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108 (棄城Z-108.2012) 2017년 전격 Z급 영화




2012년에 전인호 감독이 만든 대만산 좀비 영화. 원제는 ‘기성Z-108’. 기성은 성을 버린다는 뜻이다.

내용은 대만 복성의 108 지구에서 화학 공장의 사고로 독성 물질이 유출됐는데 그게 실은 좀비 바이러스라서 좀비 재난이 발생해 대피 경보가 울리고 시민들이 도시를 다 떠났는데.. 클럽을 운영하는 대만 조폭 두목 두두와 그의 부하들, 두두에게 돈을 빚졌다가 붙잡힌 외국인, 남편 프랭크와 딸 클로에를 데리고 피난을 가다가 의문의 변태남에게 붙잡힌 린다, 일본인 커플, 일본인 기자, 도시에 민간인 남아 있는 거 지킨다며 대뜸 출동한 스와트팀 등등 다수의 사람들이 시내에 남아 있다가 위험에 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줄거리 요약하기도 힘들 정도로 스토리 자체가 난잡하기 짝이 없다.

도입부만 보면 린다가 주인공인 것 같고, 공식 포스터에도 린다의 어린 딸 클로에가 단독으로 나와서 모녀 이야기가 중심이 될 것 같지만.. 실제로 린다는 좀비 사건 발생 108시간 후의 등장인물로 설정되어 있고, 변태남에게 납치당해서 생존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후반부가 되기 전까지 계속 감금 상태에 있어 좀비 재난을 겪지 않는다.

본편 스토리의 서사가 말도 안 되는 수준인데, 일단 두두 두목 일행은 클럽 밖에서 벌어진 좀비 재난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가 사건에 휘말린 것이고. 스와트팀은 아직 대피하지 못한 민간인이 있다는 이유로 대뜸 클럽에 갔다가 조폭과 총격전을 벌여 서로 쏴죽이다가, 갑자기 들이닥친 좀비들에게 떼몰살 당하면서 생존자 팀이 된다.

각 진영에 속한 인물이 안 그래도 많은데 거기에 일본인 여기자, 일본인 커플, 외국인, 린다 등등 민간인도 잔뜩 집어넣었는데 대부분의 인물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죽어서 리타이어하거나, 좀 오래 버티나 싶어도 마지막에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해서 보는 사람 맥 빠지게 한다.

작중에 이름조차 나오지 않는 인물이 수두룩하다.

캐릭터가 워낙 빨리 죽어 나가는 바람에 드라마를 이끌어내지 못했고, 심지어 작중에 이름조차 나오지 않은 인물이 수두룩하다.

그런 상황에서 몇몇 캐릭터 설정은 너무 거창하고 뜬금없이 만들어서 좀비물과 전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초반부에 린다 모녀를 구해주나 싶더니 딸을 인질로 삼아 린다를 육노예로 부리는 변태남(실제 캐스팅 네임이 변태남이다)은 본작의 장르 자체를 바꿔 버린다.

육중한 체구에 생고기를 얼굴이 이어 붙이고 있어 텍사스 전기톱 살인마의 레더 페이스를 연상시키는데, 남자 노예는 지하실의 자가 발전 동력에 이용하고. 여자는 산채로 잡아서 알몸 감금시킨 뒤. 육노예로 부리며 욕정을 푼다.

장르적으로 변태남 파트는 스릴러에 가깝고 주요 태그도 레이프, 감금이라서 좀비물과 연관이 없다. 자가 발전을 좀비 남노예한테 시키고, 여자 범하는 것도 질린다며 좀비 바이러스 주입해 여자 좀비 범하려고 시도하는 것 등등 어떻게든 좀비와 엮어 보려고 하지만, 너무 비상식적인 내용이라서 필름 낭비가 따로 없다.

주인공 일행이 좀비와 싸우고, 좀비에게서 도망쳐 다니는 장면은 대부분 스킵하면서 변태남 파트는 배드씬까지 넣는 등 쓸데없이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어서 감독의 머릿속을 궁금하게 한다.

변태남 다음으로 생뚱맞은 캐릭터는 일본인 커플이다. 좀비에게 쫓기다가 변태남 집 앞까지 와서 도움을 청해 안에 들어갔다가 변태남의 표적이 되는 인물들인데.. 문제는 이중 남자가 일본에서 온 연쇄 살인마란 점이다.

