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라이 프린세스(サムライプリンセス: 外道姫.2009) 컬트/엽기/퓨전 호러 영화




2009년에 카지 켄고 감독이 만든 판타지 액션 영화. 원제는 사무라이 프린세스: 게도우히메. 유명 AV 배우 ‘키시 아이노’가 여주인공 게도히메 역으로 나온다.

내용은 통칭 ‘카라쿠라’라는 기계인형이 활개를 쳐서 세상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위험 지역인 무한의 숲에서 11명의 소녀들이 지명수배된 암무사(闇武者) 커플 아카류&코쵸와 그들을 따르는 도적들에 의해 간살 당한 뒤. 단 1명만 친구들의 시체 더미에서 간신히 살아남았다가, 카리쿠라를 만드는 미치광이 과학자 ‘쿄라쿠’와 여승을 만나서 자매들의 신체 조각을 이어 붙여 새로운 육체를 만들고 그 안에 자신을 포함해 소녀 11명의 혼을 육체에 넣어서 강력한 카라쿠라 ‘게도히메’로 재탄생해 원수를 갚으러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반죽음을 당하거나 치명상을 입은 여주인공이 신체 개조를 해서 강력한 존재로 부활해 복수하는 내용은 일본 B급 바이올런스 액션 영화의 단골 소재라서 새로울 게 하나도 없다. (작품 예를 들면 헬 드라이버, 머신 걸 등이 있다)

본편 스토리 자체도 굉장히 부실하다.

배경이 숲, 냇가, 공장 밖에 안 나오고 마을 사람은 일절 나오지 않아서 스케일이 엄청 작고, 등장인물 수도 워낙 적어서 제대로 된 드라마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여주인공 게도히메 같은 경우, 스스로 감정이 없다고 말하는 사이보그 소녀를 자처하지만.. AV 배우를 기용해서 그런지 몰라도 남주인공 게코의 도움으로 가열된 몸을 조정 받아 수면 모드로 들어갔다가 뜬금없이 게코와 떡을 치는 음몽을 꾼다.

그래도 게도히메와 게코가 남녀 주인공으로서 로맨스를 이루면서 가까워지는 내용이 나왔다면 납득이 갈 텐데.. 그런 거 일절 없다.

게코 쪽이 게도히메를 이성으로 보지 않고 쿄라쿠를 공통의 적으로 둔 동료로 인식하기 때문에 로맨스가 나올 건덕지가 없다. 게도히메도 음몽을 꾸고 일어난 다음부터는 게코를 이성으로 보지 않고 뜬금없이 싸우는 법을 가르쳐달라며 수련을 하니 캐릭터 관계가 좀 꼬였다.

게도히메 입장에선 아카류와 코쵸가 원수이자 숙적인데 스토리 중반부에 이미 그 둘을 때려잡고 더 이상 표적이 없는 상황에서, 게코로부터 쿄라쿠가 미친 과학자이자 만악의 근원이란 이야기를 듣고 보스 레이드에 합류하는 전개라 뭔가 좀 매끄럽지 못하다.

쿄라쿠는 여승과 함께 게도히메를 탄생시켜 복수할 힘을 준 창조자이기도 한데, 본편 스토리 내내 두 명의 여시종을 데리고 돌아다니며 카라쿠라 제조에 필요한 신체 조각을 집게 들고 회수하고 다니는 모습만 보여주다가, 뜬금없이 악의 축으로 지목돼서 끝판왕이 되니 이해가 안 된다.

진짜 사건의 흑막이고. 흑막 반전이 드러났을 때 껄껄 웃으며 자기 정체와 계획을 털어 놓는 것도 아니고. 그냥 게코의 원수인데 존나 나쁜 놈이니 게도히메도 같이 힘 합쳐서 물리치자. 이런 식으로 어영부영 넘어간 것이라서 진짜 대충 만들었다.

거기다 쿄라쿠 자체는 카라쿠라를 만들긴 하지만 본인 자체는 민간인이라 아무런 전투 능력이 없어서, 최강의 카라쿠라라며 플래쉬 골렘 같은 거 만들어 싸우게 시킨 것 말고는 아무 하는 일이 없고. 도망치는 도중에 게코의 기타에 찔려 음파 공격에 터져 죽는다.

포지션만 끝판왕이자 사건의 흑막이지, 실제 본편 스토리에서는 제대로 활약하지 못하고 끔살 당한 불쌍한 캐릭터다.

