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주 (毒咒.1985) 귀신/괴담/저주 영화




1985년에 팽령 감독이 만든 홍콩산 저주 영화. 원제는 ‘독주’. 또 다른 제목은 ‘십가요녀(十嫁妖女)’. 10번 시집 가는 요사스러운 여자란 뜻이 담겨 있다.

내용은 젊은 여인 사라가 결혼을 할 때마다 남편이 원인을 할 수 없는 이유로 죽음을 당했는데, 실은 그녀가 전생에 동남아시아에서 돈을 받고 다른 사람을 주살하는 사악한 주술사 ‘차리라’로 선한 주술사 ‘마구라’를 만나 주력 대결을 펼치다가 동귀어진을 한 직후. 10세대에 걸친 저주가 내려져 마구라의 환생으로 현생에도 주술사가 된 ‘구라다’의 원거리 저주로 결혼을 할 때마다 남편을 하도 죽여대서 법력승 임강의 도움을 받아 그 운명에 저항하는 이야기다.

줄거리만 보면 무슨 발리섬의 발롱과 랑다 마냥 숙명의 적이 세대를 거쳐 목숨을 걸고 싸우는 비장한 이야기인 것 같은데 실제로는 전혀 아니다.

환생한 뒤에도 주술사가 된 건 구라다 뿐이고. 사라는 전생의 기억은 물론이고 아무런 주술 능력이 없는 일반인에 가까우며, 본인이 저주에 걸렸다는 사실을 깨닫는 게 극 후반부의 일이라서 극 전개가 굉장히 밋밋하다.

사라가 구라다의 저주에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만 계속 나오는데. 이게 기존의 저주 영화처럼 독특한 테이스트가 있는 게 아니라 복장, 소품을 대충 만들고 연출도 좋지 않아 볼거리가 전혀 없다.

그냥 사라가 결혼을 할 때마다 남편 되는 사람이 이유 없이 죽음을 맞이하는 전개가 계속 이어진다.

구라다는 ‘내가 저주 걸었지롱!’이라고 떠벌리 듯한 리액션을 펼치는 것에 비해 사라는 ‘이게 대체 무슨..’ 이런 반응을 반복하니 극 전개가 답답하다.

영화 끝나기 약 15분 전에 정말 뒤늦게 저주 받은 걸 깨달은 사라가 임강 대사를 찾아가 도움을 받는다.

임강 대사는 복장이 무협 영화에 나오는 소림사 고승인데, 소림사 권법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고. 기존의 강시 영화에서 나온 법구인 부적, 거울에 염주를 더해서 잡귀를 물리친다.

사실 본편에 아예 강시가 나오는데 그 등장이 되게 생뚱 맞다.

임강 대사가 사라가 저주 받았다는 사실을 알려준 뒤 그녀의 주위를 맴도는 귀신을 잡아주는데 처음에는 인간 모습의 귀신을 잡다가, 나중에는 파란 불빛 모양의 혼령으로 나타난 걸 잡고. 최후에는 강시로 변한 귀신을 때려잡는다.

귀신의 특징이라던가, 모습을 고정시킨 게 아니라 인간형, 파란 불빛형, 강시형 등등. 3종류로 나누어 묘사한 것이라 통일성이 없다. (거기다 최초에 인간 귀신 퇴치할 때는 텅 빈 공간에 임강 도사가 손을 뻗어 뭔가를 확 잡아 끌면 인형이 뿅하고 나타나는 묘사까지 나온다)

임강 대사와 구라다의 법력 VS 사술의 주력 대결이 펼쳐지는 것도 아니고. 임강 대사가 사라를 삭발시키고 몸 위에 가사를 입혀 저주 귀신으로부터 보호해주는데 정작 클라이막스 때 그런 게 전혀 부각되지 않는다.

기존의 저주 영화와 같은 준비물을 갖춰 놓고선 정작 그걸 활용하지 않는 거다. 저주의 영화에서 주술사의 주력 대결은 필수 요소고. 저주의 타겟이 된 주인공이 주술사의 안내에 따라 보호의 대상이 되었을 때는 주살 방어 과정을 치열하고 디테일하게 다루는 게 보통인데 본작은 그걸 완전 스킵하고 넘어간 거다.

설상가상으로 결국 저주 받은 운명을 극복하지 못하고 저주에 의해 목숨을 끊는 결말로 끝나서 허무함을 안겨준다.

그렇게 끝낼 거면 그냥 결혼하고 말고 할 것도 없이 그냥 주살시키지, 대체 왜 끝까지 질질 끌었는지 당최 알 수가 없다.

구라다의 외모는 하얀 두건 쓰고, 하얀 반팔 티 입은 콧수염 아저씨라서 주술사 이미지랑 거리가 멀고. 사라의 전생인 차리라도 긴 머리에 목 아래를 전부 뒤덮은 하얀 옷을 입고 검을 든 모습을 했는데 벽에는 뜬금없이 중세 마법의 역 오망성을 그려놓고선 일본식으로 짚 인형을 망가트려 주살하는데 배경은 동남아시아라서 오컬도 묘사, 고증이 진짜 엉망진창이다.

결론은 비추천. 설정은 되게 거창한데 본편 스토리에서 그걸 풀어내지 못했고, 주술/저주/법력 등 오컬트 전반의 소품, 묘사, 연출이 부실하기 짝이 없으며, 저주 영화의 기본 요소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핀 포인트를 자꾸 놓쳐서 영화 자체의 재미도 없고 완성도도 떨어지는 졸작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에서 딱 한 명. 홍콩 영화의 조연, 단역으로 얼굴이 친숙한 배우가 있다면 작중 퇴마승 임강 역으로 나온 ‘관해산’이다.


덧글

  • 범골의 염황 2017/07/19 17:22 # 답글

    어째서 전생하곤 다르게 악한 주술사는 착한 사람이 되고 선했던 주술사는 사람을 저주로 죽이는 악당으로 돌변한 걸까요.
  • 잠뿌리 2017/07/19 23:06 #

    작중에선 그 이유가 나오지 않아서 중요한 설명을 스킵하고 넘어갔습니다. 옛날 영화들이 좀 그런 경우가 많죠.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통계 위젯 (화이트)

5181295
10930
8764468

메모장

잠뿌리의 트위터