이 연쇄 살인마 설정이 아무런 암시도, 복선도 없이 갑자기 툭 튀어 나와서 같은 생존자를 죽이기에 이르는데.. 살인마의 정체가 밝혀진 지 채 3분도 안 돼서 좀비 난입 사건으로 일본인 커플이 리타이어하니 이럴 거면 대체 왜 넣은 건지 알 수가 없다.

조폭 두목 두두가 좀비 감염의 여파로 좀비화되는 것도, 그냥 좀비가 아니라 완전 폭주해 바이오 하자드의 타일런트처럼 거대한 좀비가 되어 공격해오는 것도 완전 급조된 설정이라서 황당함의 대미를 장식한다.

그런 내용, 캐릭터를 떠나서 좀비물인 것 자체만 놓고 봐도 낙제점이다.

우선 좀비 엑스트라 수가 꽤 많은 것에 비해, 좀비의 비중이 지나치게 적다. 좀비물인데도 불구하고 화면 자체에 좀비가 잘 나오지 않는다는 말이다.

주인공 일행에 스와트팀이 합류했는데도, 그들이 사용하는 총기는 진작에 탄약이 다 떨어졌다는 설정이라. 맨손으로 좀비를 상대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저항 한 번 하지 못한 채 사상자가 발생한다.

이름 없는 스와트팀 경찰 하나가 캐스팅 네임이 쿵푸 폴리스인데 좀비를 상대로 롤링 소배트를 날리며 발차기 한 번 하더니 그 다음에 개떼 러쉬에 당해 끔살 당하는 거 보면 기가 찬다.

총화기는 없고, 그렇다고 그걸 대체할 만한 근접 무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근접 무기는 두두 보스가 지나가다가 주운 손도끼 한 자루가 전부고. 나머지 다른 캐릭터는 그냥 빈손으로 다닌다.

인간이 저항할 수단이 없어도 너무 없어서 좀비가 나왔다 하면 꼭 사상자가 발생하지만, 좀비가 나오는 씬 자체를 줄이고 변태남 파트에 분량을 몰아주는 게 후반부의 내용으로, 총체적 난국이다.

아무래도 감독이 좀비물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 애정도 없는 것 같다.

그냥 좀비가 우르르 몰려 나와 사람 해치는 것 정도만 인식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보다 변태남 파트를 더 공들여 만들 걸 보면 사실 좀비물이 아니라 변태 스릴러를 만들고 싶었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결말도 결국 모녀 상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린다가 어딘가로 달려가는데 클로에가 인육을 먹는 장면이 스쳐 지나가 비극을 암시하는 걸로 끝난다.

근데 이 모녀 설정도 황당한 게, 린다가 변태남한테 범해지면서도 버틴 것은 딸이 인질로 잡혀서 있어서 그런 건데.. 정작 변태남에게 벗어나 생존자 일행에 합류하고 나니. 어느날 집 문이 열렸을 때 클로에가 혼자서 빠져 나갔다는 말 한 마디로 퉁치고 넘어가서 본편 내에선 딸과 만나지 못한 것이라 떡밥 회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인상적인 씬은, 생존자들이 하늘을 가로 지르며 날아가는 군부대 헬기에 구조 신호를 보낼 때. 지상 위에 시체들을 쌓아서 S.O.S 글자를 만드는 것 정도 밖에 없다.

결론은 비추천. 쓸데없이 등장인물 수가 많은 것에 비해 사람 죽어나가는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서 본편 스토리 내에서 드라마를 이끌어내지 못했고, 인간이 제대로 된 저항도, 도주도 하지 못한 채 좀비한테 일방적으로 발리는 것에 비해 실제로 좀비 등장씬 자체는 생각보다 적고. 본편 내용과 전혀 맞지 않는 변태남의 육노예 감금에 지나치게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어서 좀비물로서의 아이덴티티를 완전 상실한 졸작이다.

대만산 좀비물은 보기 드문 장르지만, 좀비물로 봐주기 너무 낯 뜨거운 수준이라서 이거 가지고 어디 가서 좀비물이라고 하면 욕먹을 지도 모른다.

여담이지만 타이틀 좀비 108의 108은 작중 배경이 되는 대만 복성의 108 지구이자, 사건 발생 후의 108 시간을 의미한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생존자가 군부대에 구조된 걸 기준으로 삼아서 108 시간 전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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