소굴 같은 분위기라서 살짝 판타지 느낌도 준다.

아예 도입부에서 해저 개발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만큼, 60년대 우주 개발 붐에 이어 70년대 해저 개발 붐을 예상하고 기획한 것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종래의 우주여행을 기반으로 한 SF와 다른 매력과 개성이 있다.

상대적으로 지상의 비중은 상당히 적다.

지상의 군대로는 화염룡 한 마리 잡지 못하는데, 지저 왕국이 지상 침공을 개시하며 세계 곳곳의 화산을 통해 화염룡을 출동시켜 삽시간에 세계를 초토화시키며, 이사무가 사건을 해결하고 무사히 바다 위로 올라오지만 자신이 실종된 줄 알고 애타게 찾아다니던 부모님과 재회하는 씬은 직접 나오지 않고 캐릭터 대사로 암시만 한 채 석양을 등지고 엔젤과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면서 끝난다.

줄거리에 신비한 소녀라고 써 붙이긴 했지만, 사실 엔젤은 작중 히로인의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데. 해저 왕국의 공주로서 신비감을 조성하기보다는 이사무와 같은 또래의 소녀로서 서로 티격태격하다가도, 위기의 상황 때 힘을 합쳐 헤쳐 나가는 당찬 소녀로 묘사된다.

이사무, 치타와 함께 행동하다가 지저 왕국에 납치당해 인질이 되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붙잡혀 있는 공주 역에 머무르지 않고. 이사무와 끝까지 함께 하면서 사건 해결에 큰 기여를 한다.

이사무는 열혈 주인공이라 아무리 안 좋은 상황에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거나 주눅이 드는 법이 없지만, 냉정 침착과 거리가 먼 다혈질에 앞뒤 안 가리고 무조건 돌격하는 돌맹진 스타일이라 요즘 사람들이 느끼기에는 좀 답답할 수도 있는데 이게 딱 70~80년대 주인공의 표준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성격, 이런 스타일이기 때문에 어린 소년인데도 불구하고 스토리를 주도해나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사무의 반려 동물인 치타가 이름만 치타가 아니라 진짜 맹수 치타라서 거의 치트키급 펫을 소유하고 있긴 해도, 클라이막스 때 마그마 7세와 대치 국면에서 치타에게만 의존하지 않고 본인 스스로도 직접 싸움에 나서서 주인공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다 했다.

그밖에 시스루호를 직접 조종하면서 이사무와 엔젤을 서포트하는 키다리, 땅딸이 콤비인 옥터퍼스, 터틀도 운전, 콤비 개그, 비상연락망 등등 은근히 활약하면서 자기들 밥값은 톡톡히 한다.

전반부의 주요 볼거리가 해저 왕국의 파티와 노래, 해양 생물들의 군무, 시스루호와 화염룡의 추격전이라면 후반부의 주요 볼거리는 지저 왕국과 해저 왕국의 전쟁과 화염룡 군단의 압박, 그리고 이사무, 엔젤의 대역전이다.

지저 왕국은 어뢰 같은 현대 병기를 사용하는데 해저 왕국은 해양 생물을 쏘면서 각 생물에 맞춘 특수 능력을 발동시키며, 거품을 방어 무기로 사용하는 것 등등 자연친화적인 병기를 사용해 지저 왕국을 압도한다. 옛날 애니메이션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씬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염룡 군단의 출동으로 전세가 역전되는데. 작중에 나오는 화염룡은 확실히 강력하게 묘사된다.

현대의 중화기가 전혀 통하지 않은 몸도 몸이지만, 크기도 크고 닿는 즉시 빛이 번쩍이며 타겟을 흔적도 없이 소멸시키는 화산탄을 쏘고, 입에서는 불을 내뿜으며, 꼬리를 휘둘러 지진을 일으키기도 하니 나올 때마다 혼자 괴수물 찍고 있다.

지저 왕국 자체만 놓고 보면 사실 태초에 지상에 살았다는 거창한 설정에 비해서 스케일이 별로 커 보이지 않는데 화염룡의 존재가 본작의 스케일적인 부분을 하드 캐리했다.

그래서 극 후반부에 가까워질수록 이사무 일행이 이 상황을 어떻게 뒤집을지,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었다.

이사무와 엔젤. 누가 됐든 간에 무슨 특별한 능력이나 장비 하나 없이 소년 소녀가 맨몸으로 지저 왕국의 야망을 분쇄하는 게 재미있다. (축구 기술인 오버헤드 킥이 피니쉬가 되긴 했지만 그건 사실 필살기라기보다는, 축구 좋아한다는 설정의 떡밥 회수에 가까웠다)

딱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모험의 끝을 보여줬다고나 할까.

결론은 추천작. 당시 기준으로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물과 달리 바다 밑바닥 해저를 배경으로 한 SF물이라서 장르 자체가 신선하게 다가오고, 주인공 커플이 어린 소년 소녀들로 아무런 능력도, 장비도 없지만 남녀 불문하고 적극적인 행동으로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서 몰입이 잘되며, 해양 생물이 한 가득 나오는 바다 속 풍경, 해저 왕국 VS 지저 왕국의 전쟁, 화염룡 군단의 지상 침공 등등 해양 SF물로서 볼거리가 풍부해서 재미있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본작은 가사가 있는 삽입곡이 두 개 있는데 하나는 오프닝 때 나오는 주제가인 ‘해저 3만 마일’. 다른 하나는 이사무와 치타가 해저 왕국의 주민들과 함께 춤추는 장면에서 나오는 ‘대소동의 탱고’다.

덧붙여 본작은 영화 개봉에 맞춰 소년 화보에서 원작자 이시모리 쇼타로가 코미컬라이징한 만화 버전을 연재했다.

추가로 본작의 해저인들은 바다 속에서 살지만, 물속에서 자체적으로 호흡을 하지는 못하는 듯 머리에 어항 모양의 관을 쓰고 다닌다. 지상에서 온 이사무도 착용하는 장비다.

반면 지저인은 해저인과 달리 검은 갑주 차림으로 나오는데 지저왕 마그마 7세는 딱정벌레를 본떠서 만든 갑주를 걸치고, 대장급 병사는 사슴벌레 갑주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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