장르가 판타지 액션인 만큼 카라쿠라의 배틀이 주요 태그인데 그에 비해 액션 분량도 생각 이상으로 적다. 액션씬 자체가 전체를 통틀어 몇 번 안 나오고, 나온다고 해도 평균적으로 5분을 넘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볼거리가 아주 없지는 않다.

본작의 특수 효과를 맡은 사람이 특수 메이크업 아티스트 겸 영화 감독인 ‘니시무라 요시히로’로 도쿄 잔혹경찰, 뱀파이어 소녀 대 프랑켄 소녀, 헬 드라이버, 미트볼 버신 등등. 일본 고어 액션물을 많이 만들었기에 본작에서도 그 센스가 유감없이 발휘됐다.

액션 분량이 짧긴 하지만, 그 안에 선보인 고어 액션 소품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주인공 게도히메 같은 경우, 자기 가슴을 양쪽 다 뚝 떼어서 좌우를 합체시킨 뒤. 합체 부위에 스파이크가 돋아난 걸 투척해서 적을 공격하는 가슴 투포환과 그렇게 가슴 떼어난 몸의 정중앙에서 수직으로 돌출된 톱니바퀴로 적을 껴안아 갈아버리는가 하면, 부츠 뒤쪽의 배기구가 점화되면서 불꽃을 내뿜어 그걸 추진력으로 삼아 킥을 날리고. 자매 10명의 영혼 버프를 받아 천수관음 모드를 켜서 영적 에너지로 구성된 20개 팔로 돌진하며 맹공을 가하는 것 등등. 다채로운 병맛 고어 액션을 선보인다.

타겟의 머리 뚜껑을 열어 뇌에 자기 뒷목에서 뽑은 촉수를 연결시켜 원하는 정보를 얻는 것도 도입부에 딱 한 번 나오지만 기억에 남는다.

중간 보스격 빌런인 아카류, 코쵸의 경우. 한쪽 발에 전기톱, 뾰족 가위 같은 걸 달고 싸우는 게 인상적이다. (상식적으로 발을 그렇게 개조하면 제대로 걷지 못하는 게 정상인데 본작에선 그런 거 없다. 픽션이니까!)

소품은 인상적인 반면 액션 자체는 싱거운 편인데, 그래도 엑스트라 단역 참살해서 조각낸 팔, 다리 쌓아 올리고 마지막에 머리 올려 피 뿜는 인간 분수대 만들고 좋아라하는 장면이 강렬한 인상을 준다.

최후의 적으로 플래쉬 골렘화되어 나왔을 때는 에어리언 같이 생긴 괴물 머리가 달린 거시기 촉수를 원피스 루피마냥 고무고무 길게 뻗어 공격해서 병맛의 정점을 달린다.

반면 적도, 아군도 아닌 중립 포지션인 카리쿠라 헌터 콤비 미카즈키, 망게츠는 헌터 직업인 게 무색할 정도로 둘 다 전투력이 떨어져 빌런에게 탈탈 털리기만 하고, 무슨 특별한 기술도, 무기도 없어서 캐릭터 자체가 재미가 없다.

미카즈키는 아예 남주인공 게코의 전 연인으로서 뭔가 좀 스포라이트를 받나 싶더니 최종 보스가 있는 레이드 장소를 알려주고 본편 내용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NPC 역할 밖에 못했다.

결론은 비추천. 일본 B급 바이올런스 액션 영화로 특유의 강렬한 고어가 돋보이긴 하나, 액션과 고어 둘 다 분량 자체가 적고. 배경 스케일은 작으며, 캐릭터 갈등 관계와 스토리 전개가 매끄럽지 못해서 몰입이 잘 안 되는 데다가, AV 배우를 주연으로 기용했다고 해도 스토리 전개나 액션 연출보다 꿈속에서 떡치는 음몽 연출에 공들인 걸 보면 뭔가 바이올런스 액션 영화로서 주객전도된 느낌마저 드는 졸작이다.

헬 드라이버, 머신 걸처럼 에로 요소를 배제하고 철저하게 고어, 액션으로 승부를 봤다면 더 나은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여담이지만 제목이 사무라이 프린세스고, 포스터에서 양손에 무슨 창천항로의 감녕마냥 쌍칼 차고 나오는데, 저거 낚시다. 본편에선 칼 쓰는 거 안 나오고 격투로 싸운다. 라스트 배틀 때 천수관음을 후광으로 입고 수십 개 팔로 검무를 펼치긴 하지만.. 사실 그것도 최종 병기는 아니라서 정진정명 타격계 캐릭터라 사무라이라는 말과 달리 검과 무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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